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1일 금요일
0120 인생학교: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법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일은 '섹스'와 '사랑'의 위계질서 재정립이다. 우리의 사회적 관념은 '섹스'를 쉬쉬하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반면 '사랑'은 고결하고 순수한 것, 진정 추구해야할 가치로 여겨 진다.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아무리 쉬쉬해야할 대상이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우리가 '동물'로서 유전자를 퍼뜨려야한다는 진부하고 재미없는 설명은 제쳐 놓더라도 '사랑'과 '섹스'를 다른 차원의 것으로 여기게 된 우리는 이런 문제로 불행에 빠지기 쉽다.
저자인 알렝 드 보통은 이 책에서 '섹스'와 '사랑'을 평행선 상에 놓는다. 무엇이 더 추구해야할 가치이고, 지양해야할 가치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과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성욕'을 느끼는 것을 똑같이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성욕과 더 나아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대상에는 우리의 무의식이 반영된다고 설명하는 점이다. 성장 배경에 따른 부모님의 영향이나 스스로에게 결핍된 것으로의 열망 등이 성적 취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입장에 대입시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꽤나 잘 들어맞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인생학교'의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를 받아 들이고 인정하며 사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인생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결국,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변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0119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20초의 용기'에 관한 내용이 훌륭하다며 친구가 추천해줬다. 나는 이 영화를 전형적인 패밀리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었고, 이 친구의 추천이 없었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보고 난 뒤의 느낌은, 예상대로 전형적인 패밀리 영화인 것도 맞고, 얼핏 보게 된 리뷰들의 말대로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뭐, 그래도 이런 점들이 불만스럽지 않았다. 마치 '떡볶이가 왜 맵냐'고 따지는 것 같으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그럼에도 보게 된 동기인, '20초의 용기'는 영화 전체로 보면 일부분일 수도 있으며 전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나서 잘 생각해보니, 전형적인 패밀리 영화는 묘하게도 '엄마 아빠의 사랑이야기'로 결론짓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 '패밀리'가 엄마 아빠의 사랑 없이는 탄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사실 조금 불만스럽게 느꼈졌던 점은 지나치게 '공식'에 짜맞추려는 흔적이 보였다는 점이다.
패밀리 영화의 공식을 그 동안 봐왔던 것들을 토대로 그냥 내가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부부 간의 갈등, 혹은 배우자와의 사별.
2. 사춘기 자녀의 방황
3. '각 영화만의 특징적인 요소'(여기서는 동물원)로 인하여 자녀들과의 갈등. 문제 발생.
4. '그 요소'에 대해 생각을 다르게 갖게 하는 계기 발생.
5. '그 요소'를 통해 자녀들과의 갈등 해소, 자녀들과 더 가까워 짐
6. 자녀들을 계기로 부부 간의 갈등 조금씩 해소, 부부 간의 사랑 재확인(혹은 새로운 사랑과 가까워 짐)
7. 행복한 가족.
대부분의 패밀리 영화가 이와 같은 공식에 짜 맞춰 진다고 생각한다. 과거 유명한 수 많은 작가들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식화하려는 시도가 꽤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이런 공식 자체에 맞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 이야기의 요소가 공식에 맞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짜여져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내 생각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그 세계관이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우리의 삶'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거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라고 하면 몰입도가 떨어지게 되며, '내가 겪었던 일, 겪을 일'같다고 느끼면 그만큼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얼마 전 리뷰인, '연애의 온도'가 '공감'에 집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조금 반전이었던 것은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언급해주면서 끝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실화'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각색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공식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 아쉬웠던 점 말고는, well made 패밀리 영화다.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0118 Minecraft:The stroy of Mojang
"3D 그림판"이라는 이야기로 Minecraf(마인크래프트)에 대해 처음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이게 과연 재밌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쉽사리 하게 되진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패드용으로 마인크래프트가 출시되었고 다른 게임에 비에 조금 높은 5달러 정도의 가격이었지만 워낙 명성이 자자했던지라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사실 아이패드용 마인크래프트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를 느끼지도 못 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블록 놀이. 그래 블록 놀이. 근데 뭐? 귀찮게 언제 일일이 다 만들고 있지?"
그렇게 몇 시간하지 않고 마인크래프트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 내게 이 게임은 첫 인상과 끝 인상 모두 그저그랬다. 수 많은 '마인크래프트 따라잡기류'게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마인 크래프트를 열광할까?
