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6일 금요일

0111 아이언맨3


마블이 시리즈들의 캐릭터를 살려 여러 가지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은 덕에, 미국 코믹이 익숙치 않은 국내에서도 마블 영화들은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아이언맨 시리즈가 아닐까 한다. 토르나 퍼스트 어벤저의 경우는 국내 정서와 잘 맞지 않아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 같고, 헐크 또한 식상할 수 있는 소재다 보니, 아이언맨이 견인하고 있는거다. 아이언맨은 첨단 테크놀로지로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며, 주인공인 토니 스파크는 잘 생긴 외모, 세계 최고 부자, 세계 최고의 두뇌, 그리고 쿨하고 시크한, 제 멋대로인 성격 이면의 감싸주고 싶고 보듬어 주고 싶게 만드는 매력으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실제로 작년에 '어벤저스'가 대 흥행했을 때에도 헐크와 아이언맨은 알아도 캡틴 아메리카나 토르와 로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마블시리즈는 이제 독자적인 세계관을 잘 구축하고 기반을 잘 다져 놓은 덕분에, 새로운 시리즈를 만드는데에 큰 부담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동안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이 돋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면, 이제는 기존 고객들이 질리지 않게 끔 만족도를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거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이언맨3는 높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아이언맨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소재를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였고, 전체적인 내용 전개도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저마다 영화관을 찾을 때 원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내가 아이언맨에서 기대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토니 스파크의 '쿨한 삶을 지켜 보는 것


스토리의 완전성이나 군더더기 없는 내용 전개, 그런 것보다, '천재 엔지니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새롭고 멋진 것들을 만들어 냈는지, 그걸로 어떻게 악당들을 쳐부수는지, 그런걸 지켜보는 것이 좋다. 이건 '토니 스파크'라는 캐릭터이기에 가능한, 아이언맨 시리즈만이 줄 수 있는 재미이기에 나에게 아이언맨은 각별하다. 누군가에게 아이언맨은 유치한 만화 원작의 영화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아이언맨은 꿈을 꾸게 하는 이야기다.

2013년 4월 22일 월요일

0110 하쿠의 나무집 일기



생소한 것을 처음 공부할 때에, 어리석었던 나는 무작정 그 분야의 '고전'이라 불리울 만한 책들 부터 찾아보았다. 이 방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거의 실패하기 마련이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은 나름의 깊이가 있기 때문에 사전지식없이 이해하기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그 생소한 것에 관한 '강한 열정'이 있다면, 여러 가지 첨삭을 해가며 끈기 있게 마칠 수 있긴 하다.

컴퓨터를 처음 공부할 때 이런 식으로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 이를 테면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것도 이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했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그 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단계를 밟아 나갈 줄 아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해설서와 같은 것들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쉽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흥미를 갖게 되면 고전을 읽는 것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이전의 교훈으로, 어떤 것을 접하든 새로운 것을 공부할 때에는 가장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것을 먼저 찾는다.

책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나의 첫 회계책'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책이다. 시중에 '재무재표 보는 법'과 같은 수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동화책 한 권 보는 식으로, 재미있게 '재무재표'가 어떻게 현재의 모양새를 갖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재무재표의 항목이 의미하는 것은 뭔지, 더 나아가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법에 대한 기초를 읽을 수 있게 한다.

회계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2013년 4월 21일 일요일

0109 프로페셔널의 조건


프로그래머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그의 블로그나, 그 블로그에 있는 프로필을 본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한 블로거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책들 목록에 이 책이 있었다. 일단 제목에 끌렸으며(영어 제목을 직역하자면, '드러커표 개인들의 필수 조건들' 쯤 될텐데,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라니.. 참 잘 지었다), 목차를 찾아보니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해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다짜고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경영/비즈니스'의 분류에 있기도 하고, '자기계발'의 분류에 있기도 하다. 그냥 애매해서 그렇게 해놨나보다 싶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저자가 '경영=자기계발'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얼마 전,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리뷰하면서 '자기 계발서'에 관하여 나 자신의 안 좋은 편견으로 살짝 드러냈었다. 솔직한 심정은, 결과적으로 '이 책 또한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다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중심에는 이 책의 저자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라는 또다른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되짚어 보니, 편견이라는 것은 '경영학'에 관하여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경영학은, 내가 '자기 계발서'에 갖고 있던 이미지와 매우 흡사하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능률적일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어 있던 책에서 볼 수 있던 내용들.
뻔한 내용 아니냐 생각했던 것들.
사실 이것들이 '경영학'의 주제'인 것이다.


