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0072 19곰 테드


유쾌하게 보기 좋다기에 VOD가 뜨자마자 봤다. 꽤 즐겁게 봤다. 주인공의 간절한 소원으로 인격을 갖게 된 곰 인형과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로멘틱 블랙 코메디의 전형이랄까. 여기서 블랙이 들어간 이유는 나오는 소재가 꽤나 자극적인 것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노골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늘 하는 이야기지만, 뭔가를 '일관성 있게 의인화'시키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인 것 같다. 그것이 독특할 수록 좋으며, 기대와 다른 인격을 갖게 된다면 더 재밌다. 테드가 그렇다.

곰돌이 인형인 테드는 일자리도 갖고, 여자친구도 있으며, 술도 마신다. 곰돌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격은 딱 놀기 좋아하는 약간 불량한 성인 남성이다. 곰돌이의 모습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테드를 보고 있으면 참 재밌다. 거기에 일관성있게 의인화된 부분도 재밌다. 다치면 솜뭉치가 삐져나오고, 그를 수술하기 위해 바느질을 하는 등의 테드가 '곰돌이'임을 이용한 공감대 형성 또한 테드를 더욱 재미있는 캐릭터로 만들어 준다.

이 영화를 치밀한 스토리 구성이나 잘짜여진 설정같은 걸로 보려는 사람은 없겠지.
겉모습만큼 만족스러운 영화다.

0071 Hero Academy



최근에 읽은 책에서 꽤나 감명깊은 구절이 있다. '우아한 게임'에 관한 정의 였다. 우아한 게임이란 '단순한 행동(규칙)으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우아한 게임'의 대표적은 예는 체스다. 체스는 정말 단순한 말들의 이동 규칙만 익히면 끝 없는 전략이 펼쳐진다.

Hero Academy는 개인적으로 '캐주얼 체스' 정도로 평가했다. 체스보다 더 우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요즘 트랜드에 맞게 적절히 룰을 변형 시킨, 체스같은 방식의 턴 전략 게임이다. 트랜드에 맞추다 보니 룰은 조금 더 복잡해진 감이 없지 않지만, 좀 더 게임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게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보지면,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팀을 골라 다른 플레이어와 멀티플레이로 대전하는 게임이다. 각각의 팀에는 팀 특성, 근접, 원거리, 마법사, 치료사, 영웅 유닛 등과 몇 가지 마법이 있으며, 이들이 각기 조금씩 다르다. 위 스크린샷과 같이 좁은 맵의 몇 가지 지형 오브젝트가 있으며, 이들이 중요한 거점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전략이 펼쳐진다.

각 턴에는 5번의 행동을 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의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하나의 턴을 소모한다. 새로운 유닛을 배치하거나, 이동하거나, 공격하거나 마법을 쓰거나 등등.

글로 설명하다보니 조금 복잡해보이지만, 몇 번만 해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사실, 이 정도였으면 굳이 리뷰를 쓰지 않았겠지만, 이 게임의 리뷰를 쓴 진짜 이유는 '비동기식' 멀티플레이를 훌륭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내 턴을 마치고 나면 상대방이 턴을 끝낼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다. 내 턴 동안의 5번의 행동이 서버로 전송되고, 상대방은 그것을 전송받는다. 나는 그동안 다른 대전게임의 내 차례 턴을 수행하거나 다른 볼일을 보다가, 상대방의 턴이 끝났다는 알림을 받으면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 상대방이 행동을 확인하고 내 턴을 수행한다.

턴 방식 게임 + 멀티플레이의 고질적인 문제인 '상대방 턴을 기다리는 시간'과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 상 오랜 시간 붙들고 있을 수 없다는 문제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해냈다. 진득하게 플레이하는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정말 이 비동기식 멀티플레이 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꽤 플레이했지만 지금에는 큰 단점을 발견하여 잘 손이 안 간다. 서로 짧은 시간에 턴을 주고 받는 흐름이 끊기기 시작하면 한 게임에 몇 일씩 계속 질질 끌면서 이어지는데, 이것이 상당한 지루함을 준다. 진득하게 전략을 짜는 것도 좋지만 결과가 언제 날지 보이지 않는 전쟁 게임을 누가 하겠는가.

비록 큰 단점이 되기도 했지만, 이 '비동기식 멀티플레이'는 꽤나 획기적이었고, 언젠가 이를 응용하면 좋은 대전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전략게임을 좋아한다면, 분명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0070 Portal



70편의 리뷰를 써 오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훌륭하다'라고 평가받는 것들을 잘 기억해놨다가 언젠가 나중에 꼭 해본다는 것이다. 이번 리뷰의 'portal' 또한 그러하다. 획기적인 게임 방식으로 극찬받은 이 게임의 1-2의 합본을 요번 크리마스 세일로 저렴하게 구입가능한 것을 보고 단 번에 질렀다. 그리고 바로 1탄을 플레이 했다.

난 종종 이런 훌륭한 게임을 잡으면 자체적으로 '켠 김에 왕까지'를 한다. 짧은 플레이타임으로도 유명하다더니, 3-4시간만에 다 깨버렸다. 엔딩을 보면서 예전에 리뷰를 올렸던 게임 warp가 떠올랐다. '켠 김에 왕까지'를 한 점이나, 공간을 주제로 한 퍼즐이라는 점에서 무척 다른 모습이지만 비슷함을 느꼈다.

Portal은 제목에서와 같이 특정한 벽에 포탈을 설치할 수 있는 총을 갖고 진행해 나가는 게임이다. 파란색과 주황색 두 가지 포탈을 설치하면 둘은 서로 연결된다. 몇 가지 장애물과 더불어, 포탈을 통해 '중력'을 잘 이용하여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하는 방식이다.

'공간이 연결된다.'는 어찌보면 단순한 한 문장으로 정말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게임의 우아함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다. 사실 이건 게임이라기보다 현대 예술 작품에 가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름의 스토리는 역시 밸브 답다는 생각의 스토리이다. 하드모드와 2탄은 아직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아이디어를 써서 퍼즐을 풀기 좋아하는 나같은 도전 유형의 게이머라면 이 게임은 사랑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게임을 끝내고 재밌는 것을 발견했는데, 바로 '개발자 커멘터리 모드'다. 간단히 플레이해보았는데 나같은 인디 개발자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의 레벨 디자인이 왜 이렇게 되어있고 어떤 의도를 갖고 플레이어가 뭘 경험하길 바랬는지에 대한 디자이너의 코멘트가 나와있다. 거기에 코멘트를 피드백받기 위해 탑재된 이 모드는 정말 순수하게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충분히 담겨있어 두 번 감동 받았다.


공간이 연결되는 경험, 함께 해보자.

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0069 용의자 X의 헌신


얼마 전 한국판, '용의자 X'를 보고 리뷰를 남겼었다. 매력적인 스토리 때문이었을까? 좀처럼 같은 이야기를 두 번보진 않지만, '원작'이 궁금해졌다. 같은 이야기를 다룬 서로 다른 영화의 서로 다른 영화는 어떻게 다를까? 라는 궁금증까지 더 해져 보게 됐다.

스릴러 영화에서 스토리를 알고 있는 것은 큰 단점이 된다. 스릴러에서 중요한 '스릴'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처음 볼 때 놓쳤던 세세한 복선, 여러 가지 장치들, 사소한 것들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 처음 보면서 놓치기 쉬웠던 깨알같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단 같은 이야기 틀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판은 한국판보다는 등장인물 구조가 좀 더 복잡하다. 원작 소설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판에서 이에 대해 신경을 쓴 것 같다. 원작의 복잡한 인물관계에서, 여러 인물을 하나의 인물로 합쳐서 2시간짜리 영화에 맞는 인물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확실히 전에 지적한 '문화'라는 측면에서 원작이 더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느껴진다. 일본 이야기 특유의 '캐릭터성'을 잘 살리는 점 또한 원작과 비교해 이색적으로 보였다.(영화 첫 장면을 통해서 '유카와'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일본의 이야기 특유의 방식대로 캐릭터성을 얻게 된다.)

'눈물을 자아내는 연출'에 있어서 한국 영화의 수준이 확실히 높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같은 장면을 만들었음에도 훨씬 뛰어나게 느껴졌다.

같은 이야기, 다른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뭔가 색다르고 재밌었다.
사실 둘 중에 뭘 보라, 추천하진 못할 것 같다. 둘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0068 더 콜러



과거에서 걸려온 전화, 그 전화를 건 사람이 과거의 어린 시절의 '나'를 괴롭히고, 그 영향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더 콜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타임머신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시간 여행'요소를 공포영화와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공포를 만들어낸 참신한 영화다.

우연히 보게 된 이 영화는 사실 처음엔 지루함을 많이 느꼈다. 전개가 너무 느리고, 의도적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 흔적이 너무 많이 보였다. 조명은 시종일관 어두우며, 잘 이해가 하지 않는 카메라 무빙은 특히나 초반부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 영화의 소재, 과거의 사람이 과거의 나를 괴롭히며 현재를 변화시키는,가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정말 긴박하다. 시공간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다는 점은 정말 무서운 공포를 자아 낸다.


시간 여행과 공포영화를 적절히 조합시켜 새로운 창의성을 만들어낸 이 영화. 연출이 조금 아쉽지만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0067 그리스 로마 신화


작년 여름에 그리스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나는 신화나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이번 기회에, 같은 유적지를 좀 더 유익하게 경험하고자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가기로 마음 먹고 구입하였다. 하지만 당시엔 600페이지 가량되는 이 책을 결국은 앞 부분만 조금 끄적이다 말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리스 여행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 많은 판타지 컨텐츠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전체를 다 읽으리라 다짐하며 이 책을 가까운 곳에 꽂아 두었다.

이제서야 다 읽게 된 것은, 사실 이 책이 그리 재밌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크다. 너무 재미있는 컨텐츠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 역치가 높아져서 일까? 1800년 대에 미국에서 발매된 이 책은 당시에 베스트 셀러로, 대중들의 교양 수준을 높이는데 일조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재미있게 읽진 못했다.

방대한 신화를 한 권에 담으려다 보니, 저자는 신화 이야기를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담아 냈다. 이것이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재미없게 만드는 큰 원인이 되었다.

수 많은 신과 요정들, 혹은 그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나열되다 보니 이야기에 전혀 몰입되지 않았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이름 조차도 어렵고 익숙치 않다보니 누가 누구였는지 헷깔려 계속 페이지를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해당 신화를 묘사한 멋지게 인쇄된 명화들이었다. 상상 속에 인물들이 멋지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지루한 이야기 전개에 한 줄기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사실 책을 보다 마는 짓을 잘 못 한다. 책을 그 내용 자체에 대한 흥미로 읽는 것이 가장 첫 번째지만 '다 읽었다'는 만족감 또한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꽤 나쁜 습관일 수 있는게, 한 번 잘못 책을 만나면 그 책이 끝 날 때까지 독서효율이 엄청 떨어진다. 이 책 또한 그런 책 중 하나 였고, 대강대강 글씨만 읽고 지나간 부분이 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없을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좋지 못한 이야기의 특징'들을 이 책이 갖게 된 이유는 저자가 못나서가 아니라, 신화라는 특성 상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컨텐츠에서 사용된 소재들이나, 신화 자체의 기발한 상상력들을 읽고,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더라도,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는 것만으로 의미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중에라도 신화에 대한 기초 레퍼런스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화를 소재로 사용한 다양한 컨텐츠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누가 누구랑 어떤 연관이 있고, 어떤 연고에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큰 줄기에 따라 이해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 리뷰에서 내내 재미없다는 말만 늘어놨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특히 뭔가 '창작, 창조'해야하는 일을 할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0066 은교



오늘 하루만 무료라는 hoppin 광고가 날라왔다. 투표일을 기념하여 하는 행사같은데, 마침 은교는 보지 못했으나 보고 싶었던 영화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보게 됐다.

사회 이슈 중 하나인 아청법 논란에서 반론의 소재로 꼭 나오는 '은교'인 만큼 여고생을 주제로 한 외설젹인 묘사가 꽤 있다. 더불어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꽤나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꽤 많은 주변들이 이 영화를 보고 평에 대해 이야기 해주던 기억이 났다. 주변 지인들은 '야하기만 하고 그냥 그렇다' 정도의 평이었다.

하지만, 내 관점, 내 취향에서 은교는 최근에 봤던 정말 최고의 드라마 영화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게 봤다.

