2012년 8월 18일 토요일

0016 노인과 바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내가 이야기를 읽는 것은 대부분 흥미로운 소재 때문이고, 이러한 흥미로운 소재를 흥미롭게 펴낼 수 있는 다른 매체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영화, TV드라마, 만화, 게임 등등. 정말 다양한 매체 속에서 비교적 느린 템포를 가지고 있는 소설은 자극에 길들여진 나에게 와닿기가 쉽지 않다.

다른 한 편의 나는, '명작'이라 불리우는 작품이 뭔지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있다. 이런 호기심 때문에 이야기 자체의 흥미가 떨어짐에도 꽤나 많은 고전 명작들을 읽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게 된 노인과 바다는 비교적 최근의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내게 주는 느낌 또한 비슷했다.

20세기 초의 북미 사람들은 꽤나 큰 방황의 시기를 겪었던 것 같다. 그 방황의 시기를 어루어 만져줄 위안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소설들이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내가 읽은 이, 20세기를 아우르는 명작 소설들의 맥에는 다 그런, 당시 사람들의 고뇌, 고독과 그를 극복해낼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특정 분야의 작업물이 명작으로 인정받으려면, '전문가 집단'과, 명작으로 추대받을 만한 '시대적 상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이야기 또한 이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명작이었을 것이고 명작일 것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이 이야기가 명작임을 인정할 수 없다. 나는 문학에 관한 전문가도 아니고, 심지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도 아니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공감이 없다. 이런 짧고 간결한 이야기가 내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무리 강한 악당이 나타나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소년 만화 이야기와 별 반 다를 것이 없다.

작품의 문체와 표현법에 대한 극찬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미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서 이러한 것은 다 없어지지 않았는가? 그럼 난 명작으로써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맛'인 것 처럼,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의 흥미와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무지한 나의 강한 주관이지만, 이 입장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명작'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0015 도박묵시록 카이지, 라이어 게임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라이어 게임은 참 많이 닮아 있다. 카이지의 경우에는 지금부터 약 10년 전에 즐겨보던 만화책인데 최근에 다시 찾아보니 아직도 연재 중이어서 놀랐다. 특히 '마작'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흥미가 조금 떨어져서 보지 않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마작의 상세한 룰을 이해하기 보다 교묘한 심리전을 보기 위해 읽었다.

라이어 게임은 우연히 친구가 소개해줬던 것 같은데,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 찾아보게 되었다. 13권까지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고 취향에 맞았다.

두 만화는 '인간의 본성'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 특수한 상황에 처해, 사회에 대해 삐뚤어진(이 태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관점과 행동 양식을 가진'의 의도로 쓰는 표현이다) 악당들이 선량한(이 역시, 앞의 맥락과 연결지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행동 양식이라 하면 되겠다.)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큰 맥이 완전히 같은 작품들이다. 영화로 치면, '쏘우'가 이들 작품과 같은 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쏘우는 범인이 일방적으로 선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진행양상은 많이 다르다..)

속고 속이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색하는 과정을 보는 것. 이것이 이 만화들이 주는 '이야기 속 쾌감'이다. 두 만화들은 상황에 변함에 따라 끊임없이 선택하고, 선택에 따라 얻고 잃는 것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만드는, '가상의 상황들'을 흥미로운 소재로 끊임없이 보여준다.

두 작품다 완결이 나지 않았음이 아쉽고, 어떻게 끝 맺음을 하게 될지도 궁금하다.(사실 두 만화 모두 이야기들의 특성 상 어떤 룰을 가진 '게임'을 주제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언제 끝나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멋진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0014 유령, 신사의 품격






평소에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 나는, 매력적인 소재에 끌려 한 시기에 두 드라마를 즐겨보게 되었다. 마침 끝나는 시기까지 같은 이 두 작품들은 내게 똑같은 느낌을 주었기에 이렇게 한 리뷰에 함께 쓰게 되었다.

두 작품을 통해 읽었던 것은 TV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이다. 철저히 대중들의 취향에 맞게, 상업성 짙게 만드는 것이 이 매체의 중요한 점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TV 앞에 앉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쉽게 결론 지을 수 있는 문제다. TV로 멋진 예술적 감동을 느끼거나 철학적으로 고민해봐야할 주제에 대해 새로운 식견을 가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물론 그런 사람들이 없진 않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는 게 있지만..)

최근의 드라마가 자본, 기술적 부분부터 내용에서 다루는 소재까지 '영화'와 별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영화'라는 매체의 퀄리티를 쫒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드라마 역시 보는 내내 '영화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중성과 상업성, 그리고 영화와 가까워진 퀄리티라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두 드라마에가 정말 똑같이,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좀 더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와 깔끔한 인상을 남겨주었을 작품'이 되었을 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드라마'로서 이 두 작품은 정말 즐겁게 즐겼다.
매체의 특성을 읽어낼 줄 아는 것. 컨텐츠를 만들 때 매우 중요한 관점이 아닐까.

