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5일 월요일

0100 가디언즈



개인적으로 애니매이션을 참 좋아한다. '가디언즈'는 포스터를 처음 보자마자 '빨리 개봉했으면..' 싶었을 정도로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화관에 갈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 보게 됐다.

되돌아보면, 무엇이 '가디언즈'를 기대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독특한 특징과 개성, 능력을 가진' 다양한 '가디언'들이 나오며, 이들이 힘을 합쳐 악당과 싸우는 스토리. 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전형적이면서도 질리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어떤 세계관일지에 대한 생각을 안 해봤는데, 보고 나서 더 새롭게 느껴졌다. 산타클로스나 부활절 토끼, 이빨 요정 등등의 '가디언'들은 '어린이들의 믿음'이 그들의 힘의 원천이 된다..는 설정이다. 내겐 사실 '산타클로스'말고는 익숙하진 않지만, 미국에선 흔한 어린이 풍습 이야기로 많이 등장하는 '부활절 토끼', '이빨 요정' 등의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기대한 것만큼, 각기 다른 매력의 캐릭터들은 각자 자신들의 능력을 뽐내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나간다. 그리고 주인공인 '잭 프로스트'는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갖으며 갈등을 겪는,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전에 읽은 만화인 '암즈'가 생각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일본문화와 결합시켜 멋지게 재해석한 것처럼, 가디언즈 '어린이 풍속 신앙(?)'을 가지고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 특히 '믿음이 힘이 된다'는 설정이 참 어린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독특함을 주는 매력적인 설정이라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슈렉'과 같은 애니매이션처럼, 보통의 성인이 봐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전개 아니었다는 점 정로랄까. 눈 높이가 어린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나는 즐겁게 즐겼지만, 쓰고 나서 따지고 보면 이건 단점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만든거고, 아이들은 그만큼 훨씬 더 좋아할 것이라는게 느껴진다.

피겨나 이런 캐릭터 상품도 엄청 잘 나갈 수 있을 법한데, 한국에선 괜찮은 헐리우드 애니매이션 정도로 지나간 것 같고, 해외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다.

상상과 이야기, 아이디어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은, 내가 꿈에 그리는 일이기도 하기에 참 즐겁게 볼 수 있었다.

0099 남자사용설명서


나른한 일요일, 특별한 약속도 없던 차에 VOD메뉴에 이 영화가 나온 것을 봤다. 사실 별로 관심도 없었고, 뻔해보이는 탓에 절대 선택하지 않을 영화였지만, 유일하게 이 영화를 강추하는 친구가 하나 있어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머리 비우고 보자'라는 생각에 틀었다.

리뷰를 쓰는 지금에 와서는 생각보다 할 말이 많다. 첫 번째, 위의 사진을 보면 무척 여주인공이 무척 자극적인 포즈로 앉아있는데, 사실 이 영화는 선정성은 눈꼽만큼 찾아보기 어렵다. 포스터만 보면 '몽정기'나 '색즉시공'시리즈와 동급일 것 같지만, 오히려 몇 가지 특징만 빼면 '로멘틱 코미디'의 정석이라 불릴만큼 선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의 홍보 포스터를 통해 그 영화에 대한 대력적인 내용과 기대가 형성되는 점을 생각해보면, 포스터 제작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여주인공인 이시영씨는 영화 내내 저런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비교적 빨리 VOD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흥행에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사실 내용이 생각보다 재밌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든다.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특징은 B급 연출이라는 점이다. 연출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B급처럼 보이게 만드는 연출있지 않은가. (이런 영화의 대표작으로는 Knocking on heaven's door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B급 연출 영화가 좋게 평가받으려면 내용 자체가 훌륭함을 전제로 해야한다. B급 연출로 웃음을 주면서, 나중에 내용자체의 훌륭함으로 반전 감동을 주는 것,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B급 연출 영화가 아닐까?

