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3일 일요일
0127 아메리칸 싸이코
전체적인 인상은 '레옹' 때와 좀 비슷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도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비슷한 내용의 전개(주인공의 혼란을 베이스로 한)는 익숙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겠지.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 영화는 '상징적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노력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는 것이다. 마스크팩을 벗겨 내는 장면이나, '살인' 후에, 피가 얼굴 반쪽에만 튀어서 피가 튀지 않은 옆 얼굴만 비춰주는 장면은 별 것 아닐 수 있는 장면이지만, 내게는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는 것을 잘 담고 있었다고 평가할 만 하다. (이런 식의, 상징을 이용한 표현 방법이 상당히 많고, 그런 것을 읽어 낼 때 마다 즐거웠다.)
주인공은 '사회가 만들어낸 욕망'에 억압되어, 자신의 존재에 혼돈을 느낀다. 그리고 그 혼돈을 '살인과 폭력'이라는 광기 어린 행위로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현상이 특이한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갖을 수 있는 문제라고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자신을 좀 더 잘 통제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포스터에서 보이는, 식칼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 내면에는 표출하고 싶은 '광기'를 가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2013년 6월 19일 수요일
0126 진격의 거인 - the animation
'진격의 거인'의 스토리에 관해서는 만화책 리뷰를 통해 이야기했었다. 애니매이션이 한국에서 대히트를 치면서(뭐 일본은 만화책부터 히트를 쳤으니...)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사실 만화책을 꼬박꼬박 봐오던 입장에, 같은 스토리의 애니매이션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좋은 스토리를 이제야들 알아보시는 군...'과 같은 식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기서 그쳤다면 이 리뷰를 쓰지 않았겠지. 애니매이션은 얼마나 재밌길래 이렇게 난리들인거야? 라는 생각에 보게 되었다. '스토리를 아는데 뭐 재밌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재밌다. 스토리 알고 봐도 재밌다. 너무 재밌다.....
일단, 원작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재현했다는 점. '입체 기동장치'를 정적인 만화책으로만 보면서 상상하다가 '제대로 이식해놓은' 애니매이션을 보고 있으니 주인공들이 너무나도 멋져 보이더라.
두 번째는 '완급 조절'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인쇄물'과 '영상물'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인쇄물'과 달리 '영상물'이라는 매체는 독자가 집중하는 것을 제작자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인쇄물'은 여러 독자가 같은 내용을 읽고 다른 감동을 받게 만드는데에 적합하고, '영상물'은 제작자에 의해 완벽히 의도된대로 감동을 받게할 수 잇는 것이다. 진격의 거인의 애니매이션은 이 차이를 제대로 짚어 내서 만든 것 같다. 만화책에서 제대로 언급된 부분이나 표현을 생각했던 부분을 부각시켜 감동을 배가 시키 것이 무척 적절하여 '같은 스토리, 다른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진격의 거인 애니매이션은 매체가 주는 특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기에, 이렇게 리뷰를 남긴다..
0125 맨오브스틸
이걸 보고 나서야 알았다. 난 '슈퍼맨' 관련 영화, 드라마를 단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냥 원조 슈퍼 히어로물로, 나쁜 놈들을 때려 부수는 그런 종류의 스토리로만 알고 있었다. 보는 중간중간 느낀 것은, 맨오브스틸의 얼마나 '정통성있게' 오리지널 세계관을 가져왔는지는 잘모르겠지만, '슈퍼맨의 기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국의 '히어로물'들은 특히나 '기원'에 대해 철저히 설명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다. 관객이 '정말로 슈퍼 히어로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만들려는걸까. '그럴지도 몰라..'만으로도 이야기가 더 재밌어지긴 할 것 같긴 하다.
미국 히어로물들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히어로의 가치갈등'이다. '정의'가 무엇인지. '가치에 관해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히어로'들은 저마다 독특한,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만큼 '힘을 가진 자'로서의 숙명을 두드러지게 만든다. 그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가지는 것'보다 '힘을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맨오브스틸의 스토리가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액션 히어로물'로서는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300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 감독작품답게, 액션이 정말 간드러진다. 그냥 글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정말 누구에게나 재능이라는 것이 주어질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액션 영화는 남자의 로망을 후벼판다.
슈퍼맨은 배트맨보단 매력적이지 않다. 대신 더 쎄다.
2013년 6월 8일 토요일
0124 코펜하겐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 폭탄 개발을 둘러싼 과학자,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코펜하겐에서의 만남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다. 이 만남에 관해서는 전해지는 바가 거의 없어, 과학사에서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으로 남아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들의 실제 만남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갔을지에 대한 추측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순수하게 '앎을 추구하는 과학자'인 이들에게, 세계대전이라는 상황은 도덕적, 정치적 판단을 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강요한다. 작은 한 마디, 작은 행동에 따라 수 많은 생명, 더 나아가 지구의 존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우리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투영된 상대방을 봐야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보어를 방문한 하이젠베르크 역시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정확하게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다. 사실 우리도 그럴 때가 많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 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졌는지.' 명확히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재밌는 것은 이야기가 3단계의 차원에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1. 등장인물들이 연구하는 '양자'는 우리가 '관찰'이라는 행위를 하기 전까진 불확정적라는 것.
2. 하이젠베르크가 보어와 '대화'를 하기 전 까진 그 자신의 의도가 불확정적이었다는 것.
3. 이 이야기(연극대본)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보어'의 입장이 적힌 편지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야기가 발표된 이후로 '보어'의 입장이 적힌 편지가 유가족들에 의해 공개되었다는 것.
