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0039 테이큰2
이전에도 언급이 있었지만, 액션 영화의 최고로 테이큰을 꼽는다. 그런 테이큰2가 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개봉 전 예매(이런건 잘 해본적없다만)를 하여 개봉 당일 날 새벽에 바로 예매하여 보고 왔다.
즐겁게 봤다. 니암니슨의 '아버지'의 포스는 그대로 살아있다. 나름대로의 호쾌한 액션이나 '전직 전문가'로서의 멋진 모습들(눈을 가리고 납치 당할 때의 모습은 꽤나 멋져보였다)은 로망을 테이큰1의 향수에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점수는 80점을 넘게 주기 힘들다. 호쾌한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어느 정도의 '앞뒤 개연성'은 포기할 수 있지만 정도가 심하다. 니암니슨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알면서도 대충 손만 묶어 놓다니. 수류탄이 몇 개씩 터지지만 겉으론 멀쩡해보이는 시내. 등등등..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전작과 감독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테이큰이 테이큰이었던 정체성을 비슷하게 재현하려 했으나 2%가 부족했다. 액션영화니까, '개연성'이나 이런건 아무리 차치하더라도, 이 2%는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전작 테이큰에선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느껴졌다면, 이번 2탄은 새로운 감독이 '미니멀리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듯 하다. 호쾌하게 보자마자 쏴버리고 악당들을 처리하는 주인공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질질 끌며, '맛없는 긴장감'을 주는 장면들은 전형적인 오래된 액션영화의 그 패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 많이 부각된 것 같지만, 기대감이 컸던 만큼이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론 니암니슨과 테이큰의 냄새를 다시 맡은 것 만으로도, 일단은 합격이다.
2012년 9월 28일 금요일
0038 WARP
'켠 김에 왕까지'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게임을 하나 정해서 처음 시작부터 게임의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플레이해야하는 게임이다. 방송 출연자는 그 게임을 끝낼때까지 퇴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가학적인 재미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게임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가 '켠 김에 왕까지'해버렸다. 8시간 정도 연속으로 한 것 같다. 이런 적은 거의 20살 이후로 처음이라 놀랐다. 무엇이 이 게임을 빠져들게 했을까를 고민해보기로 했다.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안다면, 이 게임이 그것과 매우 흡사한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탑뷰 방식에, 새로운 능력을 얻어가며(젤다의 전설의 경우엔 각종 도구들..) 주어진 지형 속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뤄나가는, 액션 어드벤쳐 장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게임의 플레이자체는 너무 새로울 것도 없다 할 정도다.
다만, 세계관이 너무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다. '짧은 거리를 '슝'하고 워프할 수 있는 외계인'이 인간으로부터 탈출한다는 설정에서, 다른 새로운 능력은 뭘 주는게 좋을까?에 너무나도 타당한 답변을 내 놓았다. 다른 물체속으로 워프하여 그 물체를 터지게 한다거나, 그 물체와 위치 이동을 하는 등, 적절하고 새로운 '능력'은 새로운 패턴을 배우고 싶게 한다.
'액션'으로서의 난이도도 적당한 편이다.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에겐 어려울 수도 있겠다.(마지막탄의 악명은 익히 들었지만, 나 역시 수십번 플레이 끝에 클리어 한 것 같다)
그 밖에 게임 속 미니게임이 참 재밌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경쟁하고, '게임 진행의 능력을 더 업그레이드 하는 보상'을 주며, 실제로 플레이어가 게임 진행을 위한 컨트롤을 연습할 수 있는, 그래서 더 능숙해지도록 하는 기회도 준다.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적절한 세계관을 실감나게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느끼게 해주었고, 오랜만에 비디오 게이머의 흥분을 느끼게 해주어서 좋다.
2012년 9월 27일 목요일
0037 Ray
색 인지의 '3원색'을 기반으로 우리가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들은 '빛 깔'들의 조합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나의 첫 게임이다. 사실 그동안 습작이나 proto type으로 만들어 본 것들은 몇 개가 있었지만, 정성을 들이고, 메시지를 담고, 나름 유료화도 해 보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깃들였다는 점에서 애정이 간다.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번엔 '단지' 내가 좋아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으니까.
제 3자의 마음으로 리뷰해볼까 한다. 먼저 이 게임은 쉽게 질린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재미란 새로운 패턴을 학습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이 패턴은 5분만 해보면 패턴의 전부를 알 수 있다. 새로운 아이템이라든가, 새로운 물체가 나타난다거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본래 의도는 적절한 운과 함께 집중력을 통해 더 높은 점수를 얻게 하려고 하였으나, 실제로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의 의견은 '자신이 잘해서'라기 보다 '운이 좋아서' 높은 점수를 얻게 된 것으로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판하게 끔 만드는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실력에 따른 '점수 폭'도 너무나 적다. 게임 하는 중에도 피드백같은 것이 거의 없다. 극도의 취향을 타기 때문에 이런 '심플함'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애초에 다운받기도 꺼려질 것이고, 다운받고 나서도 얼마 안 가 바로 삭제하게 될 것이다.
리뷰어에서 다시 '개발자의 변'으로 돌아가자면,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이 기획안을 가지고 처음 개발을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고쳐보았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고쳐볼 수록 처음의 의미를 퇴색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뒤엎고 새로 다시 만들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 철학인 '미니멀리즘'을 극도로 활용하여 넣고, 본래의 메시지를 가장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게임 방식도 바꿨다.
