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0062 연가시



나는 특이하게도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 흥미가 많이 생긴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사회성, 공중도덕 등이 철저히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배트맨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이 정부를 장악한다거나 하는 식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지만 현실감의 측면에서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쪽이 좀 더 흥미진진하다.

연가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상 다큐멘터리'로 평가하고 있는 '컨테이젼'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재밌게 봤지만 크게 흥행하지는 못한 것 같은 영화 '컨테이전'은 치사율이 높은 독감이 사회에 퍼져 나가면서 사람들의 사회가 어떻게 무너져가는 지를 다룬 영화인데, 연가시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연가시를 '한국형 전염병 영화'로 평가하고 싶다. 전염병 영화의 이면에 '음모'를 심어 넣었고, 가족 간의 사랑을 넣었다. 감정 씬이 내게는 불필요해보일 정도로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성을 크게 해칠 정도는 아니며, '한국적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만 했다.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 흥미를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극악하게 잔인한 영화(쏘우 등등)와 비교할 정도의 공포는 아니지만, 현실감 가득한 내용 전개는 '실제로 일어날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며 이는 어떤 공포 영화보다 무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가시'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만든, 꽤 잘만든 '전염병' 영화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0061 도둑들



거물급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잘 어우러진 영화라는 평을 받아 꽤나 흥행했다는 이 영화. 뻔할 것 같았지만 호기심 반 오락영화 스트레스 해소 반 해서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재밌다. 다만 별로 할 말이 없다.

어떤 컨텐츠가 좋게 평가받으려면 두 가지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완전히 독창적인 어떤 것이거나, 기존의 '좋다'라고 평가받은 것들을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 도둑들은 완전한 후자에 속한다. 이런 '도둑질'류의 액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새로움보단 익숙함, 낯 익은 장면과 스토리 전개가 이어진다. 하지만 지루한 전개나 내용을 해치는 장면이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자칫 잘못하면 어수선해질 수 있는 거물급 배우들의 대거 등장 또한 잘 버무려 재미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락 영화로서 즐겁게 봤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0060 템테이션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 씨의 소설이다. 서점에 가면 소설 베스트 셀러의 상위권에 항상 빅 픽처와 나란히 있는 이 소설을 보고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있던 차에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도, 내용도, 메시지도 모두 재밌고 공감되어서 좋다. 그 전에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상황 설정이 '빅 픽처'와 매우 비슷하다. 마치 '더글라스 케네디 식 패턴'을 만들어 낸 듯 하다.

반복되는, '성공'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부부관계의 갈등, 이혼, 바라던 분야의 성공, 한 순간에 성공을 잃게 되는 상황->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

등장인물들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사실감 있다. 후회스런 선택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감정적이다. 때론 감정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묘한 이끌림에 후회할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순간 순간의 선택이 삶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 지 또 한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재밌었던 장면은,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가 실패하는 상황이 되자 일제히 주인공에게 등을 돌리는 새로 사귄 등장인물들이 다시 오해가 풀리고 성공한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하자 주인공에게 다시 연락해오는 모습이다. 자신이 힘들 때 외면하던 그들을 주인공은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 이것이 참 재밌다. 주인공이 '관계'라는 것이 이해관계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 받아들인 것이다.

마지막에 갑자기 주인공이 독자에게 독백을 하기 시작한다.

