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0052 용의자 X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소설이 참 멋진 이야기라는 것은 군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다 때를 놓쳐 읽어보지 못했고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이번에 한국판으로 같은 이야기가 새롭게 영화화되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꼭 봐야지' 라는 마음을 먹었다.

불과 몇 년사이에 한국영화화되기까지 한 이 이야기는 명불허전, 좋은 이야기였다. 잘짜여진 이야기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에 스릴러적인 요소와 감동이 적절히 버무러져 있었다. 진짜 딱 좋은 추리소설 읽은 듯한 느낌이랄까? 원작 소설과 일본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식의, '현지화'영화에서 나오기 쉬운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바로 '문화'의 차이이다.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일본 영화의 그것을 참고하지 않았을리 없고, 원작 소설의 분위기 또한 참고하지 않았을리 없을 거다. 원작의 분위기나 주는 느낌을 잘 살리려면 가급적 내용을 바꾸는 것이 좋지 않겠지만, 분명 매일 아침마다 점심 도시락을 사갖고 가는 것은 '일본문화' 느낌이 더 강하다. 정확히 언급하긴 힘들지만 그 밖의 몇몇 요소들도 사소하지만 '일본문화' 고유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것을 느꼈다. 한국이 배경인 이 영화 속에서 분명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2%도 아니고, 한 1%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 영화에 '너무 좋다'는 평을 주는 사람이 썩 많지는 않은 듯 하다만, 난 '너무 좋다.'. '천재 수학자'의 고충을 동일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무죄로 만들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죄책감과 불안감까지 덜어주고자 했던 완벽한 계획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었을까. 물론, 살인을 미화했음을 간과하진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0051 루퍼


개봉 한 달 전부터, '미래에서 온 나와 싸운다'는 소재에 끌려 무척 기대했던 영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미래에서 온 나와 싸워야 한다.'는 문구가 뭔가 첨단 SF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면 '치고 박고 싸우는 흥미로운 소재의 액션 영화'가 아니다. 내용과 메시지는 지극히 철학적이고 삶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드라마에 가깝다.

영문 포스터의 "Face your past, Fight your future."가 "미래의 나vs 현재의 나, 운명을 건 시간전쟁이 시작된다."로 바뀌었다. 분명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지는 느낌인데, 참 아쉽다.

'타임머신이 있는 미래'라는 소재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미래 사회와 인간상을 그리고 있는 점에서 예전에 본 '인타임'을 연상케 한다.

인과관계는 보통 시간의 단 방향성에 따라 존재하는 데, 타임머신이라는 존재는 그 인과관계가 복잡한 끈처럼 얽혀 무한히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형성한다.

얼마 전에 읽은 GEB 덕분에 이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같다. 무한한 재귀성에 얽혀버리는 이야기는 '명확한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없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든 여러가지 장치들이 돋보인다.

'루퍼', '인셉션'급 놀라움과 신선함, 거기에 재미까지 느꼈다.
주고자하는 메시지는 그 이상일지도.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0050 XCOM Enemy Unknown


'문명'제작진이 만든, 전설의 전략 게임 XCOM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플레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턴방식의 전략 게임이지만, 다이나믹함이 살아있는 플레이 전개를 잘 살려내어, 정말 재밌어보이는 게 아닌가. 약 1년 간 잠들어 있던 XBOX를 이용해 플레이하기로 마음 먹었고, 몇 일전 생일을 기념하여서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플레이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박'이다. 난 항상 게임이 왜 재밌어지는가에 대한 분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략히 내가 좋았던 점을 꼽아보고자 한다.

가장 멋진 재미는 역시 전투다. 현재는 하드웨어가 좋아지고, 게임 플레이어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 확실히 예전의, '턴방식'보다 훨씬 인기다. 옛날 게임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것 같은 '턴방식 전략'. 이 게임은 놀랍게도 '순수 턴방식'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순수 턴방식'이라 함은, 그냥 똑같이 교대로 한 번씩 하는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를 말한다. 이전의 턴방식 게임이 지루하다는 평을 없애기 위해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순서가 돌아오는 '액티브 게이지'시스템이나, 하나 못해 캐릭터별 '순발력'같은 능력치를 주어서 '순발력'능력치가 좋은 순서대로 돌아오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우리편 전체가 한 번, 적 전체가 한 번'이런 식이다.