시간, 사랑, 성공

삶을 세 단어로 요약하면 저것들이 아닐까. 때문에 이 세 가지는 어느 이야기에서나 나올 수 밖에 없고 생각한다. 은교는 이 세 가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정말 우아하게 복합적인 갈등을 만들어 냈다. 어떻게 단 세 명의 인물 만으로 이런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라는 놀라움이 너무나도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더불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특히 은교 역의 김고은 씨는 정말 매력적이다..) 멋진 장면 연출(박해일이 숨어서 은교를 지켜보는 장면들은 정말 일품이다.) 깔끔한 스토리 전개와 적절한 순간에 밝혀지는 이야기의 내막 등은 흠잡기 힘들 정도로 정말 좋았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다.
정말 좋은 영화를 놓칠 뻔 했으나 무료로 보게 해준 hoppin에 감사하며..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0065 Arms


어렸을 적에 재미있게 보다 말았었던 만화. 팔에 부착된 엄청난 힘을 갖게 된 주인공에 얽힌 이야기. 내 기억으로는 재미있는 소재의 소년 만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재미있는 소재의 결말이 궁금해졌기에 이제와서 (10년 만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거 참, 얼마 전에 읽었던 기생수 정도되는 놀라움을 느꼈다. 기생수의 리뷰에서도, 크고 나서 식견이 넓어짐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본작 또한 그러하다.

사실 이 만화를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이 만화의 초반부는 내 기억 그대로 였다. 흔한 일본의 소년 만화처럼, 고교생인 주인공이 알 수 없는 힘을 갖게 되어 성장하게 되는 스토리. 거기에 좀 어리숙해보이는 이야기 진행은 그냥 시간 떼우기로 적합한 소년만화의 이미지를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만화를 진행해 나갈 수록 작가가 이 이야기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때 부터 찬찬한 스토리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의 토대는 나름대로 탄탄하다. 나름의 세계관을 만들어 주어 이야기 속 세계에 좀 더 애착을 갖게 하며, 암즈만의 독특함을 갖게 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의 토대로 삼는 것은 꽤나 좋은 도구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물론 우아하게 연결할 장치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원작의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줄 수 있으며, 원작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이야기의 탄탄함을 만들어 준다.

SF물로서 나름의 과학적 설명을 하려는 시도는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 준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등장 인물들의 변화다. 매력적인 악당이 나오는가 싶다가도 아군이 되기도 하며, 가치관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대립관계는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주인공들 또한 불안 요소를 항상 안고 있어 괴물이 되기도 하는 점 또한 이야기를 조마조마하면서 따라가게 한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전체적으로 내용 전개가 깔끔하진 않지만(군더더기는 조금 있는 편이다.) 단순히 싸우는 내용 이상의 소년만화다.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0064 The Art of Game Design



작년 봄 학기 때 학교에서 인문대생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수행인문학 전공 제도의 '게임 기획과 분석'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님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는데, 당시 나는 막 iOS api를 만져 보고 실험해보며 게임 어플 제작을 꿈꾸던 상황이었다.

그 때 그 교수님이 이 책은 게임 개발자에게 바이블과 같은 책이니 만약 게임 개발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한 권쯤은 구입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엔 구입해놓고 깨작깨작 읽다 말았던 기억이 났다. '기획'의 중요성보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더 중요한 당면과제였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요새는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 게임을 만들다 자주 막히게 되었는데, 그 원인이 모두 처음부터 치밀한 기획없이 덕지덕지 붙여 누더기 옷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래서 기초를 다지자는 마음으로, 개발의 슬럼프를 극복하고자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 블로그에도 '게임의 재미'에 관한 책, 기획에 관한, 디자인에 관한 책을 읽고 남겨 놓은 리뷰가 꽤 있다. 그 만큼 '어떤 것이 재미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런 책들을 읽어 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읽은 이 책이 단연 압권이었다.

사실 '재미있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무척 힘들다. 그래서 이전에 읽은 책들은 대부분 '어떤 것이 재미있는지'에 관한 설명을 주로 하곤 했다. '짝 맞추기', '관리하기',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책에선 '게임이 뭔지'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정의를 하면서 논지를 발전시켜나가는데 이것이 굉장히 재밌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정의. 생각지도 못했던 정의다. 하지만 저자의 부연 설명이 참 그럴싸 하다. 우리의 기억과 경험은 단편화되어 남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있는가? 가령, 오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기억 속에는 다양한 사건들이 있다. 카페까지 걸어갔는지, 카페에서 화장실은 몇 번 갔는지, 맞은 편 사람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는 않았는지.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인상적이었던 주요 경험만을 기억에 남기며, 자신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만 경험으로 남는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 역시 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FPS게임에서 우리는 단지 마우스를 움직이며 클릭하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총 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식이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무척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경험을 만들어준다'는 이 정의는 무척 와닿았고, 내 게임의 기획에도 적절히 반영시켜야 함을 느꼈다.

앞의 교수님과 같이, 게임 개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0063 God Of Blades



이 게임이 app store 상위권에 처음 나타났을 때, 난 그리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단 그래픽이 너무 구시대적으로 느껴졌으며, 화면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사진을 타이틀 화면으로 걸지 않은 이유다) 딱 봐도 지겨운 횡스크롤 액션 게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날 이 게임이 0.99달러로 세일을 하면서 app store 최상위권까지 올라갔다. 그제서야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이럴 때 보면, 난 고집있는 듯 하면서도 의외로 팔랑귀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1달러를 투자해보기로 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새벽에 다운을 받았는데 아침에 해뜨는 걸 보게 되었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고민해보고 분석해보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게임의 조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이전의 게임 리뷰에서도 수도 없이 해왔던 말 일지도 모르지만) "배우긴 쉽고, 마스터하긴 어려운 게임". 이 게임은 이 말에 놀랍도록 충실하다. "칼 싸움"의 경험을 가위바위보 식의 선택지(가로베기, 올려베기, 내려베기, 막기)만으로 만들어 냈다. 엄청나게 찰진 타격감과 수준 높은 AI로, 타이밍 맞춰 4가지 동작 중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입력해주는 것만으로도 '칼싸움'의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단순함 속의 다양함이 바로 '다양한 칼의 수집과, 그에 따른 칼의 특수능력'이다. 다채로운 디자인의 칼은 이 게임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칼의 무게에 따라 동작의 빠르기와 줄 수 있는 파괴력이 달라지며, 일정시간마다 쓸 수 있는 특수능력은 게임이 지루하지 않도록 한다. 이에 수집욕이 더 해져 이 단순한 칼싸움을 계속하게 만든다.

게임 시스템 적인 것은 재밌는 게임의 핵심적인 것을 잘 수용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해외에서 정말 고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아트웍과 스토리텔링이다. 이 글 서두에 조악하고 구시대적인 그래픽으로 보여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부분이 보이지만, 사실 이 그래픽은 이야기나 세계관에 무척 잘 어울리는 그래픽이었다.

너무 어려운 고어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영어 스토리를 제대로 해석내지 않고 바로 스킵하는 때가 많았지만, 철학적인 메시지 담고 있는 스토리(공허와 존재 생명 시간 공간 기억 등등)와 그를 담아낸 아트웍이 정말 현대 미술을 보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좋은 게임이었다. 언젠가 시간이 다시 난다면 캠페인 모드의 스토리를 하나하나씩 다 해석해가며 다시 플레이해봐도 좋을 정도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이런 중독적인 액션 게임과 심오한 스토리텔링의 부조화 정도랄까? 나처럼 첫 인상만 보고 다운을 주저하게 되는 사람이 태반일 것 같고, 두 번째로 나처럼 액션 게임의 재미 자체에 치중한 나머지 깊은 스토리 텔링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태반일 것 같다. 가볍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이 매커니즘에 넣었더라면 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0062 연가시



나는 특이하게도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 흥미가 많이 생긴다. 치명적인 전염병이 번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사회성, 공중도덕 등이 철저히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배트맨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이 정부를 장악한다거나 하는 식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지만 현실감의 측면에서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쪽이 좀 더 흥미진진하다.

연가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상 다큐멘터리'로 평가하고 있는 '컨테이젼'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재밌게 봤지만 크게 흥행하지는 못한 것 같은 영화 '컨테이전'은 치사율이 높은 독감이 사회에 퍼져 나가면서 사람들의 사회가 어떻게 무너져가는 지를 다룬 영화인데, 연가시의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

연가시를 '한국형 전염병 영화'로 평가하고 싶다. 전염병 영화의 이면에 '음모'를 심어 넣었고, 가족 간의 사랑을 넣었다. 감정 씬이 내게는 불필요해보일 정도로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성을 크게 해칠 정도는 아니며, '한국적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을 만 했다.


'전염병'을 소재로 다룬 영화에 흥미를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극악하게 잔인한 영화(쏘우 등등)와 비교할 정도의 공포는 아니지만, 현실감 가득한 내용 전개는 '실제로 일어날 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되며 이는 어떤 공포 영화보다 무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가시'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만든, 꽤 잘만든 '전염병' 영화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2년 11월 27일 화요일

0061 도둑들



거물급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잘 어우러진 영화라는 평을 받아 꽤나 흥행했다는 이 영화. 뻔할 것 같았지만 호기심 반 오락영화 스트레스 해소 반 해서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재밌다. 다만 별로 할 말이 없다.

어떤 컨텐츠가 좋게 평가받으려면 두 가지 방향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완전히 독창적인 어떤 것이거나, 기존의 '좋다'라고 평가받은 것들을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 도둑들은 완전한 후자에 속한다. 이런 '도둑질'류의 액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새로움보단 익숙함, 낯 익은 장면과 스토리 전개가 이어진다. 하지만 지루한 전개나 내용을 해치는 장면이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며, 자칫 잘못하면 어수선해질 수 있는 거물급 배우들의 대거 등장 또한 잘 버무려 재미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락 영화로서 즐겁게 봤다.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0060 템테이션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 씨의 소설이다. 서점에 가면 소설 베스트 셀러의 상위권에 항상 빅 픽처와 나란히 있는 이 소설을 보고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있던 차에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개도, 내용도, 메시지도 모두 재밌고 공감되어서 좋다. 그 전에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상황 설정이 '빅 픽처'와 매우 비슷하다. 마치 '더글라스 케네디 식 패턴'을 만들어 낸 듯 하다.

반복되는, '성공'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부부관계의 갈등, 이혼, 바라던 분야의 성공, 한 순간에 성공을 잃게 되는 상황->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

등장인물들은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사실감 있다. 후회스런 선택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감정적이다. 때론 감정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묘한 이끌림에 후회할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순간 순간의 선택이 삶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 지 또 한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재밌었던 장면은,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가 실패하는 상황이 되자 일제히 주인공에게 등을 돌리는 새로 사귄 등장인물들이 다시 오해가 풀리고 성공한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하자 주인공에게 다시 연락해오는 모습이다. 자신이 힘들 때 외면하던 그들을 주인공은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 이것이 참 재밌다. 주인공이 '관계'라는 것이 이해관계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 받아들인 것이다.

마지막에 갑자기 주인공이 독자에게 독백을 하기 시작한다.

'삶은 결국 이야기고,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존재해야한다. 살면서 살아가는 갈등을 받아들이고, 지나간 것에 후회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문학 이론의 문외한으로서 소설의 완전성에 어떤 영향을 줄진 모르겠지만 마지막 한 장의 이 재미있는 '독자를 향한 독백'이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 '아미티지'씨가 실제 인물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 그만큼 이야기나 인물 묘사가 실제 이야기 같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빅픽처2'의 느낌이 강하다. '빅 픽처'를 읽을 때 생소하지만 강렬했던 이야기 패턴이 똑같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빅 픽처'와 나란히 베스트 셀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른 소재와 메시지를 입힌 것 만으로도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식 패턴'이 그 만큼 매력적인 패턴이기 때문이 아닐가.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0059 EBS 다큐 프라임 :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친구의 소개로 보게 된 다큐멘터리. 평소에 내 성격과 내 행동방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분명 내성적인 사람이었지만, 대학생활을 하면서 꽤나 외향적이 됐다고 생각했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꼽는 내향적인 사람의 특징 대부분을 내 성격도 갖고 있다는 것에서 내 성격이 스스로 내향적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이 블로그를 쓰는 자체도 내가 내향적이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다.

사실 요즘에 성격과 관계에 대해 고민이 조금 많은 편이다. 나는 혼자있는 것이 편한 사람이다. 이 특성만 보면 전형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난 꽤나 남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욕구도 동시에 갖게 된다. 이들 둘이 충돌하면서 가끔 보면 내 스스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상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친구들과 먼저 만나자고 하면서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한다거나, 자주 보던 친구와 연락을 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일관된 행동을 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주변에 나처럼 행동하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정말 불쾌할텐데 싶으면서 고치고 싶은 점이지만,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 다큐멘터리가 뭐 그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주었거나 그런건 아니다.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는 것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 문제를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0058 Samurai Bloodshow, 레어 디펜스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지만, 나는 디펜스 게임 매니아다. 디펜스 게임류는 한 번 잡으면 좀 처럼 놓지를 못한다. 최근 작업 중인 게임도 디펜스 게임에 가까운 형식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두 가지 게임을 한 곳에 비교분석해보면서, 사람들이 왜 디펜스 게임을 즐기는지, 제공해주어야할 재미가 무엇인지 고민해볼까 한다.

먼저 게임의 특징부터 알아보면,

사무라이 블러드쇼(이하 사무라이)는 최고수준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냥 막 화려한 그런 것이 아닌, 게임 시스템에 정말 잘 어울리는 '일본화풍'의 그래픽 캐릭터와 지형으로 독특한 느낌을 주며 흥미를 먼저 끈다.