좋은 경험이 되었다. 오래 전부터 가져왔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켰다는 사실 자체로, 나태함을 이겨내고 완성시켰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끝까지 해 냈다는 것에 만족하며, 이 실패가(사실 개발의도에서 보면 실패라 하고 싶지 않다만..다운로드 수를 보면 명백한 실패다..) 거름이 되어 더 멋진 꽃을 피우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0036 늑대아이
예고편을 보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감독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꼭 봐야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야행성이 되다보니 요즘 들어 종종 새벽에 영화관을 찾는데, 차도 안 막히고, 조용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
기대한 만큼 충족시켜준 느낌이다. 기대한 대로, 잔잔한 이야기와 소소한 감동을 잘 만들어 준다. 얼마 전에도 언급한, 좋은 이야기의 조건의 첫 번째인, '캐릭터'성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사소한 장면들 하나하나 까지 보여주며 그 인물을 실제 인물처럼 정감가게 느껴지게 해준다.
잔잔한 동화 속에서, 핵심되는 메시지는 이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임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자 늑대일 수 있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하나'의 모습은 '모성애의 이데아'를 보여준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하나'의 모습은 정말 끝없는 감동을 준다.
더불어 눈이 즐겁다. 아름다운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앞 뒤 컨텍스트가 있는 미술작품들을 여러편 보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적절히 3D 그래픽이 섞여, 평면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에 생동감을 더 한다.
일본 애니매이션 영화는 국내에서 사실 상업적인 성공의 한계가 있을거다. 오늘 내가 본 영화관에서도 제일 작은 관에서 상영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일본 애니매이션'이라는 사실에 꺼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일본 애니매이션'이라는 편견에 사로 잡히지 말고 멋진 감동을 즐겨보길 바란다.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0035 facebook
'세상 모든 것의 리뷰'를 지향하기 때문에, 오늘은 독특하게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SNS인 facebook에 대한 생각을 써 볼까 한다.
해외에 안 살아봐서 어떤지 모른다. 다만 간접적으로만 facebook이 어떻게 퍼져 나가게 되었는지만 안다(영화 the social network를 통해..) 때문에 국내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누구나 미니홈피와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facebook이 '상위 호환 대체제'처럼 되어버려, 많은 사람들이 facebook으로 넘어가버린 실정이다. 적어도 내 주변엔 그렇다.
참 이상하다. 적어도 내 기준에,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배타성이 무척 중요하다. 나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잡은 서비스를 다른 서비스가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facebook이 해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알고리즘 강의를 듣다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알고리즘은 같은 연산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왜 빠르게 하냐구요? 빠른 게 재밌잖아요.(Fast is fun.)"
한정된 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같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더 빠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게 되어 있다.facebook이 그렇다. cyworld가 '내 공간'을 배타적으로 주는데에 너무 집중했던 틈을 노려, '내 공간이지만 다른 사람의 공간일 수도 있는', 뉴스피드와 타임라인의 역할이 정말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배타성을 '빠름'하나로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사실 내 경험에 따르자면, facebook이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할 무렵엔 확실히 싸이월드를 대체하지 못하고 없어지는 듯 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facebook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cyworld를 사용했었다. 그 타이밍에 cyworld 해킹 사건이 터졌다. 적어도 내 관점에는 이 사건이 cyworld에서 facebook으로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facebook의 사주로 cyworld를 해킹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외로움'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렵고, 불안하고, 심심하고 하는 것들. 누군가 날 알아주고 공감해주고 하길 바라는 감정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점을 파고든 것 같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기 이야기를 하고,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리고, 다른 사람 사진에 공감한다.
'좋아요'와 '댓글'을 살펴 보면, 이러한 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facebook 사이트에 처음 들어가면 무슨 마음을 갖고 있는가? "왼 쪽 위 메뉴의 지구본 그림 위에 빨간 색 바탕의 숫자" 아닌가? facebook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갖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한 쾌감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있다. 댓글을 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 현대 인터넷에 발맞추어, '좋아요'라는 버튼을 부담없이 누르게 하며, 눌러진 사람에게는 '빨간 색 버튼의 알림'으로 자극을 준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자극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에 들어가고 또 들어가게 된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facebook을 SNS시장의 지배자로 만들었다. 여기 언급한 것들 말고도 더 다양한 요인과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멋진 것을 만들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참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은 인간이 쓸 것을 만드니까. 기능적으로 보면 참 단순해보이는 facebook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인간에 대한 철저한 분석 때문이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2년 9월 23일 일요일
0034 iTunesU : Linear Algebra
iTunesU라는 멋진 서비스가 있다. 명문 대학의 강의를 무료(최근에 보니 몇 가지는 유료로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무료다)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다양한 분야의 강의들이 다양하게 제공되어 있다.
처음 이 서비스를 발견했을 때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컴퓨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스탠포드나 MIT의 강의를 볼 수 있다니! 정말 인터넷이 발달한 이 세상에 감사했다.
다만, 자막 지원은 대부분 안된다. 영어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의 경우, 컴퓨터 관련 전공서적을 영어로 봐 왔기 때문에 컴퓨터나 수학 관련 강의를 몇개 들어봤지만 큰 어려움은 느낄 수 없었다. 대부분 관련 분야의 어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학의 '게임이론' 강의를 들어봤는데, 무척 알아 듣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를 본 것은 MIT의 strang 교수의 Linear Algebra가 처음이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도 선형대수의 거장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은, 우리나라 명문 대학들의 선형대수 교재가 이분의 책이라는 점이다.