영화를 본 뒤 깨달은 것은, 아이패드 게임 버전은 컴퓨터로 치면 '넷북'같은 느낌이다. 이동성에 초점을 맞춰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지, 게임의 본질, 만든 것을 서로 공유하는,에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나는 단지 넷북만 접하고 컴퓨터 자체 성능이 왜 이렇게 안 좋냐는 평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게임은 혼자하면 그 본질에 닿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그런 게임'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 PC로 접한, 활발한 커뮤니티와 함께 게임을 해 나아가는 서양인들을 다큐멘터리 속에서 보고 있으면, 마인크래프트의 혁신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인크래프트는 단박에 내 게임 개발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마인크래프트'로 인해서 긍정적인 삶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가 교육에 쓰이는 교실을 보며, 그 아이들이 참 부러웠다. 마인크래프트 속의 수 많은 웅장한 건물들을 보며, '창조하는 세계'를 창조한, 마인 크래프트의 개발자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는 내 이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었다.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의 영역을 넘어선, '소셜'과 '창조성', '상상력'을 결합시킨 하나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오'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만큼 혁신적이다.
그의 한 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남의 충고보단 자신의 마음을 따르라. 계획만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0117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9년에 한 번씩 나오는 시리즈라는 말, 하나만 듣고 보게 되었다. 멜로 영화가, 시리즈인 것도 대단한데, 시리즈가 정확히 9년에 한 편씩 나온다니, 대체 무슨 생각일까 싶었다. 보고서 더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독자들에게 영화 속 이야기가 진짜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9년 후에 나온 영화는, 영화 속 세계도 9년이 흘러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실제 삶'이라는 입장에서 한 차원 낮은 단계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 데, 현실과 '시간'라는 차원을 평행선 상에 놓음으로써, 단지 그것만으로도 영화 속 이야기가 더 현실감있게 느껴지고, 정말 어딘가에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9년에 한 편씩 후속작이 나와, 대략 20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이 누군지, 대단할 따름이다. 더불어 9년 후에 또 후속작이 나올지도, 기대가 된다. 그 영화를 보며 지금과 지금의 순간을 떠올릴 것만 같다.
영화는 단순한 멜로영화로 보기엔 훨씬 더 대단하다. 수사법, 변증법 공부랄까. 영화는 단지, '다양한 공간 속에서 인물들 간의 대화를 보여주는 것' 밖에 없다. 대화의 내용은 때로는 깊이 있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화를 주고 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 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순간에 조금씩 싹트기 시작하는 감정. 그런 것들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것, 마치 언젠가 있었던 일처럼, 혹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싶은 감정처럼, 실제 연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주변 여성 친구들이 모두 이 영화를 최고로 꼽기에, 한 번쯤 궁금해진 것도 있다. 그리고 '늑대소년'을 봤을 때처럼, '아, 여성들이 좋아할만 하다.'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그렇다고 남자들에게 재미없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사랑'이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3부작을 통해 '사랑'이 뭔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0116 연애의 온도
영화관에서 보기까지는 조금 뭔가 아쉽지만 무척 기대되는 영화들이 있다. 내게는 이 영화가 그런 느낌이었고, 그래서 VOD가 뜨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영화를 보면서 건축학 개론이 떠올랐다. '첫사랑에 대한 공감'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집중하여 뻔할 수 있는 한국 멜로영화였음에도 400만 관객을 돌파하지 않았던가. 분명 건축학 개론이 '공감'하나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오래된 연인에 대한 공감'에 집중한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거다.
두 명의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은 흔히 있을 법한 오래된 연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도 여기서 꽤나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덕분에 아련한 추억도 한 번쯤 떠올릴 수 있었다.
영화 내용 전개적인 측면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방식은, 주인공들의 내면을 들려주기 위해 중간 중간 인터뷰하는 장면들이다. 왜 인터뷰를 하는 걸까의 호기심을 갖게 하지만, 내용 전개상 '인터뷰하는 이유'에 그리 집착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다큐멘터리 영화'라면서 설명해야 했을까.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차피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것. 과거 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것보다 내게 그 다큐멘터리 영화는 둘러 대지 않아도 될 변명처럼 느껴졌다. 차라리 인터뷰에 대한 설명을 깔끔하게 생략해버리는 거나, 아예 인물들의 내면을 인물들의 행동에 반영하여 더 디테일하게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은 어땠을까?