사무라이의 독특한 점은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덱을 구성하는 방식을 접목 시킨 디펜스라는 점이다. 어떤 병과의 캐릭터를 얼마만큼 뽑을지 미리 잘 구상해서 전투에 임하게 되며, 그때그때 뽑히는 순서는 TCG처럼 랜덤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야한다.

얼마 전에 봤던 Plants vs Zombies와 같이 '라인'이 있고 그 라인 별로 적들이 몰려와 각 라인에 캐릭터들을 잘 배치하며 디펜스해야하는 방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레어디펜스는 솔직히 말하면 좀 엉망이다. 그래픽도 예전 도트의 조악한 모습이며(도트로도 멋진 그래픽을 만든 멋진 작품들이 많지만, 적어도 이 게임은 아니다.) 한글화는 되어있지만 엉망이며, 시스템도 엉성하기 그지 없다.

예전에 리뷰했던 Kingdom Rush의 방식이다. 적들이 내 방어물을 공격하지 않으며, 맵에 지정된 위치 중에 건물을 적절히 배치하여 방어한다. 특이한 점은 적들이 알을 가지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끝까지 닿았을 때 끝나는 게임과 달리 좀더 긴장감과 희망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하는 이 게임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새로움이다.

이 둘을 함께 리뷰하는 이유는 다른 모습에서 같은 재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 다 아쉬운 점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오랜 시간 재밌게 즐긴 게임이기도 하다.

사무라이의 경우, 난이도와 조작성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조금씩 클리어하다 보면 너무 어려워져 여러 번 반복해서 도전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다. 디펜스 게임이지만 실시간 전략에 가까운 컨트롤을 요구하기 때문에 칸을 적절히 실시간으로 배치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캐릭터들을 조작하지 않으면 전투 결과가 현저하게 달라진다. 조작성이 형편없다는 점은 이 점에 큰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캐릭터들이 겹치기 시작하면 내 캐릭터의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기 힘이 들며, '칸 단위'로 조작함에도 캐릭터들은 '도트 단위'로 사거리를 재기 때문에 억지 타이밍을 맞춰야만 유리하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온다. 추가적으로 실시간 타이밍이 중요함에도 자꾸 '확인 체크'를 물어보는 것은 너무나도 불편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조작성을 극복하고,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할 근성이 있다면 이 게임은 콘솔 게임 급의 재미를 준다. 실제로 멀티플레이도 잘 지원하고 있는듯했다. 디펜스 게임을 TCG와 접목시킨 점이 특히 그렇다. TCG를 접목시킴으로써 캐릭터카드가 랜덤으로 뽑히기 때문에 매번 플레이마다 다른 상황이 주어진다. 기존 디펜스 게임의 '정해진 해답'을 없앤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특성은 실제 TCG를 연상시키는 듯한 특성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해 나가면서 새로 생기는 캐릭터들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줌으로써 지속적으로 게이머를 몰입시킨다.


레어디펜스는 앞서 말했듯이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엉망이다. 솔직히 나도 첫 게임을 해보고 바로 삭제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순간을 넘기고 나니 몇 시간동안 계속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몇 만개의 리뷰를 남긴 사람들이 모두 이런 심정이었을꺼라 생각하니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딱 두 가지로 이 게임은 먹어준다. 세 종류의 타워와 두 종류의 마법이라는 단순함. 적절한 난이도 조절.(사실 후반엔 꽤나 어렵다.) 코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시스템은 철저히 대놓고 유료 결제를 노린 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런 게임들이 갖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잘 회피했다. 그 치명적인 문제점이란, '유료 결제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더 진행할 수 없는' 난이도이다. 그야말로 '유료 결제'를 강제받는 것인데, 이것이 개발자의 입장에선 수익을 더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오산임이 일반화되어 있다. 유료결제를 강요받기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그 게임을 그냥 삭제해버리니까. 유료 결제를 선택으로 만들고,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성공적인 모바일 게임의 BM(비지니스 모델)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정말 잘 부합한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나타나 인기를 끌기 시작한 디펜스 게임. 이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관리하기'라는 재미에서 그 이유를 찾고자 한다. 사람들은 '관리'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듯 하다. 그 본질적인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내가 더 잘 관리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란 곧 성취, 긍정적 피드백이 아닐까. 심시티나 xx타이쿤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 또한 그런 것 아닐까. 주어진 자원을 잘 투자해서 점점 멋진 도시가 되어가는 모습을 즐기는 것이다.

사실 디펜스 게임과 '심시티'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주어진 자원을 잘 투자하여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게임인 것이다. 대부분의 디펜스가 건물을 건설하는 것을 감안하면, 심시티와의 차이는 결국 '더 눈에 보기에 예쁘고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느냐'와 '몰려오는 적들을 더 효율적으로 처치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디펜스 게임의 장르는 가히 놀라운 하이브리드가 아닐 수 없다. 심시티 류의 관리하기 게임을 따분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게이머들에게 '전투가 일어나는'이라는 적절한 옷을 입혀준 것이다. 이런 그림을 보여주으로써 게이머는 비슷한 메커니즘을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전략적인 재미', '긴박감' 등등을 느끼게 된다. 심시티 류가 연속적으로 지속해서 플레이해야하는 반면 단발성으로 끝낼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 또한 모바일 게임에서는 획기적인 것이다.

사실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위 두 게임들은 모두 이 '디펜스 게임의 재미'에 충실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름의 인기를 얻지 않았을 까 싶다. 두 게임 모두 특색이 강해 배워야할 점도 확실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심심할 때 한 번 다운받아보시길..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0057 캐주얼 게임 디자인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의 구체적인 기획을 작성할 때가 되었고, 그 기획을 위해 참고해야할 책으로 좋아 보여서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게임 기획서, 그 중에서도 최근엔 캐주얼 게임에 관한 기획론에 대한 책을 꽤나 여러 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내용이 엄청나게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때문에 중간중간 훑어 보면서 읽었지만 이 책에서 느낀 점은 꽤나 좋다.

프로그램 설계를 하다보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주 쓰이는 설계 패턴이 나온다. "Design Patterns"라는 책은 프로그래머들의 바이블같은 책으로, 이러한 설계의 확장성,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상황상황 맞는 디자인 패턴들을 잘 정의하고 정리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캐주얼 게임 디자인'분야의 Design Patterns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짝맞추기 : 비주얼드
-정렬하기 : 카드놀이
-찾기 : 숨은 그림 찾기
-관리하기 : flight control
-때리기 : 두더지 잡기
-chaining : 연속적으로 성공 했을 경우의 보상(애니팡의 콤보 등등)
-물리학 기반 : 앵그리버드
-사회성 : 타이니팜 등의 소셜 게임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패턴들은, '성공적인 캐주얼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규칙 속성들이다. 프로그래밍에서의 패턴과 같이, 여러 가지 패턴들을 적절히 접목시키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재미가 보장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게임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초중고 학창시절에는 게임 디자인이 제일 쉬운 일일 거라 생각했다. 그저 재미있게 상상하는 것이 제일 재밌고 즐거운 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막상 개발을 실제로 하고 있는 요즘, 제일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한 기획일이 제일 어렵구나라는 것 요새 많이 느낀다. 사람을 만든다면 영혼을 만드는 일일테니까.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0056 Rune Raiders




아는 분이 소개시켜줘서 다운받은 게임. 해외에서는 꽤나 인기를 끈 듯 하다. 무엇보다 이 게임을 당장 받게 끔 한 것은 잘 다듬어진 시스템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턴방식 시뮬레이션 RPG(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삼국지 공명전, 조조전 시리즈나 파랜드 택틱스 등을 떠올려 보라)를 모바일에 접목시키려면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 라는 고민의 산물인 듯 했다.

간단히 캐릭터들을 배치하고 전진시켜 나가면서 배치되어 있는 몬스터들과 싸우는 방식은 단순하고 배우기 쉽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의 특성이 잘 살아있기 때문에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단점이 있다면 '어려운 난이도'이다. 고전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난이도로 플레이타임 증가시키기' 방식을 쓰고 있다. 쉽게 말해서, '레벨 노가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요즘 게임트랜드(귀찮고 짜증나는 것은 일체 시키지 않는. 심지어 요즘 게임은 다 튜토리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메뉴얼 조차 없다)에 익숙해진 나는 이것이 짜증으로 다가왔다.

이해는 한다만 방식이 잘못됐다.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끝내고 싶기 위해 유료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싶었겠지만, 이런 것은 서바이벌 모드의 플레이어들에게 한정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경우도 즐겁게 하다가, 어느 순간 레벨 노가다를 하지 않고서는 게임 진행이 안 되자 레벨 노가다를 시작했다. 더 진행하고 싶어 레벨 노가다를 조금 하다가 질려버렸다. 만약 시나리오 진행 모드에서 난이도를 노가다없이 클리어할 수 있도록 조절했더라면, 이 재미있는 게임시스템에 매료된 플레이어들은 모두들 한결같이 끝까지 클리어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그들은 시간 떼우기로 서바이벌모드를 할테고, 그러다보면 유료결제를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모바일 게임의 S급과 A급의 차이가 이런 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게임은 분명 재밌지만, 얼마 전의 Plants vs Zombies와 같은 게임보다는 세밀하게 유져를 신경쓰는 것이 떨어졌다.

'유료 결제가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라'라는 명제의 중요성을 다시 금 느끼게 해준 게임. 게임 시스템은 정말 멋지고 게임 자체는 정말 즐겁다. 찾아보니 3$에서 무료로 풀린 것 같으니 한 번 꼭 해보시길!

2012년 11월 6일 화요일

0055 007 스카이폴



007은 정말 오래된 시리즈물이기에 약간은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매번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항상 있다. 이번 시리즈 역시 예고편을 통해 기대하고 있었고, 꽤나 재미있게 즐겼다.

이번 영화의 주제는 '과거를 통한 미래 읽기'쯤으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적당히 시리즈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007시리즈의 고정된 포지션의 등장인물들(배우 자체는 바뀌지만..)과 악당을 추격하는 레퍼토리는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이 장면 자체의 스토리들만 본다면 별 다를 것없는 007시리즈지만, 007은 미래 읽기를 '영상미'로 한 듯하다. 자칫 길게 느껴지는 오프닝 영상은 한 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상하이에서의 전투나 서버실에서의 배경은 영상미가 정말 뛰어나게 느껴졌다.

재밌는 점은, 앞서 설명했듯이 '과거를 답습하여 미래를 맞이하자'는 식의 메시지가 007시리즈 자체의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음과 더불어, 영화의 내용 자체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Q는 신기하고 기발한 무기 대신 사용하지 않고 달랑 권총과 수신기를 준다. '요즘은 볼펜 폭탄 같은거 안 써요..'라며. 하지만 권총은 손금 인식을 통해 본드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이다. '과거를 답습한 미래'와 잘 들어맞지 않는가? 마지막 장면 또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난 그곳으로가 재래식 무기들을 사용하며 '과거를 잊은 미래'의 상징인 악당과 맞선다. 하나의 메시지를 시리즈 자체와 본 영화의 내용 자체에 메타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읽기가 개인적인 평일 수 있겠지만, 뭐 나는 그렇게 읽었고, 그에 재미를 느꼈다.

단순한 첩보물로 보면 조금 심심한 영화이기도 하다만, 007시리즈의 여러 측면에서 보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0054 늑대소년


'성공하려면 여심을 공략하라.'는 말이 어느새 정설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컨텐츠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여러 통계자료가 말해주듯, 다양한 문화생활에 대한 소비는 여성이 압도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술을 먹거나 게임하는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실용적, 기능적 소비 성향을 갖는 반면, 여성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대상에 좀 더 끌리기 때문 아닐까.

'늑대소년'의 소감은 한 마디로 '100% 여심 공략 영화'라 할 수 있다. 내가 여성은 아니지만, 보는 내내,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다 못해 후벼 파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생기고, 자기 말을 잘 들어주며, 힘도 세고, 자신을 지켜준다.' 이렇게 자신에게만 헌신하는 남자, 모든 여자들의 로망 아닌가? 모든 장면 장면들이 이를 염두해두고 만들었다는 것을 느꼈고, 영화관에서도 몸서리 치는 여성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리 전개 자체는 평범하다. 권력을 가진 악당이 한 명 있으며, 곤경에 처한 여주인공을 남자 주인공이 도와주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발전해 나가는 이야기. 하지만 디테일에 있어서, 집요하게 여심을 공략했다는 점이, 이 영화를 '중기 앓이' 붐으로 이어가게 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 컨텐츠 산업에서 '게임'만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널리 퍼지면서, 이젠 여성 게이머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내 생각엔 앞으로의 게임 산업 역시, '여심을 집요하게 공략하는 ' 게임이 성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0053 Plants vs Zombies


또 하나의 멋지고 재밌고, 그렇기에 성공한 게임을 플레이해보았고(다 몇 일만에 다 깨버렸다.) 좋았던 점에 대해 간단히 남기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기본에 아주아주아주 충실하다.
단순한 조작과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성. 만일 타워디펜스류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직관적으로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

보통, 잘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무엇보다도,
'처음에 배워야할 것,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 점은 치명적으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지치게 해버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바로 그 게임을 꺼버리고 지워버리게 만든다.