쉬운 영어로, 쉽게 설명해준다. 많은 예를 들어주고, 무엇보다 열의가 넘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셔서 인간적인 매력까지 느끼게 해준다. 선형대수를 정말 사랑하는 분임을 강의 한 두개만 봐도 알 수 있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이 세상에서 내가 선형대수를 듣게 된 것은 비전공자로서 프로그래머의 내공, 수학을 조금 더 보충하고 싶기 때문이다. 철저히 복습하며 많은 시간을 들이진 않았다. 어떤 개념들이 있고, 어떻게 사용되고, 왜 중요한 지를 이해하면서 넘어가기로 했다.
선형대수는 그래픽이나 물리처리에 특히 많이 쓰이기 때문에, 끝까지 본 것 자체로 참 만족스럽다. 강의에서도 실제로 선형변환이나 그래픽 압축에 관한 basis projection에 대해 나오는 것은 참 반가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혼자 동영상 강의를 보는 것'의 의미를 꼭 되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평가해주지 않는 강의는 '내가 이것을 왜 보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미가 없다면 끝까지 지속하기 힘들다. 나도 몇 번이나 중간에 그만 뒀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곧 강의를 보는 것의 의미를 다 잡았고, 한 시간 가까이 되는 강의 34편을 모두 수강할 수 있었다.(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어떤 개념이 왜 있고 어떻게 사용되는 지에 대해선 확실히 집고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strang 교수님.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0033 애니팡
대한민국은 애니팡으로 난리도 아니란다. 대충 무슨 게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해봐야할 것 같아 플레이 해보았다. 10판 정도하고 그만 뒀지만(솔직히, 재미없다..) 생각할 점이 많다.
독창성이나 새로운 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Zoo Keeper 짝퉁"이다.(사실 비주얼드 등등 이런 방식의 퍼즐게임이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만, "동물을 소재로 한 것"까지 똑같다면 짝퉁이라고 폄하해도 할 말 없는거다....)
Zoo Keeper라는 게임은 피쳐폰 시절 나의 베스트 게임이었고 질리도록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새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정도니까. 게다가 시작할 때 서버에 접속해야되고(이 시간이 꽤나 길더군) 이것저것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로딩이나 불편한 것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이 대한민국을 사로 잡았다. 대한민국이 컨텐츠를 가리는 수준이 그렇게 낮은가? 난 아니라고 본다. '게임 자체로의 애니팡'이 그렇다는 거다. '애니팡'은 Gamification에 정말 충실하다. Gamification이 그냥 전부다. 애초에 제작자들도 게임자체를 기획하기 보단, '카카오톡 게임플랫폼'에 맞는 기존 게임 방식을 찾으려 했을 거다. 그러다 보니 Zoo Keeper 짝퉁이 되어 버린거고.
'하트'. 이게 신의 한 수다. '하트가 없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다소 까다로울 수 있는 제약. 하지만 하트는 얻기 쉽다. 부담없이 다른 사람한테 초대를 날리는 것 만으로도 하트를 준다. 즉 별달리 홍보를 하지 않아도 게이머가 알아서 홍보를 하게 해준다. 거기에 이를 팔아서 수익도 낸다.
'친구 간의 점수판'. 이것은 확실히 기존 게임의 스코어보드랑은 차원이 다르다. "전 세계 1등"을 해야 돋보이는 기존 게임의 스코어보드와, "아는 친구들 사이에서 1등"은 인식 자체가 다르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친구들 간에 뽐내기,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것들이 다 '카카오톡' 덕분에 이루어졌다. 새로운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 친구를 맺는다거나 이런 것이 필요없이 '카카오톡 친구'들은 전부 친구로 추가된다는 사실, 더불어 이 의미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게임'이라는 컨텐츠가 '누구나 즐기는 가벼운 놀이'라는 이미지로 급부상할 수 있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한 때 DS가 한국에서 성공적이었던 것도 '오타구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모바일 게임기의 이미지 쇄신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어떤 만화책(음식에 관한)을 읽다 인상적인 구절을 발견했다.
"요리사는 자신의 만족을 위한 요리가 아닌, 먹는 사람의 행복을 위한 요리를 해야 한다!"
솔직히 난 한 사람의 꿈꾸는 사람으로서, 더 멋진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큰 것은 사실이지다. 하지만 애니팡의 대중성 역시 하나의 '맛'할 때 인 것 같다. 대중이 좋아하는 '라면'같은.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0032 심야식당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참 색다르고 재미있는 만화다. 처음 읽고 는 한 권씩 구입하기 시작했다. 9권까지 구입하였지만,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 받지 않았는지 8권만 없다...
이 이야기는 '심야에 문을 여는 식당', '무슨 음식이든 해준다.'라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 '심야식당'에서 이야기이다. 각 회마다 하나의 음식을 가지고, 새로운 인물이 나와 그에 얽힌 사연에 대해 늘어 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극적이지 않다. 그림체도 구수한 맛이 강하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이 이 만화의 매력이다.
왜 '심야'식당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보았다. '심야'에는 사람이 더 감성적이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술을 곁들이는 장면을 넣어도 문제 없을 거라는 설정 상의 자연스러움도 있을 거고.