이 책에서 실천적으로 제시한 것들을 내 삶에 적용시켜볼 계획이다.
의사결정 방법이나, 피드백, 강점에 집중하라 등등.


사실 뻔한 것이면서도, 잘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이래서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게 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앎을 통해 자신의 무지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0108 오블리비언


나는 주로 두 가지 이유로 영화관을 찾는다. 예고편이나 소재가 무척 흥미로운 경우나 잘 아는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서다. 지인들의 추천에 따라 결정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흥미나 취향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사람이 좋아한다면 나도 좋아할 수 있을거란 생각 때문이다.

후자를 통해 영화관을 찾게 될 경우, 나는 최대한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간다. 영화를 즐기는 입장에서 기대나 편견없이 가야 더 즐거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추천을 통해, 하지만 사전 정보없이 보러 갔다.

그럭저럭 재밌게 봤다. 하지만 최고다 싶을 정도는 아니였다. 뭔가 여러 영화를 짜집기한 느낌이랄까. 영화가 끝나자,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돈 아깝다고 하는 말이 들렸다. 사실 돈 아까울 정도는 아닌데, 그 남자는 내가 본 영화들-이 영화가 짜집기 했다고 느끼게 끔 만든-을 다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화끈한 SF액션을 기대하고 보게 됬는데 액션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 걸까? 개인적으로 그는 '후자'였을 것 같다.

오블리비언은 꽤나 생소한 단어인데, '망각'이라는 뜻이다. SF, 미래적인 분위기의 액션 영화의 겉 모습을 풍기고 있는 이 영화는 사실 SF 소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영화의 '메시지' 때문에 갖게 된 것일 뿐이다. 영화 제목도 '망각'아닌가.


"[기억]과 [존재]에 대한 질문."


내가 볼 땐 이것이 영화 전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애초에 화끈한 SF 액션 영화가 아닌거다. 만일 매트릭스, 메멘토 등등 기억과 인간 복제,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즐겁고 신선한 자극이 되었을 것 같지만, 이미 이전 영화들에서 다 했던 이야기들이라는게 문제다. 그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멋진 미래적,  SF 요소'로 둔 것 같은데, 사실 '멋진 미래적 SF요소'는 그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는 액션 영화에나 어울리지 않겠는가. 내 옆자리의 남자는 분명 이 괴리에서 돈이 아깝다고 느낀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좋은 영화다. 이미 너무 많은 영화가 제작되어, 더 이상 신선할 수 없는 한계에 접어든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오블리비언은 분명 좋은 소재에 괜찮은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

'선조의 유산과 뜻을 기리기 위해 죽는 것이 가장 훌륭한 죽음이다.'

영화 속에서 주요한 메시지로 등장하는 대사인데, 혹시 오블리비언이 매트릭스를 기리기 위해 탄생한 건 아닐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2013년 4월 15일 월요일

0107 셔터 아일랜드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이런 걸 기대하지 않았다. "고립된 정신병동 섬의 이야기"에서 내가 기대한 것이 뭐 였을까? 명확히 뭐라 이야기하기 어렵겠지만, 분명 흔한 반전 영화적 전개-주인공 시점에서 쭉 따라가다가 알고 봤더니 주인공이 귀신이거나, 정신병이거나 하는 등의-는 아니었다. 때문에 다 보고 나서 좋았다..라는 느낌이 많이 없다.