2012년 8월 9일 목요일

0013 캐주얼 게임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아이폰으로 간단한 캐주얼 게임을 만들고 있는 내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 해 주었다. 어렴풋이, '캐주얼 게임'과 '하드코어 게임'에 대한 구분 정도만 하고 있던 내게, 최근 캐주얼 게임이 블루칩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와, 기존의, '하드코어 게임'과 어떤 점에서 차별점이 있었는지, 무엇이 '게임을 하지 않던 이들'에게 어필하게 되었는 지 명확하게 설명 해 주었다.

최근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가, '내가 좋아하는 내가 원하는 게임'과 '대중을 위한 게임' 사이의 갈등이었는데,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히게 되는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새로운 관점을 얻었고, 이를 통해 내가 내린 결론은 게임이라는 매체는 아직도 변화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계속 모습을 변화해 나아가는 매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과 독자가 즉석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매체라는 게임의 매력적인 특성 때문이 아닐까.

0012 배트맨 비긴즈


(배트맨 비긴즈에 대한 내용 자체는 담지 않았다.
 예민한 분이 우연히 이 사이트에 들어와 영화의 재미가 반감된다면 큰일이니까 말이다.)

배트맨 비긴즈, 분명 개봉했을 당시에 본 것 같았는데, 라이즈를 보기 위해 다시 틀어 보았으나, 전혀 새로운 영화가 펼쳐 졌다. '다시 튼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부터 막연히 좋아하게 되는 슈퍼맨 배트맨 등등. 슈퍼 히어로 물들이 최신 기술과 접목하여 훌륭한 장면들을 담고 있는 영화로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어렸을 적 추억에 잠긴다.

하지만 그냥 추억이 아니다.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 가.

어렸을 적의 배트맨이 '멋진 배트카를 타고 다니며 악당을 무찌르는 영웅'이었다면, 지금의 배트맨은 한 가지 수식어가 더 붙는다. '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라는.

미국의 슈퍼 히어로들은 성인이 되어 다시 보게 되며, 미국의 comics들은 모두 캐릭터들의 '가치관'을 부각시키는 데에 중점이 맞춰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의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행동하게 하는지, 무엇이 세상을 지키게 만드는지.. 등등. 이런 것들이 만화 속, 영화 속 가상 인물들인 슈퍼 히어로를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믿게 만들고, 그것이 정말 수 많은 팬들을 만든 것은 아닐까.

캐릭터에게 가치관을 담고, 세계에 철학을 담는 것.
이야기를 만드는데에 제일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0011 machinarium



동화같은 그래픽으로 먼저 호감을 갖게 만드는 이 게임은, 상도 많이 받고 실제로도 각종 플랫폼 인기 순위에서 상위차트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Mac OS X에서 처음 봤을 때는 살짝 고민했었지만, iPad로도 발매된 것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어드벤처 게임이다. "악당의 성에 갖힌 친구들(물론 중요한건 저기 손잡고 있는 여자친구다)을 구하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성에는 각종 교묘한 퍼즐들이 장치되어있고,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주는 여러가지 정황적 힌트들로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어, 퍼즐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퍼즐'을 푸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즐겁게 플레이했다. 특히 도전정신이 끌어 오르는 나의 경우엔, 절대 해답을 보지 않고 플레이하는데(처음엔 게임 중간의 기본적인 힌트, ? 를 누르면 정말 게임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정도의 힌트도 보지 않으려 했지만, 게임 중 후반부에 그것 없이 푸는건 정말 불가능함을 느끼고, 그것까지는 보면서 해결하였다.) 이것이 해결했을 때의 쾌감을 배로 만들어 준다.

동화같은 그래픽과 정감가는 로봇 캐릭터들, 거기에 정말 훌륭한 BGM이 곁들여져,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지만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동화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퍼즐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나(게임의 몰입을 깰 때가 많다.) 이런 오픈되어 있는 어드벤처의 구조상 어쩔 수 없겠지만, '다음에 뭘 해야 될지 몰라' 라는 상황이 종종 만들어져, 플레이어가 많이 헤매게 하는 것은 큰 단점이다.(적어도, 나는 꽤나 경험많은 게임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데, 꽤 어려웠다. 물론 퍼즐의 해답을 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퍼즐의 해답을 보며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흥행하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로 느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독특한 세계관의 느낌을 잘 살려 낸 것, 그것이 이 게임의 가장 훌륭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정말 멋진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