'삶은 결국 이야기고,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존재해야한다. 살면서 살아가는 갈등을 받아들이고, 지나간 것에 후회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문학 이론의 문외한으로서 소설의 완전성에 어떤 영향을 줄진 모르겠지만 마지막 한 장의 이 재미있는 '독자를 향한 독백'이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 '아미티지'씨가 실제 인물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 그만큼 이야기나 인물 묘사가 실제 이야기 같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빅픽처2'의 느낌이 강하다. '빅 픽처'를 읽을 때 생소하지만 강렬했던 이야기 패턴이 똑같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빅 픽처'와 나란히 베스트 셀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른 소재와 메시지를 입힌 것 만으로도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식 패턴'이 그 만큼 매력적인 패턴이기 때문이 아닐가.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0059 EBS 다큐 프라임 :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보게 된 다큐멘터리. 평소에 내 성격과 내 행동방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분명 내성적인 사람이었지만, 대학생활을 하면서 꽤나 외향적이 됐다고 생각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꼽는 내향적인 사람의 특징 대부분을 내 성격도 갖고 있다는 것에서 내 성격이 스스로 내향적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이 블로그를 쓰는 자체도 내가 내향적이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에 성격과 관계에 대해 고민이 조금 많은 편이다. 나는 혼자있는 것이 편한 사람이다. 이 특성만 보면 전형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난 꽤나 남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욕구도 동시에 갖게 된다. 이들 둘이 충돌하면서 가끔 보면 내 스스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상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친구들과 먼저 만나자고 하면서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한다거나, 자주 보던 친구와 연락을 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관된 행동을 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주변에 나처럼 행동하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불쾌할텐데 싶으면서 고치고 싶은 점이지만,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 다큐멘터리가 뭐 그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주었거나 그런건 아니다.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 문제를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0058 Samurai Bloodshow, 레어 디펜스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디펜스 게임 매니아다. 디펜스 게임류는 한 번 잡으면 좀 처럼 놓지를 못한다. 최근 작업 중인 게임도 디펜스 게임에 가까운 형식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두 가지 게임을 한 곳에 비교분석해보면서, 사람들이 왜 디펜스 게임을 즐기는지, 제공해주어야할 재미가 무엇인지 고민해볼까 한다.

먼저 게임의 특징부터 알아보면,

사무라이 블러드쇼(이하 사무라이)는 최고수준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냥 막 화려한 그런 것이 아닌, 게임 시스템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일본화풍'의 그래픽 캐릭터와 지형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며 흥미를 먼저 끈다.

사무라이의 독특한 점은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덱을 구성하는 방식을 접목 시킨 디펜스라는 점이다. 어떤 병과의 캐릭터를 얼마만큼 뽑을지 미리 잘 구상해서 전투에 임하게 되며, 그때그때 뽑히는 순서는 TCG처럼 랜덤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야한다.

얼마 전에 봤던 Plants vs Zombies와 같이 '라인'이 있고 그 라인 별로 적들이 몰려와 각 라인에 캐릭터들을 잘 배치하며 디펜스해야하는 방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레어디펜스는 솔직히 말하면 좀 엉망이다. 그래픽도 예전 도트의 조악한 모습이며(도트로도 멋진 그래픽을 만든 멋진 작품들이 많지만, 적어도 이 게임은 아니다.) 한글화는 되어있지만 엉망이며, 시스템도 엉성하기 그지 없다.

예전에 리뷰했던 Kingdom Rush의 방식이다. 적들이 내 방어물을 공격하지 않으며, 맵에 지정된 위치 중에 건물을 적절히 배치하여 방어한다. 특이한 점은 적들이 알을 가지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끝까지 닿았을 때 끝나는 게임과 달리 좀더 긴장감과 희망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하는 이 게임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새로움이다.

이 둘을 함께 리뷰하는 이유는 다른 모습에서 같은 재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아쉬운 점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오랜 시간 재밌게 즐긴 게임이기도 하다.

사무라이의 경우, 난이도와 조작성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조금씩 클리어하다 보면 너무 어려워져 여러 번 반복해서 도전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 디펜스 게임이지만 실시간 전략에 가까운 컨트롤을 요구하기 때문에 칸을 적절히 실시간으로 배치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캐릭터들을 조작하지 않으면 전투 결과가 현저하게 달라진다. 조작성이 형편없다는 점은 이 점에 큰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캐릭터들이 겹치기 시작하면 내 캐릭터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기 힘이 들며, '칸 단위'로 조작함에도 캐릭터들은 '도트 단위'로 사거리를 재기 때문에 억지 타이밍을 맞춰야만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온다. 추가적으로 실시간 타이밍이 중요함에도 자꾸 '확인 체크'를 물어보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조작성을 극복하고,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할 근성이 있다면 이 게임은 콘솔 게임 급의 재미를 준다. 실제로 멀티플레이도 잘 지원하고 있는듯했다. 디펜스 게임을 TCG와 접목시킨 점이 특히 그렇다. TCG를 접목시킴으로써 캐릭터카드가 랜덤으로 뽑히기 때문에 매번 플레이마다 다른 상황이 주어진다. 기존 디펜스 게임의 '정해진 해답'을 없앤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특성은 실제 TCG를 연상시키는 듯한 특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해 나가면서 새로 생기는 캐릭터들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줌으로써 지속적으로 게이머를 몰입시킨다.