1번은 등장인물들이 연구하는 소재이며, 2번은 등장인물들 자체이고, 3번은 그 이야기 위의 현실세계이다. 세 단계에서 절묘하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김으로써, 이 이야기는 훨씬 더 완성도 높은 함의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보고나니, 공부를 더 많이 한 듯한 영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재미없지도 않다. 앞뒤 맥락을 이해할수록 생각해볼 것들이 많이 주어져서, 정말 풍성한 영화다.
2013년 6월 6일 목요일
0123 Being 존 말코비치
언젠가, 후배와 재귀성에 관해 이야기를 하게 된 적이 있다. 그 후배는 독립영화의 아이디어라며, 영화감독이 영화찍는 모습을 담은 독립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런 소재를 사용할거면, G.E.B를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었다. G.E.B에서 읽었던 재귀성에 관해 조금 설명을 해주고 나니, 그 친구는 되려 이 영화를 추천해준다.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다며.
한국 제목은 '존 말코비치 되기'이지만, '~ 되기'라는 표현으로는 'Being'의 뉘앙스를 잘 못 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 주제에 뉘앙스를 어찌 알겠냐만은, 그냥 느끼기에 그렇다. 이 리뷰의 제목은 그래서 'Being 존 말코비치'다. 전부 영어로 쓰자니 말코비치가 읽기 어려워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방면으로 상상력을 펼친 것을 그냥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소재만을 가지고, 인간의 욕망, 사랑, 명성, 생명, 기억, 시간 등등 많은 것들을 보여 준다. 이것들이 'Being'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참 멋지다.
후배가 추천해주게 된, '말코비치가 말코비치 안으로 들어가는', 무한 회귀에 빠지는 장면 또한 매력적이다. G.E.D에서는 무한 회귀성으로 차원을 뛰어넘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코비치 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이란 결국 우리 세상이 한 차원 위에서 보면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뭐랄까. 얼마 전에 본, '연애의 온도'에서 느꼈던, '억지식 설명'이 없어서 좋았다. '왜 하필 존 말코비치인지', '왜 그런 구덩이가 거기 있는지' 등등.. 어차피 아무리 제대로 설명하려고 해봤자 말이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감독은 그냥 안하는게 낫다는걸 잘 아는 것 같았다.
영화는 봐도 봐도 끝이 없다.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만날 때마다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세상에 감사해야 할 것만 같다.
2013년 6월 2일 일요일
0122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최근에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새기곤 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의 그 마음을 되찾고 싶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스스로의 길로 정해버렸을 때, 좋아하던 일은 어느새 '해야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려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 때의 그 초심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때처럼 열정적일 수 있다면..하는 생각을 무척 많이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내 마음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읽게 된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음미하고 정리하고 나니, 이 문제에 대한 갈피를 어느 정도 잡게 해주었다. 하나하나 나열하진 않겠지만, 이 책에선 다양한 놀이나 영화 같은 예술의 형태 속에 담긴 숨겨진 의미들, 그 놀이들이 시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며, 그 속에서 '상상력'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내준다.
'성숙의 지혜'를 가지고 '소년의 눈'을 갖는 것
책에 자주 쓰인 표현을 멋대로 조합해서 내 맘에 드는 문장을 만들어 보았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예술과 상상력, 창조성에 대해서만 이런 식의 내용을 이야기한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비단 몇몇 분야에만 한정될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떤 분야에서든 일가를 이루려면 엄청난 시간을 들여 그 분야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검토해봐야할 것이다.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익히면서 말이다. 이것이 '성숙의 지혜'일 것이다.
'소년의 눈'은 항상 처음 배우는, 처음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년의 눈'을 갖고 있으면 항상 흥미로우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동안 '성숙함'을 쌓기 위해 '당연한 것'으로 굳어졌던 것을 깨뜨릴 수 있다.
소년과 슬럼프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소년에겐 슬럼프가 없다. 소년은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그저 그것이 흥미롭고, 궁금하고, 즐거울 뿐이다.
2013년 6월 1일 토요일
0121 스타트랙:다크니스
성격 상 특정 시리즈를 보려면 전체를 다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SF영화계의 원조 격임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시리즈가 너무나도 방대해서 입문조차 생각하지 못했었다.
사실 본 영화를 '스타트렉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시리즈'로 알고 보게 된 것인데, 이전에 '더 비기닝'이 있었다는 것을 본 리뷰를 쓰면서 알게 되었다. 그만큼 이전 스토리를 몰라도 매끄럽게 영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단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단 세계관은 말할 필요가 없다. 원조가 원조인 이유랄까. 개성적인 세계관과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치관의 갈등이 정말 훌륭하다. 함대의 모습을 보는 것, 코어 엔진이 작동하는 것 등등,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을 시종일관 받았고, 덕분에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는 자체로도 훌륭하고, 누구나 봐도 재밌다고 느낄 법하다.
여기에 더해서 할 이야기가 꽤나 많다. 첫 번째로는 악당역으로 나오는 '칸'. 나는 그를 '셜록'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한 배우가 특정 작품에 엄청나게 강한 임펙트를 주었을 때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 작품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하면서 작품의 성공을 주도하기까지는 좋았지만, 다른 작품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조금 아쉬운 점으로 느껴진다.
두 번째는 다른 작품에서 인용된 스타트렉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스타트렉이 잊을만하면 언급되던 빅뱅이론 시리즈에 덕에 각종 용어나 인물들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또, FTL(Fater Than Light)이라는 '함대 운영 시뮬레이션'게임을 처음 해보고 뭔가 독특한 세계관이 느껴졌었는데, 전적으로 스타트렉의 세계관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대함을 느꼈다.
이런 세계를 상상하고 창조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경외감이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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