이 게임은 정말 단순하고,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걱정이 전혀 없다.

자, 그럼 반대 극단엔 무엇이 있는가?
'단순하고 쉬워서 배우긴 금방 배웠는데, 그만큼 빨리 질려.'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패턴과 동작방식을 조금씩 바꾼 좀비들과 그에 대응하는 식물(타워)들이 하나씩 하나씩 적절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다. '새로운 타워를 건설해보고 싶은데?'라는 마음에 쉬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를 진행하게 만든다.

위의 두 가지 flow만 잘 들어 맞게 짜도, 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하지만 '좋은 게
임'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분위기'설정 또한 이 게임을 완벽하게 만든다.

바보같은 좀비들과 그에 대항하는 식물들이 적절한 세계관을 이루며, 이야기를 확장해나아가는, Plants Vs Zombies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플레이를 하면 할 수록 이 게임에 더 애착이 간다.

뭔가 최근에 고민했던, 최근에 들었던, '좋은 게임이 가져야할 요소'를 모두 교과서처럼 들어맞는 게임이 이 Plants Vs Zombies가 아닌가 한다. 정말 좋다. 이 게임.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0052 용의자 X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소설이 참 멋진 이야기라는 것은 군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다 때를 놓쳐 읽어보지 못했고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이번에 한국판으로 같은 이야기가 새롭게 영화화되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꼭 봐야지' 라는 마음을 먹었다.

불과 몇 년사이에 한국영화화되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명불허전, 좋은 이야기였다. 잘짜여진 이야기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스릴러적인 요소와 감동이 적절히 버무러져 있었다. 진짜 딱 좋은 추리소설 읽은 듯한 느낌이랄까? 원작 소설과 일본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식의, '현지화'영화에서 나오기 쉬운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바로 '문화'의 차이이다.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일본 영화의 그것을 참고하지 않았을리 없고, 원작 소설의 분위기 또한 참고하지 않았을리 없을 거다. 원작의 분위기나 주는 느낌을 잘 살리려면 가급적 내용을 바꾸는 것이 좋지 않겠지만, 분명 매일 아침마다 점심 도시락을 사갖고 가는 것은 '일본문화' 느낌이 더 강하다. 정확히 언급하긴 힘들지만 그 밖의 몇몇 요소들도 사소하지만 '일본문화' 고유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것을 느꼈다. 한국이 배경인 이 영화 속에서 분명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2%도 아니고, 한 1%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 영화에 '너무 좋다'는 평을 주는 사람이 썩 많지는 않은 듯 하다만, 난 '너무 좋다.'. '천재 수학자'의 고충을 동일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무죄로 만들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죄책감과 불안감까지 덜어주고자 했던 완벽한 계획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었을까. 물론, 살인을 미화했음을 간과하진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0051 루퍼


개봉 한 달 전부터, '미래에서 온 나와 싸운다'는 소재에 끌려 무척 기대했던 영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미래에서 온 나와 싸워야 한다.'는 문구가 뭔가 첨단 SF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치고 박고 싸우는 흥미로운 소재의 액션 영화'가 아니다. 내용과 메시지는 지극히 철학적이고 삶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드라마에 가깝다.

영문 포스터의 "Face your past, Fight your future."가 "미래의 나vs 현재의 나, 운명을 건 시간전쟁이 시작된다."로 바뀌었다. 분명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지는 느낌인데, 참 아쉽다.

'타임머신이 있는 미래'라는 소재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래 사회와 인간상을 그리고 있는 점에서 예전에 본 '인타임'을 연상케 한다.

인과관계는 보통 시간의 단 방향성에 따라 존재하는 데, 타임머신이라는 존재는 그 인과관계가 복잡한 끈처럼 얽혀 무한히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형성한다.

얼마 전에 읽은 GEB 덕분에 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같다. 무한한 재귀성에 얽혀버리는 이야기는 '명확한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없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든 여러가지 장치들이 돋보인다.

'루퍼', '인셉션'급 놀라움과 신선함, 거기에 재미까지 느꼈다.
주고자하는 메시지는 그 이상일지도.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0050 XCOM Enemy Unknown


'문명'제작진이 만든, 전설의 전략 게임 XCOM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플레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턴방식의 전략 게임이지만, 다이나믹함이 살아있는 플레이 전개를 잘 살려내어, 정말 재밌어보이는 게 아닌가. 약 1년 간 잠들어 있던 XBOX를 이용해 플레이하기로 마음 먹었고, 몇 일전 생일을 기념하여서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플레이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박'이다. 난 항상 게임이 왜 재밌어지는가에 대한 분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략히 내가 좋았던 점을 꼽아보고자 한다.

가장 멋진 재미는 역시 전투다. 현재는 하드웨어가 좋아지고, 게임 플레이어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 확실히 예전의, '턴방식'보다 훨씬 인기다. 옛날 게임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것 같은 '턴방식 전략'. 이 게임은 놀랍게도 '순수 턴방식'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순수 턴방식'이라 함은, 그냥 똑같이 교대로 한 번씩 하는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를 말한다. 이전의 턴방식 게임이 지루하다는 평을 없애기 위해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순서가 돌아오는 '액티브 게이지'시스템이나, 하나 못해 캐릭터별 '순발력'같은 능력치를 주어서 '순발력'능력치가 좋은 순서대로 돌아오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우리편 전체가 한 번, 적 전체가 한 번'이런 식이다.

그런데도 긴박감 넘치고 재밌다.

왜? 이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이 재밌는 이유는 '생명의 소중함'이 아닐까. 기존 턴방식 게임을 생각해보면, 한 턴이 시작되면 우르르 몰려가서 적을 공격해서 없애는 것이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지만, XCOM은 그렇지 않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라도, 캐릭터가 '사망'하면 그 캐릭터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부상'당해도 한 동안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고 치료받아야 된다. 또, 캐릭터들은 1-2번 공격받으면 사망한다. 철저히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은폐 엄폐를 활용하고, 엄호 사격을 하며 조금씩 전진해야만 대원들이 무사한채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주었지만 '그동안 키워놓은 캐릭터 아까워서 어떻게 해..'라는 점은 철저히 없애 주었다. Save & Load를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 처음엔 이걸 보고, '캐릭터 죽을일은 없겠구만.'이란 생각을 했다. 또, 이게 긴장감을 좀 떨어뜨릴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써 열심히 성장시켜놓은 대원이 사망했다. 미션은 30분 정도 진행했다. 세이브 로드가 미션 중에 불가능하다면, 30분 진행한 미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아니면 여태 열심히 키워놓은 대원들 사망인채로 놔두거나.

이거 짜증나서 하겠는가. (닌텐도 기기로 나오는 SRPG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게임이 그러한 걸로 유명하다.) 분명 XCOM:EU 제작진에서도 이점에 대한 고민을 했을거고, 훌륭한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턴방식임에도, 다이나믹한 연출은 역시 게임에 재미를 더한다. '현대전'의 턴방식 전략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는, 은폐엄폐사격, 수류탄 사용, 로켓포 사용, 연막탄 사용 등등 실감나는 지형과 어우러져 다이나믹한 연출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전략 게임은 '턴방식'이기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들은 '턴방식'을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에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턴방식'이기에 가능한 재미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배워야할 것 같다.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는 것 같고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는 더 언급해야할 것 같다. "심플하게 유지하는 게임성"이다. 전투 이외의 '운영'모드는 조금 복잡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꼭 있어야할 것만 있는 느낌이며, 후의 '컨텐츠'부족을 매꿔주는 적절한 장치로 보이며, '운영'과 '전투'메뉴의 플롯이 적절하게 이어져 있다. 두 가지 모드가 심플하게 연결되어 적절한 스토리 텔링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게임진행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캐릭터'시스템이 발군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는 성장할 때마다, 각 클래스의 특수 능력 '2가지 중 1개'만 선택하면 된다.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스킬 성장트리나, 능력치 포인트 부여같은 건 없다. 이게 너무 좋은 것은, 더 이상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적절하게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선택은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들지만, '선택'이 아닌 강제는 또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최소한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이 시스템이 정말 '최선'이 아니였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비디오 싱글플레이 게임을 이렇게 몰입해서 즐겨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 정말 물건이다.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0049 요즘


'매일 최소한 하나의 리뷰를 쓰자.'라는 스스로의 다짐이 종종 깨졌으면서도, 거의 한 달 넘게 유지되어 왔다. 최근 몇 일간의 게으름을 다 잡을 겸, 좋은 주제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 삶의 '요즘'에 대해 리뷰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 달을 되짚어보면, 규칙적으로 보낸 2주와, 자유롭게 보낸 2주가 있다. 규칙적으로 보낸 2주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과제를 내주자, 라는 생각에 7가지 정도 매일 해야할 일을 정해서 그 과제를 매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iTunesU의 강의 하나 보기, 단어외우기, 그림 연습, Arduino전자회로 실험, 프로그래밍 아티클 하나 읽고 리뷰, 본 블로그에 리뷰남기기, 정해놓은 책(얼마 전에 리뷰를 남겼던 GEB) 한 챕터씩 읽기.

이 땐, 새벽에 늘 깨어 있었다. 밤 10시부터 1시까지 대학 동기들과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다보니 늦게 자는 습관이 들어 버렸고, 점점 늦게 자기 시작했다. 새벽에 단어를 외우고, 책을 읽다 아침 해 뜨는 것을 보며 잠들곤 했다.

매일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나태하고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나하나 체크해가는 성취감과, 해결하지 못했을 때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겹쳐서, 나태함을 막아주었다. 덕분에 끈질기게 선형대수 강의를 끝까지 볼 수 있었고, GEB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습관을 100일까지 이어나가보자, 라고 마음먹었었지만, 결국 2주 만에 끝을 내 버렸다. 이게 스스로에게 꽤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 잡기도 꺼려지고(스스로 내준 과제를 다 못하게 될까봐) 조금이라도 게으르게 시간을 보낸 날이면 조급함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정적으로 이걸 그만두자, 마음먹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체크하는데에만 급급해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다. 적당히 빨리 한 것처럼 하고, 체크를 해버리는, 처음의 의도와 너무 다른 행동양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방법은 맞지 않으리라, 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버렸다.

핑계나 자기 합리화였던 것 같지만, 규칙적인 생활 뒤의 2주는 확실히 나태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그때 흥미를 쫒으리라.'고 다짐하며 자유롭게 이것저것 끌리는대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인터넷이나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등, 사이사이 버리는 시간이 많아 졌다. 무엇보다 '뭘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 이도저도 아니게 시간을 꽤나 많이 보내 버렸다. 한 가지 잘 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22시에 자는 습관, 혼자 맥주 먹지 않는 습관(스스로 깨닫기 까지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주 한 캔씩 마심으로써 판단력이 흐려지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TV앞에서 보내왔다는 것을),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로 마시는 습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지금은 22시에 자는 습관도 많이 늦춰져 버려서, 24시에 자게 되었다..만, 지금은 열 두시가 넘어 버렸네.)

그러다 게임개발자 컨퍼런스를 갔다왔고, 세상엔 너무도 똑똑한 사람이 많으며, 이렇게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 버릇하다가는 정말 내가 꿈꾸는 그런 사람이 되기 힘들거란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요즈음. 그 때의 마음은 어디 갔는지, 압박만 느끼고 게으름은 계속 찾아 온다.

마음을 다 잡고,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Box2D라는 공개 물리 엔진을 분석하며, Pixelmator로 그래픽 작업연습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 뭔가 컨텐츠를 소비한 것이 없기 때문에(사실 점심먹으면서 보려고 '넘버즈'라는 미드를 몇 편 보긴 했다...만 리뷰는 최소한 하나의 시즌은 다 보고 써야하지 않겠는가.) 리뷰는 자연스럽게 안 쓰게 되어 버린 거다.

리뷰를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어떤 것을 그냥 보고, '좋은 작품이네,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어. 감명 깊었다.'이러고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리뷰를 씀으로써 그 느낀 바를 더 잘 기억하고, 또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끔 내가 쓴 리뷰를 쭉 읽어보며 그때 얻었던 느낌을 되살려볼 수도 있다.

앞의 2주와 뒤의 2주의 절충안을 생각해본다면, 좋은 삶의 습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습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삶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뭔가 정해져 있음에 안정감을 느끼고, 완벽해보이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내 성격이 두 삶의 방식에 무한정 재귀 순환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하지 않도록 살자. 적어도 순간을 즐겁게 살자. 요즘.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0048 KGC 2012 - 3일


Mine Craft 개발 프로그래머의 강연으로 오늘 첫 번째 강연을 시작했다. 그들의 게임의 성공요인으로, '새로운 장르', '다양한 요소로 되어 있지만 복잡하진 않다.', '플레이어에게 스토리와 뭔가를 만들도록 한다.'는 점을 들었다. 'Can't please everyone'이라는, 누구나 만족시킬 순 없다는 그들의 업데이트 주안점도 마음에 와 닿았다.