레어디펜스는 앞서 말했듯이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엉망이다. 솔직히 나도 첫 게임을 해보고 바로 삭제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순간을 넘기고 나니 몇 시간동안 계속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몇 만개의 리뷰를 남긴 사람들이 모두 이런 심정이었을꺼라 생각하니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딱 두 가지로 이 게임은 먹어준다. 세 종류의 타워와 두 종류의 마법이라는 단순함. 적절한 난이도 조절.(사실 후반엔 꽤나 어렵다.) 코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시스템은 철저히 대놓고 유료 결제를 노린 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런 게임들이 갖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잘 회피했다. 그 치명적인 문제점이란,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더 진행할 수 없는' 난이도이다. 그야말로 '유료 결제'를 강제받는 것인데, 이것이 개발자의 입장에선 수익을 더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오산임이 일반화되어 있다. 유료결제를 강요받기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그 게임을 그냥 삭제해버리니까. 유료 결제를 선택으로 만들고,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성공적인 모바일 게임의 BM(비지니스 모델)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정말 잘 부합한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나타나 인기를 끌기 시작한 디펜스 게임. 이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관리하기'라는 재미에서 그 이유를 찾고자 한다. 사람들은 '관리'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듯 하다. 그 본질적인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내가 더 잘 관리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란 곧 성취, 긍정적 피드백이 아닐까. 심시티나 xx타이쿤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 또한 그런 것 아닐까. 주어진 자원을 잘 투자해서 점점 멋진 도시가 되어가는 모습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디펜스 게임과 '심시티'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주어진 자원을 잘 투자하여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게임인 것이다. 대부분의 디펜스가 건물을 건설하는 것을 감안하면, 심시티와의 차이는 결국 '더 눈에 보기에 예쁘고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느냐'와 '몰려오는 적들을 더 효율적으로 처치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디펜스 게임의 장르는 가히 놀라운 하이브리드가 아닐 수 없다. 심시티 류의 관리하기 게임을 따분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게이머들에게 '전투가 일어나는'이라는 적절한 옷을 입혀준 것이다. 이런 그림을 보여주으로써 게이머는 비슷한 메커니즘을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전략적인 재미', '긴박감' 등등을 느끼게 된다. 심시티 류가 연속적으로 지속해서 플레이해야하는 반면 단발성으로 끝낼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 또한 모바일 게임에서는 획기적인 것이다.

사실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위 두 게임들은 모두 이 '디펜스 게임의 재미'에 충실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름의 인기를 얻지 않았을 까 싶다. 두 게임 모두 특색이 강해 배워야할 점도 확실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심심할 때 한 번 다운받아보시길..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0057 캐주얼 게임 디자인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의 구체적인 기획을 작성할 때가 되었고, 그 기획을 위해 참고해야할 책으로 좋아 보여서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게임 기획서, 그 중에서도 최근엔 캐주얼 게임에 관한 기획론에 대한 책을 꽤나 여러 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내용이 엄청나게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때문에 중간중간 훑어 보면서 읽었지만 이 책에서 느낀 점은 꽤나 좋다.