하지만 정작 '심야'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음지' 혹은 '비주류'라 일컬어지는(여기선 야쿠자나 스트립퍼, 게이 등등..등이 대표적으로 나온다.) 등장인물들을 자연스럽게 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종종 이런 '비주류' 인물들이 등장하여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은 애환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음식에 얽힌 추억과 더불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거나 어떤 모습에 상관없이 누구나 소소한 감동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느냐, 라고 작가가 묻는 듯 하다.
이 만화, 아무 때나 가볍게 꺼내서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003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좀 독특하다. 내 취향과 '먼' 영화를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르게 되었다. 비교적 최근 영화인 줄 알았는데 2006년에 나온 영화라는 것에 놀랐다. 일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 역으로 나온 앤 해서웨이라는 배우가 눈에 띈다.
기대하던 것 보다 꽤나 재미있게 봤다. 극히 여성의 취향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고, 꽤나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 냈다.
'이야기의 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다큐멘터리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한 조건'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그 조건에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비교적 생소한 '하이 패션'이라는 소재는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이를 테면 이렇다.
"감정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과, 개성 강한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주인공은 여러 시련을 극복해내고, 점점 성장하고 변화한다. 시련 끝에 있는 갈등을 말끔하게 해소해내고, 주인공은 새로운 미래를 맞으며 끝난다."
여러가지 변주가 가능하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이렇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일명 '로멘틱 코메디'라 불리는 장르는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만화들 역시 이 구조가 가장 기본이 된다.
패턴의 중요성과 그 메커니즘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이야기에서든, 설계에서든, 그림에서든, 음악에서든, 어떤 분야도 '패턴'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마치 우리의 뇌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패턴으로서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기분에 도달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지도 같은 것이랄까.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0030 The Japanese Tradition: apologising
우연히 알게 된 분을 통해 보게 된 영상인데 무척 재밌었던 기억이 나 다시 찾아 보았다.
영어는 맛깔나는 설명의 뉘앙스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짧은 일본어로 의역해 보았다. 재밌게 즐기시길.
[사죄 : 샤-자이]
"스미마셍"과 더불어 미안한 정도에 따른 적절한 사과방법을 선택하세요.
[회석 : 에-샤쿠] : 매일 사용하는 가벼운 사과.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쳤을 때. 전철을 타기 위해서 등, 자리를 비켜달라 할 때.
*포인트 : 자연스러울 것.
[깊은 회석 : 후카이 에-샤쿠] : 감정을 상하게 했을 때 사용하는 일상적인 사과.
혼자서 음식을 다 먹었을 때. 내 자식만 혼자 합격했을 때.
*포인트 : 눈을 마주치며, 여성스럽게.
[사의 : 오지기] : 사회인으로서의 사과의 첫 단계
주문받은 제고가 다 떨어졌을 때. 사과할 시간이 부족할 때.
*포인트 : 양손의 손가락을 쭉 펴고, 45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다.
*일반적인 실수 : 35도는 그냥 인사일 뿐이에요.
[긴 사의 : 나가이 오지기] : 용납안되는 일에 대한 사과는 이걸로!
불상사. 리콜
*포인트 : 상대방이 허락할 때 까지 고개를 들지 않는다.
[반복적인 사의 : 쿠리카에스 오지기] : 필사적 어필
나쁜 놈들한테 둘러 쌓였을 때.
레스토랑 매니저가, 점원이 손님 드레스에 와인을 쏟았을 때
*포인트 : 상대방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반복할 것.
[한 쪽 무릎을 꿇고 사의 : 카타히자오 쯔이테오지기] : 주로 닌자에 의해 사용됨
비밀을 잃어 버렸을 때. 사랑에 빠져 닌자의 도를 위반했을 때.
*포인트 : 적이 다가올 것을 경계할 것.
[땅에 앉음(절함) : 도게자] : 사과의 정수!
100 퍼센트 자신이 잘못한 경우. 엄청 나쁜 짓한 것이 들킨 경우.
*포인트 : 우아함이 중요.
[땅에 엎드림 : 도게-후세] : 궁극의 사과!
이것 이상으로 사죄할 수 없음을 보이고자 할 때.
*포인트 : 되도록 더러운 땅 바닥을 선택할 것.
[땅 속에 파묻힘 : 도게-우마리] : 선택의 여지가 없다.
더 이상 무슨 일을 당해도 할말이 없을 때.
*포인트 : "죽이지만 말아주세요"라는 기분을 담아.
"어떠세요? 이것이 일본의 [사죄]입니다. 확실히 사죄하도록 합시다."
0029 진격의 거인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 한 게시물에는 일본에서 '이 만화 대단하다!'라는 기사로 주목할 만한 만화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이 순위를 소개했다. 남성 기준, 여성 기준으로 나눠져 있는 이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만화가 바로 이 '진격의 거인'이다.
'진격의 거인'이라는 제목은 그 만화를 읽지 않고서는 '대강 무슨 내용인지'를 떠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에, 선뜻 손이 안가게 되었다. 남들이 맛있다고는 하지만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을 선뜻 먹어 보기 힘들때가 있듯이 그랬다.
그러다가 1권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단숨에 현재 나온 8권까지 읽게 되었다. 이 놀라운 흡인력의 중심에는 '독특한 세계관'이 있었다. 얼마 전 '매트릭스'에서도 '세계관의 중요성'에 대해 감탄했던 것 같은데 '진격의 거인' 또한 만만치 않다.