그런데도 긴박감 넘치고 재밌다.

왜? 이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이 재밌는 이유는 '생명의 소중함'이 아닐까. 기존 턴방식 게임을 생각해보면, 한 턴이 시작되면 우르르 몰려가서 적을 공격해서 없애는 것이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지만, XCOM은 그렇지 않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라도, 캐릭터가 '사망'하면 그 캐릭터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부상'당해도 한 동안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고 치료받아야 된다. 또, 캐릭터들은 1-2번 공격받으면 사망한다. 철저히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은폐 엄폐를 활용하고, 엄호 사격을 하며 조금씩 전진해야만 대원들이 무사한채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주었지만 '그동안 키워놓은 캐릭터 아까워서 어떻게 해..'라는 점은 철저히 없애 주었다. Save & Load를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 처음엔 이걸 보고, '캐릭터 죽을일은 없겠구만.'이란 생각을 했다. 또, 이게 긴장감을 좀 떨어뜨릴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써 열심히 성장시켜놓은 대원이 사망했다. 미션은 30분 정도 진행했다. 세이브 로드가 미션 중에 불가능하다면, 30분 진행한 미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아니면 여태 열심히 키워놓은 대원들 사망인채로 놔두거나.

이거 짜증나서 하겠는가. (닌텐도 기기로 나오는 SRPG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게임이 그러한 걸로 유명하다.) 분명 XCOM:EU 제작진에서도 이점에 대한 고민을 했을거고, 훌륭한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턴방식임에도, 다이나믹한 연출은 역시 게임에 재미를 더한다. '현대전'의 턴방식 전략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는, 은폐엄폐사격, 수류탄 사용, 로켓포 사용, 연막탄 사용 등등 실감나는 지형과 어우러져 다이나믹한 연출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전략 게임은 '턴방식'이기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들은 '턴방식'을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에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턴방식'이기에 가능한 재미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배워야할 것 같다.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는 것 같고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는 더 언급해야할 것 같다. "심플하게 유지하는 게임성"이다. 전투 이외의 '운영'모드는 조금 복잡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꼭 있어야할 것만 있는 느낌이며, 후의 '컨텐츠'부족을 매꿔주는 적절한 장치로 보이며, '운영'과 '전투'메뉴의 플롯이 적절하게 이어져 있다. 두 가지 모드가 심플하게 연결되어 적절한 스토리 텔링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게임진행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캐릭터'시스템이 발군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는 성장할 때마다, 각 클래스의 특수 능력 '2가지 중 1개'만 선택하면 된다.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스킬 성장트리나, 능력치 포인트 부여같은 건 없다. 이게 너무 좋은 것은, 더 이상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적절하게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선택은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들지만, '선택'이 아닌 강제는 또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최소한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이 시스템이 정말 '최선'이 아니였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비디오 싱글플레이 게임을 이렇게 몰입해서 즐겨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 정말 물건이다.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0049 요즘


'매일 최소한 하나의 리뷰를 쓰자.'라는 스스로의 다짐이 종종 깨졌으면서도, 거의 한 달 넘게 유지되어 왔다. 최근 몇 일간의 게으름을 다 잡을 겸, 좋은 주제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 삶의 '요즘'에 대해 리뷰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 달을 되짚어보면, 규칙적으로 보낸 2주와, 자유롭게 보낸 2주가 있다. 규칙적으로 보낸 2주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과제를 내주자, 라는 생각에 7가지 정도 매일 해야할 일을 정해서 그 과제를 매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iTunesU의 강의 하나 보기, 단어외우기, 그림 연습, Arduino전자회로 실험, 프로그래밍 아티클 하나 읽고 리뷰, 본 블로그에 리뷰남기기, 정해놓은 책(얼마 전에 리뷰를 남겼던 GEB) 한 챕터씩 읽기.