다음으로 들은 강연은 온라인 게임을 위한 게임 오브젝트 설계에 관한 강연. 강연자는 게임을 '게임 오브젝트들의 상호작용'이라 표현하였다. 모든 오브젝트들을 컴포넌트를 소유하고 있는 식의 설계가 확장성에 얼마나 편리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 다양한 컴포넌트의 의존성이 필요한 ai같은 것은 controller로 따로 두어 배치시키고, 일련의 컴포넌트들의 작동해야하는 것, 오브젝트의 행동을 action으로 정의해서 컴포넌트들의 관리가 편리하도록 설계하였다. 이 action-driven방식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action을 동작시키는 패킷을 주고 받는 식으로 편리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강의는 3d max의 활용에 관한 강의였다. 사실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나에게 이 강의는 애초부터, '어떤 방식으로 그래픽 리소스들이 만들어지는가'에 중점들 두고 본 강의였다. 모델링을 만들고, 입체화시키고, 표면을 다듬고, 애니매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하나의 3d max 툴에서 간단하게 작업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아는 것이 힘'임에 놀랐다.

기조강연 두 가지가 이어졌다. SCEA의 Sleeping Dong을 최근에 출시한 디렉터분의 강연. 다른 기조강연들과 마찬가지로 컨퍼런스의 주제에 맞게, 앞으로의 게임에 대한 제시를 해주셨는데, More Realistic, More Sociable, More Accessible, More Enduring 네 가지를 제시하셨다. 인상 깊었던 것은 더 좋은 하드웨어로 더 Realistic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질텐데, procedural content들과 이를 위한 각종 툴들을 개발함으로써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쉽게 이야기해 디아블로의 random generated dungeon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Sociable의 개념 제시는 정확히 카카토 게임의 그것과 비슷했으며, Accessible은 다은 강연자들도 강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멀티플랫폼, 더 나아가 플랫폼 간의 연동에 관해 이야기 해주셨는 데 무척 흥미로웠다. Enduring은 지속성,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 같은데, 앞으로는 하나의 게임이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하나의 플랫폼화될 것이라 언급했다.

그 다음의 기조강연은 아트디자이너분이셨는데, 마치 영상학 수업을 듣는 듯 했다. 온갖 cinematography의 좋은 예들을 보여주셨는데, 화면을 적절한 해석과 함께 보니 정말 눈이 즐겁고, 숨겨져 있던, 그리고 알지 못해 읽고 보지 못했던 화면들이 놀랍게 느껴졌다. 마지막의, '무언가를 잘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직접 해보라'는 말이 와 닿았다.

멀티플랫폼화에 대한 강연. unity를 사용해 멀티플랫폼화 시켰으며, window를 중심으로 개발하셨다고.특별한 것보다. TRC(Technical Requirement Checklist)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쉽게 말해 콘솔 게임 퍼블리셔들이 게임에 대한 제약사항에 대해 굉장히 꼼곰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퍼블리싱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좋은 정보로는, "아이폰4<갤럭시S2<아이폰4S<뉴아이패드<=아이패드2<=PS3<XBOX360<갤럭시S3<PC"순으로 동일 게임을 돌릴 때의 성능이 좋았다고 한다. 뉴아이패드가 아이패드2보다 낮은건 해상도 때문이고, 콘솔들이 갤럭시S3보다 낮은건 글쎄...실제 하드웨어가 그렇게 차이가 있는건지, 아케이드용 모듈에 성능 제한이 걸리는건진 모르겠다만, 어쨋든 이렇다고 한다.

마지막 강의는 gravity rush. PS vita용으로 나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나는 이름만 들어봤다만, 꽤나 흥미로워 보였다. '메카닉, 아트워크, 흥행성'이라는 세 가지가 확실해야 성공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말하려 하는 강연자의 태도에서 그동안의 강연과 달리 일본인 강연 특유의 색채가 묻어 났다.


총평을 해보자면, 흥분되는 첫 날과, 가장 관심있던 강연이 많았던 둘 째날,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셋 째날이었다.


모든 강연과 강연자들의 성공적인 게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간단히 요약해보고자 한다.

1. 유저와 소통한다는 점. 우리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소흘히 하지 않고 커뮤니티를 이어나간다.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적극 반영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하도록 노력한다. 이들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어 마케팅에 힘을 실어준다.

2. 멀티플랫폼. 요즘의 트랜드는 단연 멀티플랫폼이다. 누구나 게임을 쉽게 설치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누구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느 기기를 하나 쯤은 모두 가지고 있다. 멀티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것은 시장 잠재력을 확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3. 소통. 게임 개발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해서 이루어지는 창조작업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하관계나 지시와 같은 것이아닌, 특정분야를 담당자에게 책임을 지워 맡기며, 활발하게 서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4. 열정. 내가 본 모든 강연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자부심의 바탕에는 어려운 난관에도 굴하지 않았던 도전정신이, 그리고 이 도전정신의 바탕에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열정이 있었다.


3일 간의 컨퍼런스를 모두 참석하며, 매너리즘에 빠졌던 개발에 열정을 다시 불어넣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잘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노력하자.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0047 KGC 2012 - 2일

첫 시간엔 '킹덤러쉬'의 개발자가 와서 강연을 해주었다. 킹덤러쉬의 big fan으로서 정말 기대를 갖고 있었고, 또 스페인어로 강의를 하시는 덕분에(이 회사, 우르과이 회사다) 동시통역기를 사용했다.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킹덤러쉬'를 매력적으로 만들게 한데에는 그들이 '디테일'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이었다. 나 또한 플레이를 하고 본 강연을 듣기전에 세세한 디테일에 매료되었었는데, 역시 그들은 '훌륭한 게임이기 위한 조건'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더불어 커뮤니티에 대해 엄청 강조하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용자들과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또, 출시 시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고 알려 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시 직후'에 가장 노출이 많이 된다는 것, 높은 순위인채로 장시간의 공휴일을 맞으면(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 순위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계속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효과가 좋아진다는 점, 다른 강연자들도 강조했듯이 무료 플레이와 In-App Purchase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In-App Purchase의 경우, 있으면 더 즐겁고 없어도 그만, 이 되어야 한다고.

두 번째 시간은 국방 시뮬레이션의 AI에 관한 내용의 강의었다. 국방 시뮬레이션에서 사용된 AI엔진들의 동작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별히 와 닿았던 것은 AI를 구축하기 위해선 그 AI의 세계, '환경'이 잘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Fuzzy Logic(애매모호한 개념을 사용하여 판단 기준을 작성하고, 그 애매모호한 기준을 나중에 정의해주는 것, ex.위험도가 높은가? 속도가 빠른가? 등등)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touch arcade의 편집장 분이 와서 좋은 게임에 대한 강연을 해주었다. 놀랍게도 kingdom rush의 개발자분과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Fans are EVERYTHING."이라는 이야기가 특히나 이전 강연과 연결되는 중요한 점이었다. 또, '존재하는 게임 아이디어들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10000000"라는 게임의 예를 들어줬는데 흥미로웠다.(다운받아서 플레이 중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Testing with Strangers"라는 항목.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계속 내 게임을 테스트해보면서 피드백을 받아보라는 것이었는데, 정말 와 닿았고 다음 개발 게임부터는 꼭 적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FPS 레벨 디자인에 대한 강연을 다음으로 들었다. 테마와 게임플레이, 그리고 플레이어가 가능한 동작을 고려하여 레벨디자인을 해야한다는 점. 이를 위해 규격(앉았을 때 완전히 몸을 은폐할 수 있는지 등등)을 정하는 것이 좋다는 점, 최대한 빨리 만들고 테스트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것. "고객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전제하게, 맵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관찰할 것, 등의 조언을 들었다.

인디게임 개발 스토리는 한 개발자분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 해 주셨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즐거움'을 찾아 회사를 나와서 인디게임개발을 시작하셨다는 그 분은 엄청 멋져 보였다. 이야기는 자체로 즐거웠으며, '퍼블리셔'를 도입할 때의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그나마 팁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QA나 마케팅 등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거액의 자본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but 퍼블리셔의 요구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꽤나 스트레스였다고.

넷텐션의 ProudNet이라는 네트워크 엔진의 강연을 들었다. 사실 엔진 사용법에 대한 강의가 주로 있어서 당장은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았지만 엔진의 구조가 궁금해서 수강하였다. 특이하고 배울점은 '패킷 전송을 위한 자체 스크립트 언어'를 구축했다는 점이었다. 를 통해 패킷으로 전송된 자체 스크립트 언어를 파싱하여 RMI(Remote Method Invokation) 등을 확장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멋지게 다가왔다.

마지막 강의는 Rule The Sky의 아트팀장님이 오셔서 룰더스카이의 아트가 어떤식으로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픽 쪽도 프로그래밍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개발과정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스크립트 작성이나, 끊임없는 아이디어 회의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렇게 7시간의 강의를 들었고, 게임 개발의 다양한 분야의 현주소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들이 어떤 프로세스로 만들어지는지, 내가 그것들을 배우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한 해답을 어느정도 얻은 것 같아 기쁘다.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0046 KGC 2012 - 1일

한국 게임 개발자 컨퍼러스를 다녀왔다. 3일 간의 일정을 풀로 소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매일의 강연 내용을 리뷰로 남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되는 컨퍼런스였기 때문에 어떤 식의 강의가 진행될까 무척 기대됐다. 강의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강의가 시간 대 별로 있어, 각각의 시간에 원하는 강의를 원하는 강연장에 가서 듣는 식의 구조다. 마치 작은 '학기'를 연상케 한다.



1인 개발자로서의 도전을 진행하고 있는 내가 이번 KGC 2012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은 '다양한 파트별 다양한 관점'이다. 때문에 Programming이나 Design에 얽매이지 않고 사운드나 그래픽, 비지니스 파트의 강연도 다양하게 수강하려고 마음 먹었다.

첫 시간에 고른 것은 havok destruction엔진에 관한 소개다. 이미 물리엔진으로 유명한 havok 엔진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엔진툴은 매우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최첨단 기술이 실무에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느껴볼 수 있었다.
3D엔진에서 파괴효과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미리 파편의 구획을 나눠놓고 처리한다는 점과 얼마나 디테일하게 파괴되게 할 것인지 등등 이것저것을 customizing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다음은 Unity엔진에 관한 강연. Unity는 언젠가 써봐야지 하고 있는, 요즘 이슈가 되는 통합개발 엔진이다. 앞선 havok이 최첨단 기술의 major개발사에서 사용할 법한 엔진이라면, unity는 다양한 엔진들을 통합하고 좀 더 소규모 개발자에게 적합하게 만들어진 엔진이다. 핵심적인 것은 역시 '멀티플랫폼'이었다. java의 jvm처럼 한 번의 추상화를 더 거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에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 역시 다 하드웨어가 빨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현실일 것이다.

그 다음은 개발 최적화에 관한 강연. 앞서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듣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기술적 호기심이 앞서는 바람에 비지니스 강연과 이것 중에 고민하다 이 강연을 듣게 됐다. havok의 핵심 프로그래머 분이 강연해주셨는데, serializing이나 scripting, versioning 등을 자동화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사용하는 지 보여줬다. 소스코드 자체를 파싱해서 데이터로 갖고 있으면, serializing이나 versioning을 할 때 간단한 변경 사항에 대한 함수만 적용해주면 자동으로 관리가 되도록 설계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최근에 lua를 조금 공부했었기 때문에 lua를 사용하여 function을 추상화하여 script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흥미로웠다.