'갑자기 인간을 먹어 치우는 거인의 출현'으로 사람들이 대부분 잡아 먹힌다. 남은 인류는 거대한 장벽을 몇 겹으로 만들어, 그 벽 안에서 인류 사회를 유지시키게 되고, 벽을 넘어 오려는 거인과 맞서 싸우며, '거인의 비밀'에 대해 밝혀 내는 것이 이 만화의 중심 내용이다.
거인에 쫒기는 암울한 사회 분위기와, 권력층의 이기성, 그리고 '에반게리온'을 보는 듯한 주인공의 '불완전성'과 '비밀'까지, '거인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인류'라는 세계관이라는 멋진 재료에 각종 맛깔나는 양념을 더해 맛있는 음식이 된 느낌이다.
아직 몇 권 안 나왔다는 것이 제일 아쉽다. '벽'이라는 존재는 또 하나의 아이디어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재미있는 만화다. 꼭 읽어 보시길!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0028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서점을 지나다 우연히 뒤적였다. 그림이 없는 책이 이렇게 재밌고 웃길 수 있구나!라고 날 감탄시켰고, 거기에 내용도 꽤나 교훈적이어서 그대로 사갖고 왔다.
뭐든지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저자가 몇 가지 특이한 실험한 경험을 회고록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인터넷으로 아름다운 여성인 척 하기', '획기적인 정직 실천하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누드모델 되기' 등등 제목을 듣기만 해도 흥미로워 보이는 경험들을 읽을 수 있다.
내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였는데, 가령 전화를 받으며 딴 짓을 하지 않으려고 눈을 가리고, 책에만 집중하기 위해 허리를 의자에 벨트로 감는다. 식사 중에도 대화나 TV 시청은 금물이다.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수 많은 멀티테스킹을 하며 '뇌의 사고 능력'을 소비하는 지 보여주며, 저자의 '한 가지에만 집중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능률이 올랐는 지에 대한 경험도 들을 수 있다.
정말 재미있는 에세이이고, 저자의 전작인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도 언젠간 한 번 읽어봐야겠다.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0027 Matrix
초등학생 시절,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고, 당시 매트릭스가 내게 준 인상은 '난해하지만 가끔 재미있는 액션이 나오는' 영화였다. 10년 쯤 지나서, 머리도 크고, 철학을 공부하면서 매트릭스 세계관에 매력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고, 매트릭스는 언제나 내게 마음의 이상향 같은 영화였다.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다 본 적이 없고, 영화 자체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마음의 이상향인 이 매트릭스를 언젠가 한 번에 시리즈 전체를 봐야지라고 마음먹고 먹고 또 먹다가,(이런게 몇 개있다. 반지의 제왕과 대부 시리즈가 아직 미결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에 그 위업을 달성했다.
3편의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봤을 때의 인상은 앞서 리뷰한 적 있는 배트맨 시리즈와 비슷하다.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끝낼 필요 없는 2편이 제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 이것은 3부작 영화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조만간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볼 생각인데, 이 역시 그런 인상을 받을 것이란 강한 예감이 든다.)
매트릭스의 내용 자체는 언급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다만, 매트릭스에서 가장 좋은 것은 싶은 것은 역시 '흥미롭고 파워풀한, 하지만 그럴 듯한 세계관'이다. '정신의 세계'라는 멋진 소재는 이 세계관을 완성시켜준다.
'사람인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꾸는 지, 나비인 내가 사람의 꿈을 꾸는지..'라는 장자지몽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기계들이 만들어 낸 정신의 세계(이를 매트릭스라 부른다)와 현실 세계(실제 인간계랄까..)가 공존하는 영화는 두 세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다양한 흥미요소를 만들어 낸다.
신기한 것은 매트릭스 세계(쉽게 말에서 꿈)에서 인간계로 영향을 미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이는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매트릭스 세계와 인간계를 무의식적으로 층위를 나누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본의('실제'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일깨워 주려는 장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나 단역으로 생각하기 쉬운 '검은 양복 요원'을 최종 악당으로 만들어 낸 점 또한 매트릭스였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시스템의 작동을 손상시키고 자신을 끊임없이 복제하는, '바이러스'가 아닌가? 매트릭스가 '컴퓨터 속 가상세계'라는 설정답게, 실제 우리가 아는 '컴퓨터'와 동형관계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어 더욱 세계관을 그럴 듯하게 만들었다.
애니매이션이나 게임이 빠진 부분의 스토리 전개를 맡고 있다고 들었다.
매력적인 세계관에 다시 한 번 빠져 들어야겠다.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0026 2D Physics Engines & Classic Mechanics
게임 개발에는 물리엔진이 참 중요한 요소다. 게임 속의 물체들이 실제와 같이 '그럴 듯하게'움직이도록 시뮬레이팅 하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2D게임의 물리엔진은 대표적으로 Box2D와 Chipmunk Physics가 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Chipmunk Physic를 선택했었고, 최근 이를 이용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다.
지금은 Box2D를 공부하고 있다. Chipmunk와 비교하자면, (Chipmunk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Chipmunk가 더 빠르다. 다만, Chipmunk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유료이고, 개인 개발자인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기능은 C Api이다. 때문에 때에 따라서 쓰기 번거롭기도 하다.
때문에 업계에선 실제로 Box2D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Angry Birds나 Tiny Wings 모두 Box2D를 이용해 만들어 졌다. C++로 구현되었으며 완전 무료다.