하지만 영화가 B급 연출이 되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실제로 B급 연출을 해야만 하는 '저예산'영화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어설프게 저예산을 가지고 고퀄을 뽑아 내려는 시도를 통해 '진퉁 B급 영화'가 되기 보단 차라리 '일부러 찍은 B급이야'로 포장하는 것이 훨씬 쿨해보일테니까.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영화는 '좋은 B급 영화의 조건'을 어느 정도 만족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첫 장면에서 받은 실망은 영화가 진행할 수록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마음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마치기 전에, 이 영화에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을 찍어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음을 언급하고 싶다. 영화는 실제로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테잎 그 자체이기도 하며, 극 중 인물이 '남자 사용설명서라는 테잎'을 보기도 하고, 극 중 인물이 '남자 사용설명서'의 "실제 사례 편"이기도 한, 현실영화 속, 영화 속의 비디오의 경계를 넘나드는 차원이동은 참 인상 깊었다.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로멘틱 코메디'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2013년 3월 24일 일요일

0098 할 일 목록 프로그램들







할 일 목록리시트에 관하여 통합적인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GTD(Getting Things Done)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많은 할 일 목록 어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GTD는 약식으로 설명하자면 할 일 목록을 쭉 만들어서 바로할 수 있는 것들부터 처리해나가기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프랭클린 플래너'의 (공식 명칭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하는' 방이 있다.

일반적으로 프랭클린 플래너의 방식은 회사 고위 간부에게 적당하며, 일반인들에겐 GTD의 개념이 더 유용하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할 일 목록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GTD를 위한 프로그램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부터 20달러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게 있지만, 내가 할 일 목록 프로그램을 써야지..라고 마음 먹었을 때 최종 후보 순위까지 간 것은 위의 세 가지다.

왼쪽 위의 것이 Do It Tommorow이고 그 오른쪽이 Remember the Milk, 가운데가 내가 선택한 Wunderlist2(분더리스트)다.  나는 왜 분더리스트를 택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처음에 접한 것은 Remember the Milk였다. GTD 개념이 상세하게 잘 구현되어 있어 GTD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무료이니 더더욱 호응받는다고 한다.

계정을 만들고 직접 사용해본 평가는, '복잡하고 조잡하다.'이다. Web 기반인 Remeber the Milk는 예쁘지 않으며, GTD에 익숙한 사람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할 일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할 일 목록의 분류를 상세하게 하게 되고, 내가 지금 할 일하려다 할 일 목록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을 다 써버릴 참이 되어버리자, 미련 없이 포기 했다.

그 다음 찾은 것이 Do it Tommorow다. 이것의 심플함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노트를 펼쳐 놓은 것 같은 UI에 한 쪽에 할 일을 적고, 오늘 못 하 겠는 것은 '내일로 미루기'만 하면 된다. 심플함과 디자인이 참 매력적이었고, 거의 이걸 선택할 뻔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함이 화를 불렀다. 최소한의 '카테고리'는 나누고 싶었기에, 다른 걸 찾아 헤맸다.

그것이 Wunderlist다. 최소한의 카테고리 정도만 제공해준다. 할 일 목록은 심플하게 작성할 수도 있고, 그 목록의 디테일을 편집은 옵션이다. 평소에는 가려져 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이 전의 두 어플에서 느꼈던 각기 다른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느낌이랄까.


사실 Remember the Milk와 Wunderlist의 기능은 거의 비슷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상 고객층이 다를지도 모른다.(GTD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려는 유저와 보통의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싶은 유져)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잘 숨기고 심플하게 만드는 것에 따라서 엄청 나게 다른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Do it Tomorrow는 심플함과 멋진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사용자에게 '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 못 했다. 최소한의 카테고리를 만드는 식의 기능만 제공되었어도 더욱 편리하고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최근 읽은 여러 권의 디자인 이론의 책을 바탕으로 실제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Reverse Engineering해보았다. 이 이외에도 많은 어플들이 있으니, 한 번씩 써보고,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은 무엇인지, 왜 그러한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0097 인간의 숲


'성인용 웹툰'.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사이코 패스 살인마'들을 주제로 한 웹툰이다. 완결이 되었을 때에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어 무척 흥미로워 보이는 탓에 읽게 되었다. 무섭고 잔혹하긴 하지만 시사점을 많이 던져주는 만화다.


마음에 드는 장면과 대사들이 꽤 있었다.



장면 연출이나, 이야기의 질문을 던져 주는 요소들과 같은 것은 꽤나 많은 신경을 썼음을 보여 준다. 스릴러의 특성 상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하지 않지만, 꽤나 스릴러적인 측면으로도, 내용과 메시지를 생각해보는 측면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좋아하는 게임 중에 Tiny Wings라는 게임이 떠오르는 만화다. 1인 개발자의 게임으로, 앵그리버드가 앱스토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던 시기에 등장하여 1위를 탈환한 게임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마감이나 그런 것은 1인 개발의 한계를 느끼게 했지만, 탄탄한 게임성 하나만으로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스토리를 미리 구상해놓은 것이 아니라 연재를 진행해가면서 만들었다고 함에도 꽤나 잘 짜여 있는 느낌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정도의 구성이었다.