이 땐, 새벽에 늘 깨어 있었다. 밤 10시부터 1시까지 대학 동기들과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다보니 늦게 자는 습관이 들어 버렸고, 점점 늦게 자기 시작했다. 새벽에 단어를 외우고, 책을 읽다 아침 해 뜨는 것을 보며 잠들곤 했다.

매일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나태하고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나하나 체크해가는 성취감과, 해결하지 못했을 때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겹쳐서, 나태함을 막아주었다. 덕분에 끈질기게 선형대수 강의를 끝까지 볼 수 있었고, GEB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습관을 100일까지 이어나가보자, 라고 마음먹었었지만, 결국 2주 만에 끝을 내 버렸다. 이게 스스로에게 꽤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 잡기도 꺼려지고(스스로 내준 과제를 다 못하게 될까봐) 조금이라도 게으르게 시간을 보낸 날이면 조급함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정적으로 이걸 그만두자, 마음먹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체크하는데에만 급급해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다. 적당히 빨리 한 것처럼 하고, 체크를 해버리는, 처음의 의도와 너무 다른 행동양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방법은 맞지 않으리라, 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버렸다.

핑계나 자기 합리화였던 것 같지만, 규칙적인 생활 뒤의 2주는 확실히 나태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그때 흥미를 쫒으리라.'고 다짐하며 자유롭게 이것저것 끌리는대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인터넷이나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등, 사이사이 버리는 시간이 많아 졌다. 무엇보다 '뭘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 이도저도 아니게 시간을 꽤나 많이 보내 버렸다. 한 가지 잘 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22시에 자는 습관, 혼자 맥주 먹지 않는 습관(스스로 깨닫기 까지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주 한 캔씩 마심으로써 판단력이 흐려지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TV앞에서 보내왔다는 것을),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로 마시는 습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지금은 22시에 자는 습관도 많이 늦춰져 버려서, 24시에 자게 되었다..만, 지금은 열 두시가 넘어 버렸네.)

그러다 게임개발자 컨퍼런스를 갔다왔고, 세상엔 너무도 똑똑한 사람이 많으며, 이렇게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 버릇하다가는 정말 내가 꿈꾸는 그런 사람이 되기 힘들거란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요즈음. 그 때의 마음은 어디 갔는지, 압박만 느끼고 게으름은 계속 찾아 온다.

마음을 다 잡고,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Box2D라는 공개 물리 엔진을 분석하며, Pixelmator로 그래픽 작업연습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 뭔가 컨텐츠를 소비한 것이 없기 때문에(사실 점심먹으면서 보려고 '넘버즈'라는 미드를 몇 편 보긴 했다...만 리뷰는 최소한 하나의 시즌은 다 보고 써야하지 않겠는가.) 리뷰는 자연스럽게 안 쓰게 되어 버린 거다.

리뷰를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어떤 것을 그냥 보고, '좋은 작품이네,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어. 감명 깊었다.'이러고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리뷰를 씀으로써 그 느낀 바를 더 잘 기억하고, 또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끔 내가 쓴 리뷰를 쭉 읽어보며 그때 얻었던 느낌을 되살려볼 수도 있다.

앞의 2주와 뒤의 2주의 절충안을 생각해본다면, 좋은 삶의 습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습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삶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뭔가 정해져 있음에 안정감을 느끼고, 완벽해보이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내 성격이 두 삶의 방식에 무한정 재귀 순환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하지 않도록 살자. 적어도 순간을 즐겁게 살자. 요즘.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0048 KGC 2012 - 3일


Mine Craft 개발 프로그래머의 강연으로 오늘 첫 번째 강연을 시작했다. 그들의 게임의 성공요인으로, '새로운 장르', '다양한 요소로 되어 있지만 복잡하진 않다.', '플레이어에게 스토리와 뭔가를 만들도록 한다.'는 점을 들었다. 'Can't please everyone'이라는, 누구나 만족시킬 순 없다는 그들의 업데이트 주안점도 마음에 와 닿았다.