다음으로 두 번의 기조강연이 이어젔다. Rift라는 대작 MMORPG의 CEO분과, 그 유명한 Epic Game의 Chief Programmer분이 나와서 강연해주셨다. 앞의 기조강연은 거대자본화와 Mass Media와 게임 산업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다만, 이것이 자사의 게임 홍보와 이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확실히 Trion(Rift개발사)의 신작 게임이나 몇몇 게임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뒤의, Epic Game의 기조강연은 좀 더 기술적인 부분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주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3D 그래픽에서 사실성을 주는 데의 핵심인 Lighting에 관해 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해주었다..만 3D는 개념만 짚어봤고 실제 경험은 없는 지라 이해하는 정도였다. 앞으로의 미래의 게임산업 대한 부분은 "멀티플랫폼"에 대한 강조를 시작으로 새로운 기술들(위치기반기술, 동작인식, 음성인식, Cloud 등)의 활용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오늘의 가장 뜻 깊었던 강연인 Mass Effect Trilogy을 들었다. Mass Effect의 Lead Designer분이 직접오셔서 1,2,3를 제작하면서 겪었던 일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다. 게임 디자인은 스토리, 레벨디자인, 극적 스토리 디자인, 게임 플레이 디자인으로 나눠진다. "그럴듯한 느낌을 주는 것". 게임디자인을 할 때, 전체적인 게임 내부 생태계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관심을 갖으라는 말도 했다. Risk/Reward라는 하나의 패턴 장치를 통해 게이머가 뭘 해야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쉽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이었다. lead designer로서 팀원들에게 지시하기 보다는 특정 부분에 권한을 주고 맡기며, 그에 대한 의사소통과 팀 간 회의를 끊임없이 함으로써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강연은 sound에 관한 것이었다. 무척 재밌는 강연이었다. 게임에 사운드를 입힐 때 유의할 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효과음의 volume은 -3~0 db 을 유지해야 손실이 없다. 따라서 소리가 작게 들린다고 volume을 키울 것이 아니라 전체 사운드의 밸런스를 조절해야 한다. Real과 Midi(현실 소리와 전자 소리)의 구분이 꽤나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Stereo와 Mono의 차이, 주변부 소리는 Stereo로 사용하는 것이 더 공간감을 주고 그럴듯 하게 들린다.  Frequency는 1~6kHZ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타격음, 정보음, 속성음 순으로 높은 Frequency를 갖도록 한다. 높은 Frequency일 수록 또렷히 들리며, 화려한 느낌을 주고 낮은 Frequency는 Reality를 살려준다. Envelop는 하나의 효과음 내의 소리의 강약을 주어 dynamic함을 살려주는 방법이다. Line Making은 소리의 일관성에 관한 작업이다. Stage Control은 여백의 중요성과, 특히 중요한 소리를 약간 더 크게 설정하는 식의 디테일한 조절이다. 음악에 관한 강연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효과음에 대한 강연 밖에 듣지 못해 아쉽다.


7시간의 강연, 2시간을 제외하고는 영어로 된 강연이었다. 전체적인 하루의 평은, 일단 흥미로운 강연이라 7시간 동안 거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피곤함보단 궁금했던, 알고 싶었던, 혹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강연자들이 모두 '너무나 열정적이고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
다. 다음 작을 열심히 만들고 꼭 '팀'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제 읽은 '이중나선'과 연결되는 것처럼, 열정적인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전문가들과 세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괜히 강조하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고, 내가 얼마나 모자르고 배울 것이 많은지를 뼈저리게 느낀 하루이기도 하다. 나태해질 때 마다 오늘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려 노력해야겠다.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0045 기생수



명작 만화로 알려진 '기생수'. 정말 어렸을 때, 앞 부분만 보다 말았던 기억이 가물가물 났었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한 번 보리라. 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교보문고에서 애장판 세트를 발견, 거기에 행사기간이라며 20%세일까지 하고 있으니, 지름신이 강림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집어들고 와 짬잠이 읽은 기생수는 읽는 동안 삶의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어렸을 때의 인상은 그저, '무서운 만화'였지만, 머리통이 조금 크고 나서 보니 여러가지 의미가 꽤나 많이 담긴, 그런 만화다. 지구에 대해, 인간에 대해, 생명에 대해,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여 인간을 장악하고, '인간을 잡아 먹는 식성'을 가진 생물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흥미롭다. 고교생인 주인공이 갈등을 겪으며 점점 성장하는 이야기. 예전에도 언급했던, '재미를 위한 패턴'이다.

이 만화가 좋은 만화인 까닭은, '힘, 강함'의 성장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가치관까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까닭이리라. 자칫 그저 오락만화일 수도 있는 소재로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으며, 중간 중간에 작가 인터뷰에도 읽었듯이, 기생수의 작가는 '완성형'작가, 즉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고 처음 기획한 대로 완결을 내는 작가였기에, 더 좋은 작품으로 와 닿았다. (개인적으론 데스노트 작가가 이같은 마음으로 데스노트의 세계를 깔끔하게 완결 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과 대조된다. 개인적으로 'L'이 죽고 난 이후의 데스노트는 작품의 세계관과 치밀함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 느끼기에..)

꽤 오래된 작품이라 지금 보면 어색한 장면도 있고, 그림체도 완벽하다 할 수 없다. 세계관 자체도 완전히 치밀하진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화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기생수는 즐겁게 즐길 수 있고 남는 것도 있는, 좋은 이야기이다.

0044 이중나선


DNA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대기를 그린 책. 이 책 역시 과학서로서 엄청난 영향력과 인정을 가지고 있다.(국내에서는 '이기적 유전자'나 '침묵의 봄' 처럼 엄청난 인기는 아닌듯하지만..) 다른 과학서와 비교해보자면, 이 책은 과학적 이론이나 새로운 발견 사실을 주목하기 보다는 그 사실을 발견해내는 여정을 거의 소설의 형식으로 그린 책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책 분량도 250페이지 정도로 얇다.

만약 DNA의 구조에 대해 과학적으로 어째서 그러한지에 관한 책이라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거다. 내겐 생물학적, 화학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아예 펴 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이 책이 '과학자로서의 진리탐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볍게 읽을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로지코믹스'의 과학자 버전이자 소설 버전. 이것이 딱 맞는 말 같다.(사실 이 책이 훨씬 먼저 나왔지만, 나는 로지코믹스를 먼저 읽었으니.) 저자이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제임스 왓슨의 DNA 탐구 과정은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명한 과학자'들의 대한 편견(내가 특히 가지고 있던 것은, 그들은 무미건조하게 공부만 할거라는 사실)을 깨주고 똑같이 사람이라는, 인간적인 면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발견'을 둘러싼 여러 과학자들의 얽힌 이해 관계. 성공하고 경쟁에 승리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노벨상 의 명예'. 서로 다른 경쟁자 속에서도 똑같이 '진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데 뭉치는 과학자 정신. 이 모든 것이 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호기심을 쫒아 거리낌없이 거취를 바꾸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해 나가는 저자이자 주인공의 삶의 방식을 어느 정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볍고 얇고, 재미있는(과학자들이 놀라운 발견을 어떻게 해내는지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만 있다면) 게다가 유익하기까지 한 책.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다.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0043 괴델, 에셔, 바흐 : 영원한 황금 노끈(GEB)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예전에 '해커와 화가'라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에세이에서 잠깐 언급이 나왔을 때 였다. 정확한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저자가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었다. 메모해놓고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다가 메모한 것을 잃어 버렸고 책의 제목이 가물가물해져서(괴델..이 들어갔던 거 같은데 뭐였더라..? 이랬다..) 그렇게 이 책을 잊고 살았다.

유명한 과학 잡지에서 현대 과학을 바꾼 명저 10선을 뽑기 위한 25권의 후보 목록을 어떤 블로그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목록 중에 있는 이 제목을 보고는 '아 그때 그 책이었지!'라고 단박에  떠올랐고, 바로 서점에서 책을 찾아 보았다. 79년에 나온 책이고, 번역서는 97년에 나왔다. 책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역서로 읽었는데, 500페이지 가랑의 책 2권이다. 직접 읽은 책은 보통 표지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데, 깜빡하고 도서관에 바로 반납해버려 본의 아니게 영문판의 표지를 스크랩했다) 영어로 읽다간 반년은 걸릴거 같다는 생각에 일단 역서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너무 서두가 길었다만, 이 책은 그 동안의 리뷰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컨텐츠'고 내 식견을 정말 더 넓게 확장시켜주었으며,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수학자인 괴델, 화가인 에셔, 음악가인 바흐. 저자는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 낸다.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이것은 저자의 인용의 '3대 축'일 뿐이며, 책의 내용에는 뇌 과학, 분자생물학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언어론, 문학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저자의 견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상이 잘 안되겠지만 그렇다. 이 사람, 천재다. 그냥 이 말 밖에 안 나올 정도로 대단하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급 지식'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저자의 우월함'을 자랑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때문에 책을 읽는 후반부에서는 비슷한 논지에 대한 예를 너무 많이 들어주어 모두 따라가기에 너무 지쳐 훑어보는 식으로 조금씩 스킵하기도 했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풀이하자면 이렇다:
"어떤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보다 고차원적인 상태에서 가능하다."

"고차원적인 상태"라는 말을 풀이하자면, 그 대상이 속해 있는 체계를 포함하면서, 그 체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체계"라는 말을 풀이하자면, 어떤 것들이 일정한 규칙에 의해 모여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y=x 라는 방정식의 그래프를 떠올려보면, 누구나 xy평면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직선은 2차원 평면 위에 존재한다. 이것보다 고차원 상태라 함은, z축을 추가한 3차원의 시점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간 상의 3차원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우리가 2차원의 존재라고 생각해보자. 직선의 형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좀 더 상세한 예를 들어보자면, '컴퓨터 모니터에 그려진 자동차'를 떠올려보자. 모니터의 구조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모니터는 픽셀들로 이미지들을 표현한다. 해상도라고 부르는 (1024x768같은) 것이 바로 '픽셀'이라 불리우는 점들의 수이다. 가로로 1024개, 세로로 768개의 점들이 모여 화면을 표현한다는 거다.

컴퓨터의 내부까지 들어가 보면 컴퓨터는 모니터에 각각의 '픽셀'을 무슨색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전자 신호를 넘겨주고, 모니터는 이 전자신호를 받아와 미리 정해 놓은 '신호에 맞는 빛깔'을 표현한다.

모니터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픽셀을 어떤 색으로 표현할지는 알지만, 그 색깔들의 조합이 '자동차'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그보다 고차원적인 존재인 우리는 모니터가 각각의 픽셀들을 표현함을 앎과 동시에 픽셀들이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음을 안다.

부족한 이해력으로 이 명저를 쉽게 풀어 설명하자니 좀 복잡해지는 것 같다. 사실 저자는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체계', '재귀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한다. 저자가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한 핵심이다. 여기에서도 간략히 언급하자면 이렇다.

모순적인 문장은 대부분 재귀적인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이것이다.

"이 문장은 거짓입니다."

라는 문장이 있을 때, 저 문장은 참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하다. 애매해 진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비슷한 맥락에서 '수학 체계'가 위와 같은 모순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 명제들에 '참이나 거짓을 결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저자 다양한 맥락이서 이러한 모순이 생기는 이유를 짚어 본다. 그렇지만 항상 여러 체계들이 다양한 고리를 맺으며 서로를 재귀적으로 참조하여 모순점이 생기게 한다.  필연적으로 완전한 체계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현재로써 우리는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체계'보다 고차원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를 비롯한 다양한 체계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의사소통하는 이상 그러하다는 것이다. '참선'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 다는 것이 이러한 체계 넘어서의 '체계'에 도다르는 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신비한 '도가철학'과 같은 것까지 함께 끌어 안는다.

이 책과 함께 씨름한 것이 4주 가까이 된다. 몇 일 게을러 진 것이 있기도 하고, 저자의 내용을 따라가려면 깊은 숙고를 해야하거나 몇 번씩 다시 읽어보기도 해야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책 자체의 내용도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내 자신이 '완결성'에 얼마나 집착하는 지 깨달을 수도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후반부에 점점 어려워지며 비슷한 맥락의 예를 들어줄 때에는 이 책을 제대로 100%이해하려면 현재에서 1-2달은 더 씨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었다. 숙고해본 결과 맥락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이미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를 통해 얻은 새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산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뭔가를 성취하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 필요하다. '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계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GEB라는 산이 얼마나 험난한지도 모르고 무작정 덤벼 들었다. 산을 샅샅히 돌아다니며 아름다움을 100% 만끽하진 못했지만 정상까진 도달한 것 같다. 언젠가, 여유가 있고, 영어도 좀 더 능숙해지고 새로움을 얻고 싶게 될 그 때, 영문판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

용기와 이 리뷰에서 흥미가 생겼다면, 꼭 도전해보시길. 험난한 만큼 큰 배움을 얻게 될 것이니.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0042 프로메테우스


영화 내내 궁금했던 것은 '프로메테우스'가 무슨 뜻이냐는 거다. 내 상식적인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꼴이 되겠지만, 검색해서 찾아본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라고 한다. 뭐, 알고 봤더니 딱 이야기에 맞는 그런 제목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가 영화 '에일리언'의 프롤로그라고 들었다. '에일리언'을 어렸을 때 본 것 같긴 하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그저 외계인이 나온다는 것,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 정도만 알 뿐.

각설하고 이 영화에서 내 흥미를 끈 것은 다름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가치관'이다. 2년 넘게 우주선을 타고 간 지구와 비슷한 행성에서 정말 수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그 탐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상황에 대처한다.

로봇으로 나오는 데이빗의 행동은 정말 흥미로우며, 주인공들이 던지는 '대체 우리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끊임없이 집착하는 모습도 정말 재미있었다. 탐사에 자금을 댄 거대 기업의 회장은 '삶'에 집착하며, 우주선의 함장은 '참된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고 얼핏 본 것 같다. 사실 영화 속의 메시지가 너무 모호한 것들이 많아서, 후속편에서 좀 더 새로운 설명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0041 Team Fortress2


오래,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느끼는 점이 많아 리뷰를 써볼까 한다. 팀포트리스2는 정말 성공한 멀티플레이 FPS다. 국내에는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 하나로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에 좀 밀려 인지도가 떨어진 듯 하지만, 나온지 하프라이프2와 함께 나온(2004년 발매) 이 게임이 아직도 현역인 것이 이 게임의 재미를 반증한다. 실제로 매번 해봐야지 해봐야지 하다가 나도 이번에 처음 해 보았다.