'선과 악'에 관하여 '인간의 숲'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궁금하다면 네이버에 '인간의 숲'을 검색하자.

0096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


풀 네임은 "모든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사람에 대한 100가지 사실이다.

어떻게 보는가?, 어떻게 읽는가?, 어떻게 기억하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주의를 집중하는가?, 무엇이 동기를 부여하는가? 사람의 사회성에 관하여,
어떻게 느끼는가?, 실수하는 사람, 어떻게 선택하고 결정하는가?

뭐 이런 식으로 분류된 100가지 항목이 나열되어 있다.

솔직히 이 책은 읽으면서 '너무 유익하다.', '읽기 위한 돈과 시간이 아깝다.'의 딱 중간 즈음에 있다. 영어에 딱 좋은 표현이 있지. "Not bad.."

이렇게 느끼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쓸데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억지로 항목을 100개로 늘린 느낌이 너무나도 강하게 든다. 100가지 항목의 세부 내용이 '항목의 제목'과 관련없는 경우도 꽤 있었다.

거기에 이런 식으로 늘리기를 한 결과가, 상호 모순되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적절히 중용을 찾으라는 이야기 아니겠느냐, 라고 반박할 수 는 있을런지 모르지만, 번역체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항목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단언적'이라 '이거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게 끔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나름대로 꼼꼼히 읽었다.
적어도 디자인을 할 때 체크리스트로서의 가치는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을 들여 마인드맵으로도 만들었다. 좋은 내용은 확실히 좋았고, 새롭게 알게 되면서도 공감가는 내용도 꽤나 있었다. 이 책 저자의 블로그에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꽤나 유명한 블로그라고 하는데, 위에서 말한 단점은  아무래도 블로그 내용을 편집한 책의 한계점이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일관적이고 매끄럽게 내용이 이어지고 흐르기를 기대하지만, 블로그는 한 포스팅 포스팅이 그 때 그 때 유익하게 읽히고 마는 것이 중요하니까.

여기에 마인드맵으로 정리한 링크를 남기며 마친다.
https://www.dropbox.com/s/gyhnfk3rmm20x83/brain.png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0095 히스토리에


분명 한국판 표지를 골라서 다운로드를 했는데 이상하게 일본판 표지가 저장되어 있다. 귀찮으니까 그냥 사용할까 한다.

히스토리에는, '기생수'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만화였다. 그만큼 기생수는 좋은 만화다. 깊이있는 소재와 철학적 메시지, 재미있게 풀어가는 능력을 입증한 만화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분명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창조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말로, '성공'하기 전에는 죽기 전에 한 번쯤 성공할 수 있을까, 내 작품이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을 수 있을까를 놓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성공'한 뒤에는 다시 이런 성공을 얻지 못할까 두려워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대중적인 성공 같은 것은 하늘의 뜻에 맡기고 스스로 당장 앞에 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이야기 한다만은...

'히스토리에'의 배경을 알게 되고 나서는, 이 작가가 후속작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가 배경인 만화라니. 만화를 읽어 나갈 수록 그 탁월함에 감탄하게 된다. 기생수에서 던지고자 했던 질문을,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류 사회와 문명 존속의 의미 등등), 더 확장시켜 던지면서도, 가상의 세계가 아닌 역사의 세계관을 이용했다는 점이 더 견고하면서도 현실감있고,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너무너무 재밌지만 연재 속도가 느리다는게 좀 아쉬울 따름. 좋은 퀄리티가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 벌써 10년 넘게 연재한 것 같은데 7권이라니. 만화가의 삶이 참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인생에서의 결코 짧지않은 10년과, 그 10년 간의 결실인 7권의 만화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항상 그렇지만. 추천.추천.추천.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0094 요츠바랑


좋은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소년만화'의 주류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성장기(소년물)와 독자의 논리력과 추리력을 자극하는 극적인 반전 이야기(탐정물)이 그것이다. '만화'를 통틀어 보자면 '순정만화'류의 '연애'가 또 다른 한 축이 될 것이다.