프로그램 설계를 하다보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주 쓰이는 설계 패턴이 나온다. "Design Patterns"라는 책은 프로그래머들의 바이블같은 책으로, 이러한 설계의 확장성,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상황상황 맞는 디자인 패턴들을 잘 정의하고 정리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캐주얼 게임 디자인'분야의 Design Patterns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짝맞추기 : 비주얼드
-정렬하기 : 카드놀이
-찾기 : 숨은 그림 찾기
-관리하기 : flight control
-때리기 : 두더지 잡기
-chaining : 연속적으로 성공 했을 경우의 보상(애니팡의 콤보 등등)
-물리학 기반 : 앵그리버드
-사회성 : 타이니팜 등의 소셜 게임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패턴들은, '성공적인 캐주얼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규칙 속성들이다. 프로그래밍에서의 패턴과 같이, 여러 가지 패턴들을 적절히 접목시키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재미가 보장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게임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초중고 학창시절에는 게임 디자인이 제일 쉬운 일일 거라 생각했다. 그저 재미있게 상상하는 것이 제일 재밌고 즐거운 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개발을 실제로 하고 있는 요즘, 제일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한 기획일이 제일 어렵구나라는 것 요새 많이 느낀다. 사람을 만든다면 영혼을 만드는 일일테니까.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0056 Rune Raiders




아는 분이 소개시켜줘서 다운받은 게임. 해외에서는 꽤나 인기를 끈 듯 하다. 무엇보다 이 게임을 당장 받게 끔 한 것은 잘 다듬어진 시스템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턴방식 시뮬레이션 RPG(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삼국지 공명전, 조조전 시리즈나 파랜드 택틱스 등을 떠올려 보라)를 모바일에 접목시키려면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 라는 고민의 산물인 듯 했다.

간단히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전진시켜 나가면서 배치되어 있는 몬스터들과 싸우는 방식은 단순하고 배우기 쉽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의 특성이 잘 살아있기 때문에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단점이 있다면 '어려운 난이도'이다. 고전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난이도로 플레이타임 증가시키기' 방식을 쓰고 있다. 쉽게 말해서, '레벨 노가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요즘 게임트랜드(귀찮고 짜증나는 것은 일체 시키지 않는. 심지어 요즘 게임은 다 튜토리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메뉴얼 조차 없다)에 익숙해진 나는 이것이 짜증으로 다가왔다.

이해는 한다만 방식이 잘못됐다.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끝내고 싶기 위해 유료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싶었겠지만, 이런 것은 서바이벌 모드의 플레이어들에게 한정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도 즐겁게 하다가, 어느 순간 레벨 노가다를 하지 않고서는 게임 진행이 안 되자 레벨 노가다를 시작했다. 더 진행하고 싶어 레벨 노가다를 조금 하다가 질려버렸다. 만약 시나리오 진행 모드에서 난이도를 노가다없이 클리어할 수 있도록 조절했더라면, 이 재미있는 게임시스템에 매료된 플레이어들은 모두들 한결같이 끝까지 클리어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그들은 시간 떼우기로 서바이벌모드를 할테고, 그러다보면 유료결제를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모바일 게임의 S급과 A급의 차이가 이런 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게임은 분명 재밌지만, 얼마 전의 Plants vs Zombies와 같은 게임보다는 세밀하게 유져를 신경쓰는 것이 떨어졌다.

'유료 결제가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라'라는 명제의 중요성을 다시 금 느끼게 해준 게임. 게임 시스템은 정말 멋지고 게임 자체는 정말 즐겁다. 찾아보니 3$에서 무료로 풀린 것 같으니 한 번 꼭 해보시길!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0055 007 스카이폴



007은 정말 오래된 시리즈물이기에 약간은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매번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항상 있다. 이번 시리즈 역시 예고편을 통해 기대하고 있었고, 꽤나 재미있게 즐겼다.

이번 영화의 주제는 '과거를 통한 미래 읽기'쯤으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적당히 시리즈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007시리즈의 고정된 포지션의 등장인물들(배우 자체는 바뀌지만..)과 악당을 추격하는 레퍼토리는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이 장면 자체의 스토리들만 본다면 별 다를 것없는 007시리즈지만, 007은 미래 읽기를 '영상미'로 한 듯하다. 자칫 길게 느껴지는 오프닝 영상은 한 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상하이에서의 전투나 서버실에서의 배경은 영상미가 정말 뛰어나게 느껴졌다.