이런 식의 내용 전개는 사실 수 많은 반전 영화에서 쓰였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숨겨진 상징을 쫒으려 애쓰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이 비를 쫄딱 맞고 그 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하는 모습이나, 폭풍우 속의 절벽을 오르 내리는 상식 밖의 행동, 절벽에 가득한 쥐 떼. 등등. '광과민성'이라며 계속 눈부셔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빛을 통해 뭔가를 보지만, 그 빛이 과하면 또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와 같은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것일까?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헛 것이 보이는 환각 장면과 피를 흘리는 장면들, 알 수 없는 화려한 효과들은 지나치게 상징적이어서, 영화를 즐기기 보단 그런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영화에 잘 몰입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식의 영화에서 잘 쓰는 '열린 결말' 장치를 쓰고 있는 듯 하다. 주인공이 진짜 정신병인지,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건지, 두 가지 모두에 힌트를 줌으로써, 원하는 대로 해석하세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이 영화의 메시지의 메타(meta)성이다. 영화는 '내가 정신병인지, 주변에서 나를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것인지' 고뇌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주인공이 정신병인지, 주변 환경이 주인공을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관객에 제공한다.  여기서 만일 내가 스스로 영화를 '주인공이 정신병일 거야'라고 해석했다고 하자. 그런데 함께 영화를 본 친구들이 모두 '아니야 주변에서 몰아가는 거지 주인공은 정상일껄.'라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그 집단 내에서는 그런거다.

그렇다. 이 영화는 내용적으로나 관객에게까지 'What Is Normal?'라 묻고 있는거다. 감독의 의도한건진 모르겠지만, 뭐 이런식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는 거다. 영화 자체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 더 흥미로웠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상징성을 찾기를 좋아하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엄청 재밌다고 강하게 추천하긴 어려울 듯 하다..

0106 the social network - bonus disk


영화 the social network의 리뷰는 예전에 남긴 적이 있다. 이 영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돌려본 영화다. 영화를 하나만 봐야한다면 이 영화를 꼽을거다. 그만큼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DVD를 구입해서 한 번보고 넣어 놓은 것이 아니기에, 이 DVD는 정말 아깝지 않다.

DVD를 구입하면 간혹 Bonus Disk가 함께 들어 있다. Making Film이나 배우들의 인터뷰, 제작 과정같은 것들이 들어있곤 하는데, 사실 난 이런 종류의 영상을 제대로 본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 밤에 문득 생각이 나서 이 DVD를 꺼내 들었는데, 새로운 걸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이 Bonus Disk를 틀게 되었다.

영화의 제작과정이 정말 상세하게 나와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감독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 지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내 일에 대한 마음 가짐도 다 잡을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들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작업 과정, Making Film을 지켜 보며, 느낀 교훈이 많다.

1. 철저한 목표 설정. 이 이야기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목표 설정에 엄청난 시간을 들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인공들의 인물 상, 이야기의 구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연기하는 배우와 감독, 각본가가 모여서 몇 시간씩 토론하면서 '더 나은 세계와 인물'을 만들어 나간다. 막무가내 식으로 작업하던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었다.

2.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완벽에 가깝게 한다. 이를 위해 그가 하는 것은 99회의 take다. 영화 계에서는 그의 99 take가 꽤나 악명 높은 것 같다. 어찌 한 두번에 완벽하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99번의 take(100번은 넘기지 않는단다ㅋㅋ)를 통해 한 번 한 번의 take에 부담을 줄이면서도 완벽에 가깝게 원하는 것을 얻어 낸다. 실제로 the social network에는 장면과 배우의 표정이 마음에 드는 부분과, 배우의 단어 발음이나 사운드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달라서 두 개를 짜집기 한 장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개발 과정에서 빠르게 제작하고 실제로 플레이해보는 프로토타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는 데, 창조라는 맥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하늘에서 좋은 것이 뚝 떨어지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3.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만들기. 눈 앞의 것에 현혹되면 본질을 잃기 쉽다. 지난 1년 가까운 시간을 돌이켜 보면 후회도 많이 되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이 좋아할만한 것'을 만드는 것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 돈 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을 잊었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삼기로 마음 먹은 것은 단지 그것이 즐겁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일을 보니 알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만드는 것.