팀포트리스2는 철저하게 '놀이'를 만들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대단하게 와 닿았다. 사실 팀포트리스1의 경우엔 트라이브스와같은, '역할이 나눠져있는 FPS'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사실 당시엔 이것 하나만으로도 혁신이었을테지만..), 이번에 2를 해보고는 선입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팀포트리스에는 정말 다양한 클래스가 있다. 이들이 전략적으로 어떻게 협동하고 상호작용하느냐가 팀 승패를 좌우한다. - 여기까진 많이 새롭진 않을지도 모른다. - 각 캐릭터는 오로지 3가지 무기(캐릭터마다 몇 가지 특수기능이 있긴 하지만)만을 사용한다.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원류 답게 조작은 10년 넘게 해온 조작 그대로 이다.

쉽게 말하자면, 조작이 너무나도 단순하다. 직관적이다. 다른 FPS를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5분 만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은 무한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카툰랜더링 그래픽을 사용했다는 점이, 이 게임의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쉬운 조작'과 '카툰랜더링'의 조합은 이 게임을 '놀이' 자체의 느낌을 준다. FPS를 하면서 별 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니! 딱 어린 시절 BB탄 총 놀이하던 느낌이다.

'배우긴 쉽고, 마스터하긴 어려운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라는 말은 게임 업계에서 유명하다. 거기에, '놀이'의 느낌을 주는 것. 게임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는 것. 게임 때문에 삶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팀포트리스2도 하드코어 유저는 엄청나게 하겠지만, 적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가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0040 광해:왕이 된 남자


추석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광해를 보러 갔다. 예매순위 1위에 호평이 쏟아졌지만, 왠지 내 취향은 아닌지라 그다지 끌리진 않았으나, 나름 흥미를 갖고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크게 느낀 점은, '전형적인 감동 메커니즘(혹은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짚고자 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안 좋은 피드백을 보여야할 사람이(보이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인간미'를 통해 '정으로 감싸 안는' 모습

상하관계, 연인관계, 가족관계 등, 다양한 관계에서 이런 메커니즘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얼마 전에 본 '늑대아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이같은 패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신조어로 '츤데레'라는 말이 있다.(일본 오타쿠 용어에서 비롯되었다고한다.) 좀 더 멋지게 포장해보자면, '차도남'이라는 말과 동형관계(물론 '차도남'은 여기서 설명하고자하는 성향을 뜻하기 보단 '그러한 성향을 가진 남자'라는 의미이긴 하다.)를 이룬다고 보면 적합할 것 같다.

"늘 그렇게 행동해왔던 사람이(주로 부정적인 태도로) 알고 봤더니 그랬던 이유가 따로 있으며, 실은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배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해왔다. 혹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평소와는 다르게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행동한다."

'광해'는 이 무기를 여러 방면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정황'을 만드는데에 성공했다. '가짜 왕'이라는 설정을 통해 '왕에게 당연히 기대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정합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그렇기에 주변 인물들은 예상치 않은 인간적인 '왕의 바뀐 태도'에 감동하게 되고, 관객은 이를 동일 시 하며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꽤나 즐겁게 보았다. 패턴을 활용할 기반 컨텍스트를 잘 닦아 놓으면 이야기가 술술 풀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턴'이 들어가는 분야라면 어디에나 그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사실도.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0039 테이큰2



이전에도 언급이 있었지만, 액션 영화의 최고로 테이큰을 꼽는다. 그런 테이큰2가 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개봉 전 예매(이런건 잘 해본적없다만)를 하여 개봉 당일 날 새벽에 바로 예매하여 보고 왔다.

즐겁게 봤다. 니암니슨의 '아버지'의 포스는 그대로 살아있다. 나름대로의 호쾌한 액션이나 '전직 전문가'로서의 멋진 모습들(눈을 가리고 납치 당할 때의 모습은 꽤나 멋져보였다)은 로망을 테이큰1의 향수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점수는 80점을 넘게 주기 힘들다. 호쾌한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어느 정도의 '앞뒤 개연성'은 포기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하다. 니암니슨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알면서도 대충 손만 묶어 놓다니. 수류탄이 몇 개씩 터지지만 겉으론 멀쩡해보이는 시내. 등등등..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전작과 감독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테이큰이 테이큰이었던 정체성을 비슷하게 재현하려 했으나 2%가 부족했다. 액션영화니까, '개연성'이나 이런건 아무리 차치하더라도, 이 2%는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전작 테이큰에선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느껴졌다면, 이번 2탄은 새로운 감독이 '미니멀리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듯 하다. 호쾌하게 보자마자 쏴버리고 악당들을 처리하는 주인공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질질 끌며, '맛없는 긴장감'을 주는 장면들은 전형적인 오래된 액션영화의 그 패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 많이 부각된 것 같지만, 기대감이 컸던 만큼이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론 니암니슨과 테이큰의 냄새를 다시 맡은 것 만으로도, 일단은 합격이다.

2012년 9월 28일 금요일

0038 WARP


'켠 김에 왕까지'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게임을 하나 정해서 처음 시작부터 게임의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플레이해야하는 게임이다. 방송 출연자는 그 게임을 끝낼때까지 퇴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학적인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게임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가 '켠 김에 왕까지'해버렸다. 8시간 정도 연속으로 한 것 같다. 이런 적은 거의 20살 이후로 처음이라 놀랐다. 무엇이 이 게임을 빠져들게 했을까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안다면, 이 게임이 그것과 매우 흡사한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탑뷰 방식에, 새로운 능력을 얻어가며(젤다의 전설의 경우엔 각종 도구들..) 주어진 지형 속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뤄나가는, 액션 어드벤쳐 장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게임의 플레이자체는 너무 새로울 것도 없다 할 정도다.

다만, 세계관이 너무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다. '짧은 거리를 '슝'하고 워프할 수 있는 외계인'이 인간으로부터 탈출한다는 설정에서, 다른 새로운 능력은 뭘 주는게 좋을까?에 너무나도 타당한 답변을 내 놓았다. 다른 물체속으로 워프하여 그 물체를 터지게 한다거나, 그 물체와 위치 이동을 하는 등, 적절하고 새로운 '능력'은 새로운 패턴을 배우고 싶게 한다.

'액션'으로서의 난이도도 적당한 편이다.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에겐 어려울 수도 있겠다.(마지막탄의 악명은 익히 들었지만, 나 역시 수십번 플레이 끝에 클리어 한 것 같다)

그 밖에 게임 속 미니게임이 참 재밌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고, '게임 진행의 능력을 더 업그레이드 하는 보상'을 주며, 실제로 플레이어가 게임 진행을 위한 컨트롤을 연습할 수 있는, 그래서 더 능숙해지도록 하는 기회도 준다.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적절한 세계관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게 해주었고, 오랜만에 비디오 게이머의 흥분을 느끼게 해주어서 좋다.

2012년 9월 27일 목요일

0037 Ray



색 인지의 '3원색'을 기반으로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들은 '빛 깔'들의 조합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나의 첫 게임이다. 사실 그동안 습작이나 proto type으로 만들어 본 것들은 몇 개가 있었지만, 정성을 들이고, 메시지를 담고, 나름 유료화도 해 보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깃들였다는 점에서 애정이 간다.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번엔 '단지' 내가 좋아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으니까.

제 3자의 마음으로 리뷰해볼까 한다. 먼저 이 게임은 쉽게 질린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재미란 새로운 패턴을 학습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이 패턴은 5분만 해보면 패턴의 전부를 알 수 있다. 새로운 아이템이라든가, 새로운 물체가 나타난다거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본래 의도는 적절한 운과 함께 집중력을 통해 더 높은 점수를 얻게 하려고 하였으나, 실제로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의 의견은 '자신이 잘해서'라기 보다 '운이 좋아서' 높은 점수를 얻게 된 것으로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판하게 끔 만드는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실력에 따른 '점수 폭'도 너무나 적다. 게임 하는 중에도 피드백같은 것이 거의 없다. 극도의 취향을 타기 때문에 이런 '심플함'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애초에 다운받기도 꺼려질 것이고, 다운받고 나서도 얼마 안 가 바로 삭제하게 될 것이다.

리뷰어에서 다시 '개발자의 변'으로 돌아가자면,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이 기획안을 가지고 처음 개발을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고쳐보았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고쳐볼 수록 처음의 의미를 퇴색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뒤엎고 새로 다시 만들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철학인 '미니멀리즘'을 극도로 활용하여 넣고, 본래의 메시지를 가장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게임 방식도 바꿨다.

좋은 경험이 되었다. 오래 전부터 가져왔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켰다는 사실 자체로, 나태함을 이겨내고 완성시켰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끝까지 해 냈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 실패가(사실 개발의도에서 보면 실패라 하고 싶지 않다만..다운로드 수를 보면 명백한 실패다..) 거름이 되어 더 멋진 꽃을 피우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0036 늑대아이


예고편을 보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감독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꼭 봐야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야행성이 되다보니 요즘 들어 종종 새벽에 영화관을 찾는데, 차도 안 막히고, 조용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

기대한 만큼 충족시켜준 느낌이다. 기대한 대로, 잔잔한 이야기와 소소한 감동을 잘 만들어 준다. 얼마 전에도 언급한, 좋은 이야기의 조건의 첫 번째인, '캐릭터'성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사소한 장면들 하나하나 까지 보여주며 그 인물을 실제 인물처럼 정감가게 느껴지게 해준다.

잔잔한 동화 속에서, 핵심되는 메시지는 이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임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자 늑대일 수 있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하나'의 모습은 '모성애의 이데아'를 보여준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하나'의 모습은 정말 끝없는 감동을 준다.

더불어 눈이 즐겁다. 아름다운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앞 뒤 컨텍스트가 있는 미술작품들을 여러편 보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적절히 3D 그래픽이 섞여, 평면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에 생동감을 더 한다.

일본 애니매이션 영화는 국내에서 사실 상업적인 성공의 한계가 있을거다. 오늘 내가 본 영화관에서도 제일 작은 관에서 상영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일본 애니매이션'이라는 사실에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일본 애니매이션'이라는 편견에 사로 잡히지 말고 멋진 감동을 즐겨보길 바란다.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0035 facebook


'세상 모든 것의 리뷰'를 지향하기 때문에, 오늘은 독특하게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SNS인 facebook에 대한 생각을 써 볼까 한다.

해외에 안 살아봐서 어떤지 모른다. 다만 간접적으로만 facebook이 어떻게 퍼져 나가게 되었는지만 안다(영화 the social network를 통해..) 때문에 국내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누구나 미니홈피와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facebook이 '상위 호환 대체제'처럼 되어버려, 많은 사람들이 facebook으로 넘어가버린 실정이다. 적어도 내 주변엔 그렇다.

참 이상하다. 적어도 내 기준에,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배타성이 무척 중요하다. 나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잡은 서비스를 다른 서비스가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facebook이 해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알고리즘 강의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알고리즘은 같은 연산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왜 빠르게 하냐구요? 빠른 게 재밌잖아요.(Fast is fun.)"

한정된 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같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더 빠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facebook이 그렇다. cyworld가 '내 공간'을 배타적으로 주는데에 너무 집중했던 틈을 노려, '내 공간이지만 다른 사람의 공간일 수도 있는', 뉴스피드와 타임라인의 역할이 정말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배타성을 '빠름'하나로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사실 내 경험에 따르자면, facebook이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할 무렵엔 확실히 싸이월드를 대체하지 못하고 없어지는 듯 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facebook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cyworld를 사용했었다. 그 타이밍에 cyworld 해킹 사건이 터졌다. 적어도 내 관점에는 이 사건이 cyworld에서 facebook으로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facebook의 사주로 cyworld를 해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외로움'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렵고, 불안하고, 심심하고 하는 것들. 누군가 날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하길 바라는 감정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점을 파고든 것 같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리고, 다른 사람 사진에 공감한다.

'좋아요'와 '댓글'을 살펴 보면, 이러한 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facebook 사이트에 처음 들어가면 무슨 마음을 갖고 있는가? "왼 쪽 위 메뉴의 지구본 그림 위에 빨간 색 바탕의 숫자" 아닌가? facebook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갖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한 쾌감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있다. 댓글을 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현대 인터넷에 발맞추어, '좋아요'라는 버튼을 부담없이 누르게 하며, 눌러진 사람에게는 '빨간 색 버튼의 알림'으로 자극을 준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자극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가고 또 들어가게 된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facebook을 SNS시장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여기 언급한 것들 말고도 더 다양한 요인과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멋진 것을 만들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참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은 인간이 쓸 것을 만드니까. 기능적으로 보면 참 단순해보이는 facebook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인간에 대한 철저한 분석 때문이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년 9월 23일 일요일

0034 iTunesU : Linear Algebra



iTunesU라는 멋진 서비스가 있다. 명문 대학의 강의를 무료(최근에 보니 몇 가지는 유료로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무료다)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다양한 분야의 강의들이 다양하게 제공되어 있다.