서론이 길었는데, 물리엔진을 더 재미있게 갖고 놀기 위해, 대략에 물리 개념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ox2D의 가이드 문서에서도, 물리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Googling을 통해 공부하라고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물리는 고등학교 때 보고 거의 안 봤으나, 주입식 교육의 힘인진 몰라도 나오는 공식들은 매우 친숙했다. 이 자료들을 읽으면서 엔진을 쓸 때 명확하지 않은 채 그냥 썼던 값들, Torque나 Moment of Inertia같은 것들에 대한 이해도 가 조금은 높아져서 좋았다.
최근 공부를 함에 있어서 고민이 되는 건,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좋을까'이다.
요즘에는 알아야할 것이 너무나 많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제일 형편없는 핑계라고 믿고 있지만,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날 압박감에 시달리게 한다.
Wiki의 공부도, 각각의 개념들에 대해 너무 자세하게(개념의 탄생 배경, 철학자들의 의견 등등)이 나와 있어서 얼마나 꼼꼼히 읽을 까에 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Classic Mechanics, 대부분 뉴턴에 의해 명확해진 물리 개념들 부분만 중점적으로 읽었고, 이 조차 여러가지 응용에 관해서는 뛰어 넘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현대인의 지식은, '어떤 개념들이 있는가'라는 지식이 '얼마나 자세히 아는가'의 지식보다 중요할 수 있을 거란 사실이다.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적당히 하고, 나중에 정작 자세한 개념이 필요해지면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0025 Shame
각종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는 소식을 통해 이 영화를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많은 수상과 전문가의 평점, 고차원의 CG로 구성된 블록버스터이런 것들이아닌, '소재'다. 그런 측면에서, '음란물 중독의 현대인의 삶'이라는 이 영화의 소재는 나를 끌리게 하기 충분했다.
꽤나 심리적인 묘사나, 해석의 영화를 많이 남겨 주고 있어서 영화가 끝난 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찾아 보았다. 정말 다양한 해석을 읽을 수 있었고, 내가 이 영화에 읽은 해석 또한 조금 다르다.
나는 '고독'을 읽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주인공과 그 여동생)은 끝없이 고독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고독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독을 잊으려 애쓴다. 끊없이 성적 쾌락을 탐닉하는 주인공, 가족과 자식이 있음에도 원나잇할 상대를 찾아 다니는 주인공의 상사, 끝없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동생 등등. 이 인물들은 놀랍도록 실제 인물같다. 음란물이나 윤락 서비스를 찾아 다니거나 나이트 클럽을 전전하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려 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고독'은 '사랑'과 더불어 수 많은 작품의 주제로 쓰이고 있다.
인간은 왜 끝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유전자의 생존 기제로서 존재한다면 너무나도 잔인하지 않은가.
Shame은 '현대인의 고독'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로지코믹스
처음 철학을 전공하게 되었을 때에는, 누구나 그랬겠지만, 철학이라는 학문이 무척이나 막연하고 어렵게 느껴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장과정이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철학을 그런 이미지로 느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철학'을 떼어놓고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철학'의 이미지를 쭉 그대로 가져 가는 것 같다. 너무나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 어려운 것, 괴짜들의 것 등등의. 심지어는 철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졸업하고 '철학원'을 여느냐, 라고 묻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이니 말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서점을 지나다 보게 된 이 책은, 그 당시 흥미있는 표지에 집어들고, 잠깐 훑어보고는 바로 사갖고 왔다. 그리고 단숨에 읽었다. 만화책이지만 내용이 나름 깊이가 있어서 이해하며 읽는 데에 꽤나 오랜 시간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몇 일 전, 책장을 정리하다 이 책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을 때, 나는 또 다시 이 책을 펴들었고, 또 한 번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철학을 전공했음에도, 러셀의 저서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언젠간 꼭 읽어보리라.) 하지만 그가 얼마나 멋진 인물이었는 지는, 약간의 각색이 된, 이 책의 일대기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다른 제목이기도 한, '토대를 찾아서'는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 해 준다.
나는 '앎'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안 다는 것은 무엇일까? 단어를 암기하고, 스토리를 알고, 그런 것도 앎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정의하는 진정한 앎은 '이해함'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해함'을 '어째서 그러한 지에 대한 그럴 듯한 설명을 할 수 있음'이라 정의한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책의 주인공인 러셀을 비롯한 수학, 논리학, 철학자들은 이 그럴듯한 설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어째서 그러한 지에 대한 <확고한> 설명을 할 수 있음'
<확고한>은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러해야함'의 연속된 사유 과정이라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철학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꼭 읽어 보길 추천하고 싶다. '<확고함>에 대한 추구'를 공유하는 인물들의 이, 만화로 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철학함, 사유함, 앎에 대한 멋진 토대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언급이 무한을 낳는다.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0023 인타임
'시간이 화폐인 세계'라는 한 줄의 소개만으로 무조건 보리라 다짐하게 만들었다. 개봉했을 당시 보았기 때문에 본지 꽤 지났지만, 강렬한 내용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사실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자본력 부족이 아쉽게 느껴졌다. 많은 자본을 들이고 싶었을 테지만 들이지 못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약간 덜 치밀하게 영화가 진행될 때도 있었고, 뭔가 어색한 장면도 있었다. 좋아하는 인셉션과 비슷한 무게감의 소재를 갖고 있었지만, 2% 부족함이 엿보였다.