창조자의 마음가짐이른 모름지기 이래야만 하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아직 어리기에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배우는 거라 생각하자.


우연히 본 Bonus Disc에서 많은 것을 얻고 간다. 영상과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 혼신의 힘을 어떻게 쏟아야 할 지도. 어떤 영화든, DVD에 Making Film같은 것들이 있다면 한 번쯤은 꼭 보길 추천한다.

2013년 4월 14일 일요일

0105 장고:분노의 추적자



예고편을 보고 개봉하면 꼭 보리라, 마음먹었다. 영화관에 갈 기회가 자주 없어 미루고 미루다가 상영관에서 내려올 것 같아 부랴부랴 혼자서 보러 갔다. 이렇게 안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장고는 완성형 서부극이다. 최근 마케팅에 관한 책이나 글들을 많이 읽게 되는데, 모든 비지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니즈와 그를 충족시켜줄 솔루션이라 했다. 장고를 완성형 서부극이라 부른 이유는, 이 영화를 보러올 모든 사람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줄 솔루션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액션 영화로 '테이큰'을 꼽곤 한다. 군더더기 없는 총격전이 정말 매력적이기에 그랬다. 장고는 서부극을 무대로 '테이큰'과 같은 총격전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정말 짜릿하다. 허리춤에서 순간적으로 총을 뽑으며 총을 쏘는 짜릿함을 그 무엇이 대신할 수 있으랴.

장고에는 복잡한 스토리는 없다. 스토리는 보는 내내 모두 예상가능하다. 하지만 그 예상되는 스토리가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떡 벌어진다. 말 그대로, 남자의 로망을 자극한다. 복잡한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거나 기발한 액션을 집어 넣으려 했다거나, 뭐 그런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완성형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내 지론에 맞게 여기서도 주인공들이 참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닥터 슐츠의 '삼총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불의에 분노를 못 참는 그의 모습은 진짜 남자 그 자체였다.


가끔 리뷰가 아니라 예찬이 되곤 하는 때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렇다. 허허.

2013년 4월 10일 수요일

0104 리딩으로 리드하라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자기 계발서'다. '계발'은 사전에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라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뭔가 새로운 정보나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책 내용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인 셈이다.

'자기 계발서'를 몇 권 읽어보고는, '저는 자기 계발서는 잘 안 읽어요'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는 한 줄로 요약된다.

"말로는 누가 못 하냐?"

사실 내가 느끼는 것도 그렇다. 한 번 자기 계발서를 써볼까?

매일 7시에 일어나서 1시간 씩 명상을 하고 작은 시간 5분 10분의 자투리시간을 활용하며, 눈을 마주치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화에 임하고, 상대방에 집중하면서 경청하고.. 등등등 하면 더 행복하고 더 성공적인 삶을 살겁니다.


그렇다. 솔직해지자. 우리는 다 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뭘 해야할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눈 앞의 욕망에 번번히 싸워서 질 따름인 것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긴 시간을 갖고 '습관화'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우리에겐 그럴만한 꾸준함이 없다.

습관화 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뇌의 메커니즘 상 그러하다. 뇌는 안정되어 있는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면 불편해진다. 우리가 공부를 싫어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다. 습관을 고치기 힘든,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힘든 본질적인 이유다.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든 '지속적인 동기유발'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거다. 사실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 얻고자 하는 것은 이 '동기 유발'이다. 길든 짧든 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도 사실 상 '본질'은 비슷하다. 다만 포장된 것에서 흥미를 느꼈다. 다짜고짜 '인문고전을 읽으라'니. 저자는 '고전을 읽은 천재들'의 레퍼런스를 수도 없이 찾아 낸다. 정말 천재들이 인문 고전을 읽었기 때문에 천재가 된 건지에 대한 인과관계에 따른 엄밀한 검증은 없다.