처음 이 서비스를 발견했을 때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컴퓨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스탠포드나 MIT의 강의를 볼 수 있다니! 정말 인터넷이 발달한 이 세상에 감사했다.

다만, 자막 지원은 대부분 안된다. 영어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의 경우, 컴퓨터 관련 전공서적을 영어로 봐 왔기 때문에 컴퓨터나 수학 관련 강의를 몇개 들어봤지만 큰 어려움은 느낄 수 없었다. 대부분 관련 분야의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학의 '게임이론' 강의를 들어봤는데, 무척 알아 듣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를 본 것은 MIT의 strang 교수의 Linear Algebra가 처음이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도 선형대수의 거장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은, 우리나라 명문 대학들의 선형대수 교재가 이분의 책이라는 점이다.

쉬운 영어로, 쉽게 설명해준다. 많은 예를 들어주고, 무엇보다 열의가 넘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셔서 인간적인 매력까지 느끼게 해준다. 선형대수를 정말 사랑하는 분임을 강의 한 두개만 봐도 알 수 있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이 세상에서 내가 선형대수를 듣게 된 것은 비전공자로서 프로그래머의 내공, 수학을 조금 더 보충하고 싶기 때문이다. 철저히 복습하며 많은 시간을 들이진 않았다. 어떤 개념들이 있고, 어떻게 사용되고, 왜 중요한 지를 이해하면서 넘어가기로 했다.

선형대수는 그래픽이나 물리처리에 특히 많이 쓰이기 때문에, 끝까지 본 것 자체로 참 만족스럽다. 강의에서도 실제로 선형변환이나 그래픽 압축에 관한 basis projection에 대해 나오는 것은 참 반가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혼자 동영상 강의를 보는 것'의 의미를 꼭 되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평가해주지 않는 강의는 '내가 이것을 왜 보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미가 없다면 끝까지 지속하기 힘들다. 나도 몇 번이나 중간에 그만 뒀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곧 강의를 보는 것의 의미를 다 잡았고, 한 시간 가까이 되는 강의 34편을 모두 수강할 수 있었다.(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어떤 개념이 왜 있고 어떻게 사용되는 지에 대해선 확실히 집고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strang 교수님.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0033 애니팡



대한민국은 애니팡으로 난리도 아니란다. 대충 무슨 게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해봐야할 것 같아 플레이 해보았다. 10판 정도하고 그만 뒀지만(솔직히, 재미없다..) 생각할 점이 많다.

독창성이나 새로운 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Zoo Keeper 짝퉁"이다.(사실 비주얼드 등등 이런 방식의 퍼즐게임이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만, "동물을 소재로 한 것"까지 똑같다면 짝퉁이라고 폄하해도 할 말 없는거다....)
Zoo Keeper라는 게임은 피쳐폰 시절 나의 베스트 게임이었고 질리도록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새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정도니까. 게다가 시작할 때 서버에 접속해야되고(이 시간이 꽤나 길더군) 이것저것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로딩이나 불편한 것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이 대한민국을 사로 잡았다. 대한민국이 컨텐츠를 가리는 수준이 그렇게 낮은가? 난 아니라고 본다. '게임 자체로의 애니팡'이 그렇다는 거다. '애니팡'은 Gamification에 정말 충실하다. Gamification이 그냥 전부다. 애초에 제작자들도 게임자체를 기획하기 보단, '카카오톡 게임플랫폼'에 맞는 기존 게임 방식을 찾으려 했을 거다. 그러다 보니 Zoo Keeper 짝퉁이 되어 버린거고.

'하트'. 이게 신의 한 수다. '하트가 없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제약.  하지만 하트는 얻기 쉽다. 부담없이 다른 사람한테 초대를 날리는 것 만으로도 하트를 준다. 즉 별달리 홍보를 하지 않아도 게이머가 알아서 홍보를 하게 해준다. 거기에 이를 팔아서 수익도 낸다.

'친구 간의 점수판'. 이것은 확실히 기존 게임의 스코어보드랑은 차원이 다르다. "전 세계 1등"을 해야 돋보이는 기존 게임의 스코어보드와, "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1등"은 인식 자체가 다르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친구들 간에 뽐내기,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것들이 다 '카카오톡' 덕분에 이루어졌다. 새로운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 친구를 맺는다거나 이런 것이 필요없이 '카카오톡 친구'들은 전부 친구로 추가된다는 사실, 더불어 이 의미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게임'이라는 컨텐츠가 '누구나 즐기는 가벼운 놀이'라는 이미지로 급부상할 수 있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한 때 DS가 한국에서 성공적이었던 것도 '오타구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모바일 게임기의 이미지 쇄신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어떤 만화책(음식에 관한)을 읽다 인상적인 구절을 발견했다.

"요리사는 자신의 만족을 위한 요리가 아닌, 먹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요리를 해야 한다!"

솔직히 난 한 사람의 꿈꾸는 사람으로서, 더 멋진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큰 것은 사실이지다. 하지만 애니팡의 대중성 역시 하나의 '맛'할 때 인 것 같다. 대중이 좋아하는 '라면'같은.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0032 심야식당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참 색다르고 재미있는 만화다. 처음 읽고 는 한 권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9권까지 구입하였지만,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 받지 않았는지 8권만 없다...

이 이야기는 '심야에 문을 여는 식당', '무슨 음식이든 해준다.'라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심야식당'에서 이야기이다. 각 회마다 하나의 음식을 가지고, 새로운 인물이 나와 그에 얽힌 사연에 대해 늘어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극적이지 않다. 그림체도 구수한 맛이 강하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이 이 만화의 매력이다.

왜 '심야'식당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보았다. '심야'에는 사람이 더 감성적이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술을 곁들이는 장면을 넣어도 문제 없을 거라는 설정 상의 자연스러움도 있을 거고.
하지만 정작 '심야'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음지' 혹은 '비주류'라 일컬어지는(여기선 야쿠자나 스트립퍼, 게이 등등..등이 대표적으로 나온다.) 등장인물들을 자연스럽게 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종종 이런 '비주류' 인물들이 등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은 애환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음식에 얽힌 추억과 더불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거나 어떤 모습에 상관없이 누구나 소소한 감동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느냐, 라고 작가가 묻는 듯 하다.

이 만화, 아무 때나 가볍게 꺼내서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003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좀 독특하다. 내 취향과 '먼' 영화를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르게 되었다. 비교적 최근 영화인 줄 알았는데 2006년에 나온 영화라는 것에 놀랐다. 일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 역으로 나온 앤 해서웨이라는 배우가 눈에 띈다.

기대하던 것 보다 꽤나 재미있게 봤다. 극히 여성의 취향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고, 꽤나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 냈다.

'이야기의 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다큐멘터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한 조건'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그 조건에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비교적 생소한 '하이 패션'이라는 소재는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를 테면 이렇다.

"감정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과, 개성 강한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은 여러 시련을 극복해내고, 점점 성장하고 변화한다. 시련 끝에 있는 갈등을 말끔하게 해소해내고, 주인공은 새로운 미래를 맞으며 끝난다."

여러가지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이렇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일명 '로멘틱 코메디'라 불리는 장르는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만화들 역시 이 구조가 가장 기본이 된다.

패턴의 중요성과 그 메커니즘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이야기에서든, 설계에서든, 그림에서든, 음악에서든, 어떤 분야도 '패턴'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마치 우리의 뇌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패턴으로서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기분에 도달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지도 같은 것이랄까.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0030 The Japanese Tradition: apologising

우연히 알게 된 분을 통해 보게 된 영상인데 무척 재밌었던 기억이 나 다시 찾아 보았다.
영어는 맛깔나는 설명의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짧은 일본어로 의역해 보았다. 재밌게 즐기시길.




[사죄 : 샤-자이]
"스미마셍"과 더불어 미안한 정도에 따른 적절한 사과방법을 선택하세요.


[회석 : 에-샤쿠] : 매일 사용하는 가벼운 사과.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쳤을 때. 전철을 타기 위해서 등, 자리를 비켜달라 할 때.
*포인트 : 자연스러울 것.

[깊은 회석 : 후카이 에-샤쿠] : 감정을 상하게 했을 때 사용하는 일상적인 사과.
혼자서 음식을 다 먹었을 때. 내 자식만 혼자 합격했을 때.
*포인트 : 눈을 마주치며, 여성스럽게.

[사의 : 오지기] : 사회인으로서의 사과의 첫 단계
주문받은 제고가 다 떨어졌을 때. 사과할 시간이 부족할 때.
*포인트 : 양손의 손가락을 쭉 펴고, 45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다.
*일반적인 실수 : 35도는 그냥 인사일 뿐이에요.

[긴 사의 : 나가이 오지기] : 용납안되는 일에 대한 사과는 이걸로!
불상사. 리콜
*포인트 : 상대방이 허락할 때 까지 고개를 들지 않는다.

[반복적인 사의 : 쿠리카에스 오지기] :  필사적 어필
나쁜 놈들한테 둘러 쌓였을 때.
레스토랑 매니저가, 점원이 손님 드레스에 와인을 쏟았을 때
*포인트 : 상대방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반복할 것.

[한 쪽 무릎을 꿇고 사의 : 카타히자오 쯔이테오지기] : 주로 닌자에 의해 사용됨
비밀을 잃어 버렸을 때. 사랑에 빠져 닌자의 도를 위반했을 때.
*포인트 : 적이 다가올 것을 경계할 것.

[땅에 앉음(절함) : 도게자] : 사과의 정수!
100 퍼센트 자신이 잘못한 경우. 엄청 나쁜 짓한 것이 들킨 경우.
*포인트 : 우아함이 중요.

[땅에 엎드림 : 도게-후세] : 궁극의 사과!
이것 이상으로 사죄할 수 없음을 보이고자 할 때.
*포인트 : 되도록 더러운 땅 바닥을 선택할 것.

[땅 속에 파묻힘 : 도게-우마리] :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 이상 무슨 일을 당해도 할말이 없을 때.
*포인트 : "죽이지만 말아주세요"라는 기분을 담아.

"어떠세요? 이것이 일본의 [사죄]입니다. 확실히 사죄하도록 합시다."

0029 진격의 거인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 한 게시물에는 일본에서 '이 만화 대단하다!'라는 기사로 주목할 만한 만화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이 순위를 소개했다. 남성 기준, 여성 기준으로 나눠져 있는 이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만화가 바로 이 '진격의 거인'이다.

'진격의 거인'이라는 제목은 그 만화를 읽지 않고서는 '대강 무슨 내용인지'를 떠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에, 선뜻 손이 안가게 되었다. 남들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을 선뜻 먹어 보기 힘들때가 있듯이 그랬다.

그러다가 1권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단숨에 현재 나온 8권까지 읽게 되었다. 이 놀라운 흡인력의 중심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있었다. 얼마 전 '매트릭스'에서도 '세계관의 중요성'에 대해 감탄했던 것 같은데 '진격의 거인' 또한 만만치 않다.

'갑자기 인간을 먹어 치우는 거인의 출현'으로 사람들이 대부분 잡아 먹힌다. 남은 인류는 거대한 장벽을 몇 겹으로 만들어, 그 벽 안에서 인류 사회를 유지시키게 되고, 벽을 넘어 오려는 거인과 맞서 싸우며, '거인의 비밀'에 대해 밝혀 내는 것이 이 만화의 중심 내용이다.

거인에 쫒기는 암울한 사회 분위기와, 권력층의 이기성, 그리고 '에반게리온'을 보는 듯한 주인공의 '불완전성'과 '비밀'까지, '거인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인류'라는 세계관이라는 멋진 재료에 각종 맛깔나는 양념을 더해 맛있는 음식이 된 느낌이다.

아직 몇 권 안 나왔다는 것이 제일 아쉽다. '벽'이라는 존재는 또 하나의 아이디어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재미있는 만화다. 꼭 읽어 보시길!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0028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서점을 지나다 우연히 뒤적였다. 그림이 없는 책이 이렇게 재밌고 웃길 수 있구나!라고 날 감탄시켰고, 거기에 내용도 꽤나 교훈적이어서 그대로 사갖고 왔다.

뭐든지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저자가 몇 가지 특이한 실험한 경험을 회고록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인터넷으로 아름다운 여성인 척 하기',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누드모델 되기' 등등 제목을 듣기만 해도 흥미로워 보이는 경험들을 읽을 수 있다.

내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였는데, 가령 전화를 받으며 딴 짓을 하지 않으려고 눈을 가리고, 책에만 집중하기 위해 허리를 의자에 벨트로 감는다. 식사 중에도 대화나 TV 시청은 금물이다.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수 많은 멀티테스킹을 하며 '뇌의 사고 능력'을 소비하는 지 보여주며, 저자의 '한 가지에만 집중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능률이 올랐는 지에 대한 경험도 들을 수 있다.

정말 재미있는 에세이이고, 저자의 전작인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도 언젠간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