영화 속 사회는 시간이 화폐인 세계다. 일을 하고 시간을 받는다. 여기서 시간은 남은 수명을 뜻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팔에 각인된 시계에 남은 시간만큼 살 수 있다. 즉, 부자는 영생에 가까운 시간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디테일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힘들어서 였을까, 이런 사회가 된 치밀한 설명은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시간이 화폐인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와 얼마나 비슷한 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 같았다.
빈민층은 하루 벌어 하루를 산다. 부자들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부를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 사회 계층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 있는 사회는, '시간이 화폐 단위로 쓰인다'는 점을 사용하여 극단적으로 드러 낸다. 이 세계에서 부자들이 독차지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달리 말해, 부자들이 욕심을 부리는 만큼 빈민층은 자신의 시계의 시간이 다 되어 죽어 간다. 현실 사회를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 것 같다.
영화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전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지만, 어떤 영화를 봤을 때 보다도 충격을 받았다. 삶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을 많이 던져준 영화였다.
분명, 재미있고 유익한 영화다. 한 편으론 무섭기까지 할 수도 있지만.
2012년 9월 11일 화요일
0022 스마트 싱킹
꽤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흔한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났기 때문에(그런 것들은 20살 때 이미 꽤 많이 읽었고, 대강의 패턴을 꿰고 있기에 지루하다.) 쉽사리 펴보진 않았다.
이 책은 형이 구입하였고, 형이 읽는 것을 우연히 보고 뒤적여 보았다. 흔한 자기 계발서보다, 내 흥미를 끄는 내용이 많았고, 그대로 내 방으로 가져와 읽었다.
내용에서 인상적이였던 것은, 이전에 읽은 On Intelligence라는 책의 내용과 매우 흡사한 기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뇌가 동작하고, 지능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인지과학적인 기반지식을 가지고 '더 smart하게 학습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놀랐던 것은 내가 나름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던 일련의 행위들이 smart한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이 나와 있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 환경을 바꾸려 했던 점이나, 일이나 과제의 생산성보다, '왜?'를 물어야 한다는 강한 믿음이 그랬다. 그 밖에도 3의 원리라는, 사람은 세 가지 정도만 기억한다는 점이나 비교와 유추를 통한 이해 또한 강조하고 있는데, 책의 핵심 내용이 On Intelligence에서 강조하던 기반 지식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비논리 협오주의자이면서, 논리 신봉자다.' 이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 자세다. 어떤 논리가 맞는 논리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논리적으로 꽤나 그럴듯하게 설명이 되면, 나는 그것을 믿으려는 강한 경향이 생긴다. 반대로 설명이 비논리적으로 느껴지면, 그에 대해서는 왠만해선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런 내 개인적인 관점이 이 책을 매력적으로 이끈 것 같다. 이전에 꽤나 그럴듯하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쓴 학습법은 내 '뇌'를 정말 잘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해줄 것 같은 환상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모든 자기 계발서는 실천이 중요하지만, 사실 책에서 하라는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삶의 태도나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자기 계발서를 어느 순간부터 좋게 보진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자기 계발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3일이라도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니 말이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The Social Network
이 영화는 DVD로 갖고 있으며, 살면서 가장 많이 본 영화다. 영화의 교훈적 스토리나, 영화의 소재나, 내용 전개적인 측면이 모두 내 마음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이 들어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나에게 마크 주커버그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내 영웅이 되었고,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약해진 의지를 다지곤 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이 영화로 꽤나 많은 수상을 받았다고한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땐 '많은 상을 받을 정도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DVD를 구입하고 몇 번씩 돌려 보면서, '파이트 클럽'과 '세븐'등의 걸작을 만들어 낸 데이빗 핀처 감독의 놀라움이 곧곧에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 전개의 시간 흐름이 뒤죽박죽이다. 카메라의 전개는 주커버그를 주로 쫒아다니는데, 이 카메라 앵글이 주커버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일관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진 않지만, 한 컴퓨터 천재의 성공 신화에서 그 사람의 인간적 마음의 변화를 읽게 된다.
좋은 이야기의 기본인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당시(페이스북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에 사회적 시사점으로서도 정말 좋은 소재를 갖고 있었다.
사실 이 영화의 광팬인 내가 객관적인 평가를 한 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 평가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다.
멋진 액션이나,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이나, 기막힌 반전 따위는 없다. 하지만 정말 훌륭하다.
0020 맨인블랙3
그다지 평소에 흥미있어 하던 시리즈는 아니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이번 시리즈를 복습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더군다나, 1은 먼 옛날에 본 것 같고, 2편은 본 것 같지도 않다.) 시리즈 특유의 유쾌한, 외계인이 뒤섞여 나온다는 설정에 대한 이미지는 강렬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먼저, 이전 시리즈가 어땠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3편은 확실히 내게 꽤나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B급 블록 버스터 영화'의 분위기를 무척 잘 살렸다. 무엇보다도, B급 내용 전개 속에서 시사점을 꽤나 많이 던져 주었다는 것이 그렇다.
멋진 CG와 화려한 액션이 이 영화의 장점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마블 시리즈나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지지 않았을까?
사실 실제로 기억해보면, 맨인블랙3에서 기억나는 액션 장면은 1륜 오토바이 신 밖에 없었다.