재밌는 점은, 앞서 설명했듯이 '과거를 답습하여 미래를 맞이하자'는 식의 메시지가 007시리즈 자체의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음과 더불어, 영화의 내용 자체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Q는 신기하고 기발한 무기 대신 사용하지 않고 달랑 권총과 수신기를 준다. '요즘은 볼펜 폭탄 같은거 안 써요..'라며. 하지만 권총은 손금 인식을 통해 본드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이다. '과거를 답습한 미래'와 잘 들어맞지 않는가? 마지막 장면 또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그곳으로가 재래식 무기들을 사용하며 '과거를 잊은 미래'의 상징인 악당과 맞선다. 하나의 메시지를 시리즈 자체와 본 영화의 내용 자체에 메타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읽기가 개인적인 평일 수 있겠지만, 뭐 나는 그렇게 읽었고, 그에 재미를 느꼈다.

단순한 첩보물로 보면 조금 심심한 영화이기도 하다만, 007시리즈의 여러 측면에서 보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0054 늑대소년


'성공하려면 여심을 공략하라.'는 말이 어느새 정설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컨텐츠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여러 통계자료가 말해주듯, 다양한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술을 먹거나 게임하는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실용적, 기능적 소비 성향을 갖는 반면, 여성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대상에 좀 더 끌리기 때문 아닐까.

'늑대소년'의 소감은 한 마디로 '100% 여심 공략 영화'라 할 수 있다. 내가 여성은 아니지만, 보는 내내,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다 못해 후벼 파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생기고, 자기 말을 잘 들어주며, 힘도 세고, 자신을 지켜준다.' 이렇게 자신에게만 헌신하는 남자, 모든 여자들의 로망 아닌가? 모든 장면 장면들이 이를 염두해두고 만들었다는 것을 느꼈고, 영화관에서도 몸서리 치는 여성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평범하다. 권력을 가진 악당이 한 명 있으며,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도와주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발전해 나가는 이야기. 하지만 디테일에 있어서, 집요하게 여심을 공략했다는 점이, 이 영화를 '중기 앓이' 붐으로 이어가게 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 컨텐츠 산업에서 '게임'만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널리 퍼지면서, 이젠 여성 게이머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내 생각엔 앞으로의 게임 산업 역시, '여심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 게임이 성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0053 Plants vs Zombies


또 하나의 멋지고 재밌고, 그렇기에 성공한 게임을 플레이해보았고(다 몇 일만에 다 깨버렸다.) 좋았던 점에 대해 간단히 남기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기본에 아주아주아주 충실하다.
단순한 조작과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성. 만일 타워디펜스류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직관적으로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잘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무엇보다도,
'처음에 배워야할 것,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점은 치명적으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지치게 해버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바로 그 게임을 꺼버리고 지워버리게 만든다.

이 게임은 정말 단순하고,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전혀 없다.

자, 그럼 반대 극단엔 무엇이 있는가?
'단순하고 쉬워서 배우긴 금방 배웠는데, 그만큼 빨리 질려.'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패턴과 동작방식을 조금씩 바꾼 좀비들과 그에 대응하는 식물(타워)들이 하나씩 하나씩 적절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다. '새로운 타워를 건설해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에 쉬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를 진행하게 만든다.

위의 두 가지 flow만 잘 들어 맞게 짜도, 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하지만 '좋은 게
임'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분위기'설정 또한 이 게임을 완벽하게 만든다.

바보같은 좀비들과 그에 대항하는 식물들이 적절한 세계관을 이루며, 이야기를 확장해나아가는, Plants Vs Zombies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플레이를 하면 할 수록 이 게임에 더 애착이 간다.

뭔가 최근에 고민했던, 최근에 들었던, '좋은 게임이 가져야할 요소'를 모두 교과서처럼 들어맞는 게임이 이 Plants Vs Zombies가 아닌가 한다. 정말 좋다. 이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