다음으로 들은 강연은 온라인 게임을 위한 게임 오브젝트 설계에 관한 강연. 강연자는 게임을 '게임 오브젝트들의 상호작용'이라 표현하였다. 모든 오브젝트들을 컴포넌트를 소유하고 있는 식의 설계가 확장성에 얼마나 편리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 다양한 컴포넌트의 의존성이 필요한 ai같은 것은 controller로 따로 두어 배치시키고, 일련의 컴포넌트들의 작동해야하는 것, 오브젝트의 행동을 action으로 정의해서 컴포넌트들의 관리가 편리하도록 설계하였다. 이 action-driven방식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action을 동작시키는 패킷을 주고 받는 식으로 편리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강의는 3d max의 활용에 관한 강의였다. 사실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나에게 이 강의는 애초부터, '어떤 방식으로 그래픽 리소스들이 만들어지는가'에 중점들 두고 본 강의였다. 모델링을 만들고, 입체화시키고, 표면을 다듬고, 애니매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하나의 3d max 툴에서 간단하게 작업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아는 것이 힘'임에 놀랐다.

기조강연 두 가지가 이어졌다. SCEA의 Sleeping Dong을 최근에 출시한 디렉터분의 강연. 다른 기조강연들과 마찬가지로 컨퍼런스의 주제에 맞게, 앞으로의 게임에 대한 제시를 해주셨는데, More Realistic, More Sociable, More Accessible, More Enduring 네 가지를 제시하셨다. 인상 깊었던 것은 더 좋은 하드웨어로 더 Realistic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질텐데, procedural content들과 이를 위한 각종 툴들을 개발함으로써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쉽게 이야기해 디아블로의 random generated dungeon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Sociable의 개념 제시는 정확히 카카토 게임의 그것과 비슷했으며, Accessible은 다은 강연자들도 강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멀티플랫폼, 더 나아가 플랫폼 간의 연동에 관해 이야기 해주셨는 데 무척 흥미로웠다. Enduring은 지속성,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 같은데, 앞으로는 하나의 게임이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하나의 플랫폼화될 것이라 언급했다.

그 다음의 기조강연은 아트디자이너분이셨는데, 마치 영상학 수업을 듣는 듯 했다. 온갖 cinematography의 좋은 예들을 보여주셨는데, 화면을 적절한 해석과 함께 보니 정말 눈이 즐겁고, 숨겨져 있던, 그리고 알지 못해 읽고 보지 못했던 화면들이 놀랍게 느껴졌다. 마지막의, '무언가를 잘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직접 해보라'는 말이 와 닿았다.

멀티플랫폼화에 대한 강연. unity를 사용해 멀티플랫폼화 시켰으며, window를 중심으로 개발하셨다고.특별한 것보다. TRC(Technical Requirement Checklist)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쉽게 말해 콘솔 게임 퍼블리셔들이 게임에 대한 제약사항에 대해 굉장히 꼼곰하게 체크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퍼블리싱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좋은 정보로는, "아이폰4<갤럭시S2<아이폰4S<뉴아이패드<=아이패드2<=PS3<XBOX360<갤럭시S3<PC"순으로 동일 게임을 돌릴 때의 성능이 좋았다고 한다. 뉴아이패드가 아이패드2보다 낮은건 해상도 때문이고, 콘솔들이 갤럭시S3보다 낮은건 글쎄...실제 하드웨어가 그렇게 차이가 있는건지, 아케이드용 모듈에 성능 제한이 걸리는건진 모르겠다만, 어쨋든 이렇다고 한다.

마지막 강의는 gravity rush. PS vita용으로 나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나는 이름만 들어봤다만, 꽤나 흥미로워 보였다. '메카닉, 아트워크, 흥행성'이라는 세 가지가 확실해야 성공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말하려 하는 강연자의 태도에서 그동안의 강연과 달리 일본인 강연 특유의 색채가 묻어 났다.


총평을 해보자면, 흥분되는 첫 날과, 가장 관심있던 강연이 많았던 둘 째날,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체험해 볼 수 있었던 셋 째날이었다.


모든 강연과 강연자들의 성공적인 게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간단히 요약해보고자 한다.