인문 고전이 두뇌를 변화시킨다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 또한 없다. 뭔가에 느낌 정도로만 설명한다. '그게 뭔데?'라 할만 하다. 다만 개인적으로서는 뭔지에 대한 느낌은 알 것 같긴하다. 철학책에서 이해 안되는 구절을 읽고 읽고 또 읽다가 뭔가 깨달음이 왔을 때의 느낌. 철학 전공자로서, 다른 분야의 사람은 느끼지 못할 그 느낌일 거라 생각하니 더 생생하게 알고 있는데, 저자는 그 느낌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 밖에 책의 논리적 구조에 대한 문제점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문제점이 아니다. 오히려 잘 된 점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한 엄밀한 검증에 지면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대면서 '두뇌에 직접적인 변화를 준다.'와 같은 식의 멘트로 오늘부터 당장 변화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이라는 컴퓨터의 전설적인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책에 대한 동기 유발이다. 인문고전은 아니지만, 역사가 길지 않은 컴퓨터 공학에서 이 책은 현재 과학서 분류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설적인 고전이다. 한 때 빌게이츠가 '이 책을 다 읽고 이해한 사람은 내게 이력서를 보내세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읽기가 너무 어렵다보니,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보유하였지만 안 읽은 책 1위'이기도 하다. '당장 신 기술이 난무하는 마당에 오랜 시간을 들여  고전 컴퓨터 동작 알고리즘 공부나 하고 있을 틈이 있냐'며 미뤄 왔었다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제일 먼저 읽고 싶어진 책이 되었다.

별로 쓸 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쓰다보니 꽤나 길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자기 계발서'에서 얻는 것이 '책 자체의 내용'이 아닌 '동기'라고 생각하면, '자기 계발서'는 꽤나 읽을 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3년 4월 8일 월요일

0103 미래의 물리학



과학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았다면 이 책의 저자인 '미치오 카쿠'선생님을 모를 수 없다. 그는 스스로 저명한 물리학자이면서도 대중들에게 과학을 널리 알리기에 무척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대부분의 과학 다큐멘터리에는 이분이 진행을 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참 매력적으로 지적인, 지혜로움까지 묻어나는 분이다.

서점을 지나가다가 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척 흥미로워 보이는 이 책은 한 번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00페이지 가량의 꽤나 두꺼운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그리 딱딱한 과학서적이 아니다. 미치오 카쿠 선생님이 현재 과학 기술의 첨단을 보고 향후 100년을 상상해본, SF소설과 과학서 중간 즈음에 있다랄까? 저명한 과학자가 나름의 철저한 방법론을 세운 뒤에 상상해놓은 터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것이 거의 현실화 된다고 가정하면,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까지 남는다. (내가 아쉬워 할 수 있는게 아니지만서도...)

책은 전체적으로, 컴퓨터나 인공지능, 의학, 나노테크, 에너지, 우주 등등등 나름의 분야를, 2030~2100년 사이에 어떤 것들이 현실화 될지에 대해, 핵심 기술과 그 가능성을 설명해주면서 미래 사회가 과학 기술의 주도에 따라 어떻게 흘러갈 지에 관한 상상을 전문가로부터 재미있게 설명듣는 방식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 딱 그렇다.

즐겁게 읽었다. 매번 책의 마지막 즈음에는 의무감으로 가득차곤 하는데, 이 책은 마지막 즈음에 더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서 더 나아가 인류 문명의 사회적 관점에서의 고찰까지 담고 있어 더욱 좋다. 마지막 부분의, 미래에 대해 상상한 전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짤막한 소설은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간단히 키워드들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해 보았는데 여기에 링크를 남긴다.
키워드들이 흥미롭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마인드맵

2013년 4월 5일 금요일

0102 분노의 윤리학



'누가 제일 악인이지?'라는 문구만으로 흥미를 끌었던 영화다. 영화 소개프로에서 꼭 봐야지 하고 체크해놨던 영화다.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크린에서 내려온 것을 보면, 함께 개봉한 '신세계' 등의 쟁쟁한 영화 때문도 있겠지만, 기대만큼 좋은 영화는 아닐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분명 흥미로운 메시지를 안고 시작한 영화임엔 분명하다. 영화를 다 본 뒤의 느낌은 이 영화가 '누가 제일 악인이지?'라는 메시지를 한 가운데에 놓고 이야기를 짜맞춘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나 대사가 많았다. 가령, 사채업자가 말하는 '인간의 감정과 분노론'같은 경우에는 재밌는 대사였다.