'건축학 개론'에서 '연애의 온도'로 이어지는 이러한 '공감 영화'의 계보는,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아련한 추억을 자극시켜주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자신에게 '오래된 연인' 태그가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13년 5월 17일 금요일
0115 위대한 개츠비
소설 원작을 읽은 시점에서, 그 내용의 영화를 본 일은 흔치 않다. 나는 소설보단 비소설을 선호하는 편에 속하며(보통, 개츠비와 같이, 명작들을 읽어 보겠다는 마음에서만 예외가 된다.) 내가 읽어 보게 되는 소설들은 이미 영화화 된 것들이거나 영화화 되기엔 너무 매니악한 소설들(주로 SF류의)이어서 그런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영미 문학의 고전 명작으로 평가받는 유명한 소설이다. 어느 날 문득, 고전 소설을 고르다가 무의식적으로 끌려 읽게 된 기억이 난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일 것이다. 고전 명작(20세기 초 영미 문학 중심으로)을 몇 권 읽고 나서는, 명작이라 불리는 것들 의 '작품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곤 했었던 나지만, 그 중에서 '개츠비'는 그나마 확실히 좋게 평가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에,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품었다.
언젠가 한 번 썼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이지만, 20세기 초반의 영미 문학들은 '시대적 분위기'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당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으로 삼을 수 있는 주제들, 하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확 와닿진 않던 그런 것들.. 이것이 내가 '작품성'에 의문을 갖게하는 큰 이유중 하나였다. 개츠비 또한 비슷한 시대상을 그려 내고 있다는 점은 다른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 내는 방식에서, 크고 작은 굴곡의 사건들이 마치 요즘 나온 이야기처럼 흥미롭게 얽혀 전개되는 점이, 다른 이야기들 보다 좋게 느껴진 것 같다.
영화 '개츠비'는 소설의 스토리를 충실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20세기 초반의 미국 사회'를 '시각화'해서 보여줬다는 점은, 예전에 읽었던 소설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 보며,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특이한 점으로는, 중간 중간 영상을 독특하게 처리하는 점이었다. 특히 개츠비가 단독 컷으로 나올 때 그랬다. 본 사람은 잘 없겠지만 '스피드 레이서'(비가 출연한, 워쇼스키 형제의)의 인물처리 방식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경과 인물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의도적으로 연출함으로써, '관찰자'의 시점에서 '개츠비에게 완전히 몰입된 닉'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소설을 읽으며 얻었던, 이야기에서 얻었던 메시지는 영화로 봐도 좋았다.
눈 앞의 욕구, 욕망에 사로잡혀 '진정 원하는, 진정 고결한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 속에서, 개츠비는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그러한 가치를 추구할 줄 아는, 진정 '위대한 개츠비'인 것이다.
심지어 그 가치의 대상인 데이지 조차도, 결국엔 세속적인 가치에 따르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함에도, 그 사랑의 의미까지 같기는 어렵다...'는 현실도 보여 준다.
새로울 것은 없긴 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심상이 '시각화'되었다는 것에서 크게 만족스러웠고,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은 것 같은 즐거움을 주어서 좋았다.
'개츠비'를 읽기 전의 내가 이 영화를 봤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궁금증이 남는다.
소설을 읽은 사람은 물론이고,
'위대한 개츠비'라는 이름을 들어 봤지만
책 읽는 것이 별로라 꺼리고 있었다면, 추천합니다.
2013년 5월 13일 월요일
0114 군주론
'고전이라 불리우는 것들은 일단 닥치는 대로 읽고 보자.'라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자리 잡았다. '고전'만 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청 많은 고전을 읽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보자면 나름 '다양한 독서 패턴'을 갖게 하는 데에 일조한 습관인 것 같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분야나 그에 관한 책이 있기 때문에(나의 경우엔 흥미롭게 보이는 과학 서적들이 그런 종류인 것 같다.) 그런 선호하는 습관을 의식적으로 깨지 않으면 독서를 통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어쨋든 요런 이유로 잘 손에 가지 않을 법한 군주론을 읽게 되었는데, 역시 고전은 고전인지라, 꽤나 새로운 관점을 많이 제시 해 준다. 무엇보다도 군주론이 악명높은 것으로 유명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군주론은 철저히 '실용주의 정치학'이라는 점 때문이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면 응당 속임수도 쓸 줄 알아야 하고, 잔인함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뒷 부분의 해제를 훑어 보았는데, 이것이 '정치철학'분야에서 꽤나 획기적인 변혁이었다고 한다. 기존 플라톤에서 시작된 정치철학에서는 '군주의 덕, 자비심'과 같은 것들을 강조하며, 이를 철학적인 설명으로 설명했다면, 군주론은 변화무쌍한 정치에 있어서 약삭빠르고 실리를 추구할 것을 강조하며,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을 이용하여 이를 뒷 받침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요즘 흔히 보이는 '솔로탈출 연애비법'(그래, 나도 한두 번은 읽어 봤다.)과 같은 책들처럼 자세한 상황상황에서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현명한 군주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와 같은 지침들이 보이지만, 중요한 맥은 하나다.