1. 유저와 소통한다는 점. 우리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소흘히 하지 않고 커뮤니티를 이어나간다. 그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적극 반영하며, 커뮤니티를 구축하도록 노력한다. 이들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어 마케팅에 힘을 실어준다.

2. 멀티플랫폼. 요즘의 트랜드는 단연 멀티플랫폼이다. 누구나 게임을 쉽게 설치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누구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느 기기를 하나 쯤은 모두 가지고 있다. 멀티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것은 시장 잠재력을 확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3. 소통. 게임 개발은 다른 것들과 다르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해서 이루어지는 창조작업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새롭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하관계나 지시와 같은 것이아닌, 특정분야를 담당자에게 책임을 지워 맡기며, 활발하게 서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4. 열정. 내가 본 모든 강연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자부심의 바탕에는 어려운 난관에도 굴하지 않았던 도전정신이, 그리고 이 도전정신의 바탕에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열정이 있었다.


3일 간의 컨퍼런스를 모두 참석하며, 매너리즘에 빠졌던 개발에 열정을 다시 불어넣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잘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노력하자.

2012년 10월 9일 화요일

0047 KGC 2012 - 2일

첫 시간엔 '킹덤러쉬'의 개발자가 와서 강연을 해주었다. 킹덤러쉬의 big fan으로서 정말 기대를 갖고 있었고, 또 스페인어로 강의를 하시는 덕분에(이 회사, 우르과이 회사다) 동시통역기를 사용했다.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킹덤러쉬'를 매력적으로 만들게 한데에는 그들이 '디테일'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이었다. 나 또한 플레이를 하고 본 강연을 듣기전에 세세한 디테일에 매료되었었는데, 역시 그들은 '훌륭한 게임이기 위한 조건'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더불어 커뮤니티에 대해 엄청 강조하였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용자들과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또, 출시 시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고 알려 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시 직후'에 가장 노출이 많이 된다는 것, 높은 순위인채로 장시간의 공휴일을 맞으면(미국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즌) 순위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계속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효과가 좋아진다는 점, 다른 강연자들도 강조했듯이 무료 플레이와 In-App Purchase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In-App Purchase의 경우, 있으면 더 즐겁고 없어도 그만, 이 되어야 한다고.

두 번째 시간은 국방 시뮬레이션의 AI에 관한 내용의 강의었다. 국방 시뮬레이션에서 사용된 AI엔진들의 동작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별히 와 닿았던 것은 AI를 구축하기 위해선 그 AI의 세계, '환경'이 잘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Fuzzy Logic(애매모호한 개념을 사용하여 판단 기준을 작성하고, 그 애매모호한 기준을 나중에 정의해주는 것, ex.위험도가 높은가? 속도가 빠른가? 등등)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는 touch arcade의 편집장 분이 와서 좋은 게임에 대한 강연을 해주었다. 놀랍게도 kingdom rush의 개발자분과 거의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Fans are EVERYTHING."이라는 이야기가 특히나 이전 강연과 연결되는 중요한 점이었다. 또, '존재하는 게임 아이디어들을 잘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10000000"라는 게임의 예를 들어줬는데 흥미로웠다.(다운받아서 플레이 중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Testing with Strangers"라는 항목.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에게 계속 내 게임을 테스트해보면서 피드백을 받아보라는 것이었는데, 정말 와 닿았고 다음 개발 게임부터는 꼭 적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FPS 레벨 디자인에 대한 강연을 다음으로 들었다. 테마와 게임플레이, 그리고 플레이어가 가능한 동작을 고려하여 레벨디자인을 해야한다는 점. 이를 위해 규격(앉았을 때 완전히 몸을 은폐할 수 있는지 등등)을 정하는 것이 좋다는 점, 최대한 빨리 만들고 테스트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을 것. "고객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전제하게, 맵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관찰할 것, 등의 조언을 들었다.

인디게임 개발 스토리는 한 개발자분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이야기 해 주셨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즐거움'을 찾아 회사를 나와서 인디게임개발을 시작하셨다는 그 분은 엄청 멋져 보였다. 이야기는 자체로 즐거웠으며, '퍼블리셔'를 도입할 때의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그나마 팁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QA나 마케팅 등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거액의 자본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but 퍼블리셔의 요구사항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꽤나 스트레스였다고.