'인간의 여러 감정 중, 분노가 느껴질 때에는 다른 감정이 끼어들 수 없지만, 다른 감정을 느끼는 중에도 분노는 언제든 끼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지배적인 감정은 분노다..'

라는 궤변같으면서도 흥미로운 대사는 참 재밌다. 이는 영화 뿌리인, '누가 제일 악인이냐?'라는 물음의 해답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내가 읽은 분노는 객관화 상실이다. 등장인물들은 부자연스럽게도, 자신 저지른의 일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으며 분노를 느끼는 대상들, 타인들만 악하다고 쏘아 붙인다. 자신이 분노를 느끼는 대상이 '악'이다. 그래서 '분노의 윤리학'인 것이다.

좋은 뿌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메시지'에 집착한 나머지, 내용 전개나 등장인물들의 행동의 인간관계가 조금은 부자연스럽다. 솔직히 쓸데없이 외설적인 장면도 꽤 나오는 것 같고, 등장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설명 자체는 부족해서 아쉬웠다.

분명 흥미로운 소재임은 분명하다. '누가 제일 악인이지?'라는 물음의 간접적인 해답이라도 듣고 싶어진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 듯 하다.

2013년 4월 3일 수요일

0101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이 영화 역시, 뻔한 로멘틱 코미디라고 생각해서 큰 흥미를 갖지 않게 되었던 영화다. 영화 감독을 하고 싶다는 후배놈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되었다. 사람은 지인을 꽤나 신뢰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사람의 선택을 더 좋은 것으로 선택하는 심리가 있다더니, 최근의 본 영화들이 이 심리를 내 몸소 증명시키는 것 같다.

강력추천을 받은 만큼, 뻔한 로멘틱 코메디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소재가 '정신병'이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살면서 누구나 겪을 법한 큰 상처(배우자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거나, 배우자의 사별을 경험하거나)를 겪은 뒤로, 심각한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게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기를 파괴하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려 한다.

재밌는 것은 이들의 주변 사람들이다. 정작 이들의 주변사람들은 정신질환 판정을 받고 정신 병원에 들어가거나, 정신과 상담을 받지 않지만 주인공들보다 더 정신병자같이 행동한다. 영화의 앵글이나 장면 연출은 관객에게 이렇게 묻는다.

"뭐가 정상이고 뭐가 싸이코야? 결국 우린 어느 정도 다 싸이코 아니야? 단지 잘 숨기고 있는 사람이 정상이라 불리울 뿐인거지."

엄밀히 말하자면 정신병자로 분류된 주인공들이 더 제대로된('제대로된'의 기준은 직관에 맡기겠다) 인간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들은 솔직하고, 자기를 표현한다. 문제를 알고, 고치려 한다. 반면 더 싸이코처럼 보이는 주변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의 원인을 모두 주인공들 탓으로 몰아가려하고(정신병 치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문제를 덮어 내기에만 급급하다.

이런 문제 제기와 내용 전개는 분명히 훌륭하지만, 이 영화가 더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깔끔한 러브라인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남자 주인공의 속마음을 숨기는 식의 진행(마지막의 러브라인)은 조금 어색했다. 누구나 이렇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만, 이야기 전개 상 앞뒤가 매끄럽지 않다랄까? 뭐 그런 느낌. 항상 말하지만 굳이 흠을 잡자면 그렇다는거지, 치명적인 단점이거나 그렇진 않다.

또 하나의 즐거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