"자신의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기질이 시대적 상황에 그에 부합하면 좋은 군주가 될 수 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자신의 기질을 바꿀 줄 아는 것이 현명함이다."
재밌었던 것은 책 전체 내용이 '좋은 군주가 되는 법'에 관하여 쓰고 있지만, '좋은 현대인이 되는 법'으로 읽어도 꽤나 많은 내용이 부합한다는 점이다. '좋은 현대인이 되는 법'과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은 엄연히 다르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에서 실리에 맞게 행동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일까.
좋은 말들이 많다. 이론 전개를 위해 설명된 15, 16세기 유렵의 역사는 익숙치 않아서 약간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이야기 자체는 정말 쉬운 이야기로 잘 풀어져 있다. 그렇다고 막 재밌고 그렇진 않다만...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 쯤 읽어 보시길.
2013년 5월 5일 일요일
0113 최고의 공부
한 권의 책을 읽는 데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 나는 호기심이나,명작에 대한 욕심 등을 통한 독서가 제일 많은 편인 것 같다. 그 외에, 가끔 충동적으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현재의 고민을 가장 잘 답해줄 것만 같은' 책의 경우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지금 당장의 내 삶에서 직접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계획에 없다가도 바로 사게 되고, 또 다른 일은 다 제쳐 두고 읽게 된다. 이렇게 읽게 된 책의 특징으로는, 다 읽고 난 후에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가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이 사실 그렇다. 인문학 코너의 베스트 셀러에 올라가 있길래 별 기대없이 뒤적여 봤는데 목차에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보였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시작했던 일에 슬럼프가 오면서, 예전처럼 좋아하게 끔, 다시 금 즐거운 마음의 동기부여를 하는 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단박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예전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몇 가지 핵심 개념을 가지고 끊임없이 비슷한 사례를 들어주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의 책들을 꽤나 읽어 본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이야기'가 주는 힘 때문에 처음엔 흥미롭다가도,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때문에 뒤로 갈 수록 지루하다. 책의 내용은 사실 다음 세 줄로 요약할 수 있다.
1.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즐기는지 스스로에 대한 자아 성찰을 해볼 것.
2. 성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내적 동기가 이끄는 공부(일)를 할 것.
3. 인간인 이상 포기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를 받아 들이고 꾸준함을 유지할 것.
적어 놓고 보니 뻔한 내용같으면서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지적한 대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내적 동기'보다는 '외적 동기'에 따라 공부히고 있다. 사실 책에서 제시한 내용들은 내가 20대 초반에 우연히 겪으면서 만족스럽게 생각했던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내 방식이 권위있는 교육학자가 주장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에 뭔가 뿌듯함도 느꼈다. 거기다 더 보완해야할 점을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완전히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거의 없지만, 나 자신에게 들 수 있는 의구심과 걱정을 덜어내 준 것 같아 좋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평생 동안 할 일인지 고민 중인 사람에게 이 책은 그 선택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0112 레옹
몇 년 전에, 교보문고에서 3000원 가량의 저가에 판매하는 DVD 명작 시리즈를 구경하다가, 레옹을 구입했었다. 최소 3-4년 전인 것 같은데, 오늘 새벽에서야 포장을 뜯고, 보게 되었다. 무슨 사연에 그렇게 미뤄 왔는지 몰라도, 레옹은 항상 언젠가 한 번 봐야지 봐야지 했던 영화였다.
역시나 명작이라 불리우는 것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94년에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20년 후에 보는 지금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내가 숱하게 본 '킬러 영화'들이 다 '레옹'을 뿌리로 두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고독한 킬러가, 우연한 기회에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하는 이야기.."
어쩌면 뻔한 소재다. 하지만 이것이 2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 빗대어 보자면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 급의 충격이었을 거다. 말그대로 '고전'이다. 사실 고전은 그냥 오래된 옛날의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널리, 오랜 시간 전해져야 할 만큼 훌륭한 것,'을 뜻하는 의미로서,
'레옹'은 킬러 영화의 '고전'으로서, 영원히 남을 것 같다.
여담으로, 나탈리 포트만의 어린 시절을 보며, 영화란 과거로 향하는 타임머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의 모습만 익숙한 사람의, 영화 속에 담겨 있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어린 시절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번에 얼마 전에 다시 개봉했던 것 같던데, 아직도 할 지 모르겠다.
정말 영화관에서 또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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