내 눈에 들어온 맨인블랙3는 온 갖 상상 속의 '꿈의 기계'들을 현실로 가져다 놓고, 이것들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타임머신과 기억제거 장치, 미래를 보는 외계인. 이것들이 실제로 존재할 때의 상황(무척 혼란스럽고, 가치 선택이 더욱 복잡해지는)을 잘 보여주어서, 특히 마지막 장면엔 감동까지 주었던 것 같다.
기대했던 건 'B급 블록버스터 영화'였는데, 꽤 괜찮은 스토리를 보았다.
2012년 9월 9일 일요일
0019 BBC 다큐, TIME
BBC 다큐멘터리 TIME은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은, daytime, bodytime, earthtime, cosmictime을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다. 즉, 뒤로 갈 수록 거시적 관점에서 시간을 바라보는 거다.
이런 주제에 꽤나 흥미가 있는 편인 나에게 꽤나 익숙한 내용이 더 많이 나왔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것보다, '책에서 설명하던 것을 실제로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더불어, 그냥 '이해'한 것보다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
갖가지 실험들을 소개하면서, 알리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걸 보며, '뭐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오겠지'라는 추측보다, 그런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음에도, 바보같아 보이는 실험을 직접 '해 보이는' 과학의 태도가, 무척이나 감명 깊었다. 실제로 '바보같아 보이는 실험의 기대되는 결과'를 봄으로써, 더 깊은 이해를 갖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만..분명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흥미로웠던 소재는, '뇌의 클락업'이라 불리우는, '위험한 상황이 되면 뇌가 고속으로 동작하여 사물을 느리게 보게 된다.'라는 점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모든 사람들이 10분 만에 어려운 책을 한 권씩 읽게 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담이지만, 해설자이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미치오 박사는, 지적인 섹시함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2012년 9월 5일 수요일
0018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라이즈,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
나는 영화에서의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의 궁금증'을 참는 것이 참 불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완결되지 않고 어중간하게 끝나는 시리즈가 많아서 하나의 작품 자체로 보기에 허무함이 많이 남을 때도 있다. 후속편이 나올 때면, 이 전 시리즈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것도 참 힘든 일이다.
하지만 다크나이트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대중성을 잡아 끈, 그러면서도 내용의 깊이를 놓치지 않는 놀란 감독이기에,(그의 '인셉션'은 데이빗 핀처의 '소셜네트워크'와 더불어 내게 최고의 작품이다.) 잘하지 않는 복습까지 하여, 이 시리즈의 완결을 보기로 했다.
전작 '다크나이트'가 워낙 성공해서 일까. 확실히 라이즈는 전작보다 작품 자체의 '완전함'은 떨어지는 것 같다. '조커'의 포스도, 영향을 미친 것 같고, '비긴즈'나 '라이즈'가 이야기의 배경 설명과 마무리 짓기 위한 이야기 전개를 해야 했다면, '다크나이트'는 내용의 깊이에 더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블로거의 글을 읽고 나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 내용의 깊이와 대중성을 동시에 잡아 유명하다. 이 배트맨 3부작 이외에 '프레스티지'나 '인셉션'이 그렇다. 앞서 언급한 블로거는, 배트맨 시리즈와 이 두 작품, 그 이전의 작품('미행'이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꽤나 오래되었고, 나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기 힘들다.)의 연속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감독이 여러 작품을 하는데에 있어서 동일 배우를 쓰는 것은 흔한 사례이다. 흔히 '라인'이라 불리우며, 여러 작품을 같은 배우들과 하는 경우는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쉽다. 하지만 이 배우들과 자기 작품에 연속성을 집어 넣는 감독이 또 있을까. 놀란은 그랬다.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하나의 플롯에 맞춰 만들고, 동일한 배우는 그 플롯의 비슷한 역할을 맡게 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한다. 자기 작품에 자신만의 색깔을 강하게 입히는 장치로써,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창작, 창조를 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해 나아갈 사람으로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대중성과 깊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치밀하게 설계해왔다는 점이 그렇다. 그는 그의 작품으로 '불멸성'을 획득할지도 모르겠다.
0017 One Outs
'라이어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읽은 후,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기에 이르렀고, 그렇게 해서 보게 된 것이 'One Outs'다.
나는 야구와는 인연이 없다. 성장 환경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야구는 나와 먼 스포츠가 되었다.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 데, 이제 와서 취미를 붙여 보려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이 만화는 야구가 소재다. 때문에 '라이어 게임' 작가의 만화가 아니었다면, 보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내게 야구는 '먼' 스포츠다.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꽤나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 영화 역시 '야구'라는 이유로 멀리 했었지만, 우연히 보게 되었고 정말 즐겁게 보았다.
두 작품의 결론은, 내가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정말 아이러닉하게 느껴질 정도다. 야구에는 분명 축구나 농구와 같은 다이나믹은 없지만, 확률과 심리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 있다. 이 요소들은 내가 '놀이'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3요소이다.
One Outs는 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야구 자체의 내용보다는 이러한 '승부'라는 측면의 요소를 부각시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라이어 게임'에서 내가 읽은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이야기는 늘 즐겁다. 다양한 상황에 따라 무궁무진한 인간의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앞으로도, '라이어 게임'을 지나서도, 나는 이 작가, '카이타니 시노부'의 이야기는 곡 찾아봐야겠다. 이 작가의 색깔이자 아이덴티티는 내 마음을 쏙 빼앗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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