'요츠바랑'은 어느 쪽 분류에도 속하지 않는다. 굵은 스토리나, 절묘한 배경 설정이 있는 것도, 캐릭터 들이 강해지거나 성장하는 것도 없다. 그저, 주인공인, 자전거 타고 있는 저 꼬맹이 요츠바와 그 주변 사람들(아빠나 옆 집언니들 등등)의 일상 생활을 즐겁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만약 만화가이고, 이런 만화를 그리기로 했다면, 이런게 재밌을까? 라는 의심으로 가득 찼을 법 하다. 하지만 작가는 확신을 갖고 요츠바랑을 현실화 시켰다. '요츠바랑'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최고다.  이전까지는 '슬램덩크'나 '데스노트'를 첫 선에 꼽곤 했지만, 이제는 주저할 것 없이 '요츠바랑'을 추천한다.

게임으로 치면 '마인크래프트'가 딱 떠오른다. 재밌을까? 이런 게임이 재밌을까? 수도 없이 고민했을 법한 게임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지 않은가.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요츠바랑'도 그렇다. 본질에 충실하다. 우리가 느끼는 '귀여움'이라는 본질. '일상에서 느끼는 훈훈함'이라는 '행복감'.

'요츠바랑'을 읽다 보면 세상 만사 다 제쳐 두고 그냥 훈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스토리는 중요한 것이 아니거든. '요츠바가 뛰어는 모습'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요츠바랑'에서 참 마음에 드는 대사와 함께 마무리하고자 한다.


"요츠바는 무적이야. 요츠바는 무엇이든 즐기거든!"


0093 신세계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지하철에 붙어 있는 포스터, 다른 영화 볼 때의 예고편, 개봉 예정작 영화 칼럼 등으로 영화의 첫 이미지를 그려 내곤 한다. 개봉 후에는 여기에 먼저 관람한 사람들의 평이 덧 붙여 진다. 신세계를 보기 전에 내가 형성했던 이미지는, 기업형 조직에 관한 이야기였다. 무조건 피 튀기도록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양복을 입고 회사 운영의 방침을 도입시킨 조폭의 이야기라는 컬럼을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사실 내 흥미를 별로 끌지 못 했다. 한국 영화의 흔하디 흔한 조폭영화의 패턴이 식상함을 많이 느낀 뒤로는 '조폭 영화'에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개봉 뒤, 이 영화의 입소문은 엄청 났다. 보는 사람마다 추천을 날리며, 얼마 전에 본 베를린보다도 훨씬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가 있긴 있구나'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관을 찾았다.

한국 조폭 영화의 흔한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조폭이긴 한데 의리가 있고, 정이 있어서 누군가를 도와주게 되는 내용이나,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는 조폭 세계에서 멋지게 싸운다던가 하는 등등. 그런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신세계'는 '무간도'를 받아 들였다. 

'무간도'의 소재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이것이 '무간도' 고유의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으로는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대명사는 '스타크래프트'가 기준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 무간도의 소재임이 밝혀 지는 장면에선 조금 실망했다. 결국 '참신함'은 없는 것인가..하고 말이다. 주인공은 결국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고, 비슷한 결말을 맞이 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예상한 대로다. 그런데 스탭롤이 올라갈 즈음, 아쉬움, 실망 그런게 없다. '재미있다'는 감정만 남았다. 무간도를 안 봤더라면 얼마나 더 재밌었을까.. 하는 상상이 남았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캐릭터에게 너무 애착이 간다. 황정민씨는 좋은 배우이고 그에 걸많게 많은 작품을 소화하였지만, 개인적인 평가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정말 '정청'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살려서, 영화를 본 다음 날인 지금에도 '정청'이라는 캐릭터가 아른거린다. 뿐만 아니라, 이정재나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배우들도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좋은 이야기는 매력적인 캐릭터에서 시작한다'는 내 개인적인 지론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무간도의 2%부족함을 채워 준 것이다. '정서', '문화'의 차이 때문에 100%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을 완벽하게 한국정서에 맞게 바꿔 냈다. '무간도'의 현지 로컬라이징 + 업그레이드 버전 쯤으로 느끼게 되어 버렸으니 '무간도'와의 비교도는 더 이상 무의미해져 버렸다.

할 말이 더 있지만 그만 줄일까 한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리뷰의 길이'와 '인상 깊음'이 비례하는 나의 리뷰에 이 정도면 '신세계'가 참 볼 거리가 많겠구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시간 30분 정도의 긴 내용에도 지루할 틈 없이 보았다. 이 영화는 한국판 무간도를 표방하는 것인지 트릴로지로 만든단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