넷텐션의 ProudNet이라는 네트워크 엔진의 강연을 들었다. 사실 엔진 사용법에 대한 강의가 주로 있어서 당장은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 같았지만 엔진의 구조가 궁금해서 수강하였다. 특이하고 배울점은 '패킷 전송을 위한 자체 스크립트 언어'를 구축했다는 점이었다. 를 통해 패킷으로 전송된 자체 스크립트 언어를 파싱하여 RMI(Remote Method Invokation) 등을 확장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멋지게 다가왔다.

마지막 강의는 Rule The Sky의 아트팀장님이 오셔서 룰더스카이의 아트가 어떤식으로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픽 쪽도 프로그래밍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개발과정을 최적화시키기 위한 스크립트 작성이나, 끊임없는 아이디어 회의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렇게 7시간의 강의를 들었고, 게임 개발의 다양한 분야의 현주소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들이 어떤 프로세스로 만들어지는지, 내가 그것들을 배우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한 해답을 어느정도 얻은 것 같아 기쁘다.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0046 KGC 2012 - 1일

한국 게임 개발자 컨퍼러스를 다녀왔다. 3일 간의 일정을 풀로 소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매일의 강연 내용을 리뷰로 남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되는 컨퍼런스였기 때문에 어떤 식의 강의가 진행될까 무척 기대됐다. 강의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강의가 시간 대 별로 있어, 각각의 시간에 원하는 강의를 원하는 강연장에 가서 듣는 식의 구조다. 마치 작은 '학기'를 연상케 한다.



1인 개발자로서의 도전을 진행하고 있는 내가 이번 KGC 2012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은 '다양한 파트별 다양한 관점'이다. 때문에 Programming이나 Design에 얽매이지 않고 사운드나 그래픽, 비지니스 파트의 강연도 다양하게 수강하려고 마음 먹었다.

첫 시간에 고른 것은 havok destruction엔진에 관한 소개다. 이미 물리엔진으로 유명한 havok 엔진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엔진툴은 매우 디테일하게 설정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최첨단 기술이 실무에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느껴볼 수 있었다.
3D엔진에서 파괴효과를 어떻게 구현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미리 파편의 구획을 나눠놓고 처리한다는 점과 얼마나 디테일하게 파괴되게 할 것인지 등등 이것저것을 customizing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다음은 Unity엔진에 관한 강연. Unity는 언젠가 써봐야지 하고 있는, 요즘 이슈가 되는 통합개발 엔진이다. 앞선 havok이 최첨단 기술의 major개발사에서 사용할 법한 엔진이라면, unity는 다양한 엔진들을 통합하고 좀 더 소규모 개발자에게 적합하게 만들어진 엔진이다. 핵심적인 것은 역시 '멀티플랫폼'이었다. java의 jvm처럼 한 번의 추상화를 더 거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에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 역시 다 하드웨어가 빨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현실일 것이다.

그 다음은 개발 최적화에 관한 강연. 앞서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듣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기술적 호기심이 앞서는 바람에 비지니스 강연과 이것 중에 고민하다 이 강연을 듣게 됐다. havok의 핵심 프로그래머 분이 강연해주셨는데, serializing이나 scripting, versioning 등을 자동화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을 사용하는 지 보여줬다. 소스코드 자체를 파싱해서 데이터로 갖고 있으면, serializing이나 versioning을 할 때 간단한 변경 사항에 대한 함수만 적용해주면 자동으로 관리가 되도록 설계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최근에 lua를 조금 공부했었기 때문에 lua를 사용하여 function을 추상화하여 script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방법도 흥미로웠다.

다음으로 두 번의 기조강연이 이어젔다. Rift라는 대작 MMORPG의 CEO분과, 그 유명한 Epic Game의 Chief Programmer분이 나와서 강연해주셨다. 앞의 기조강연은 거대자본화와 Mass Media와 게임 산업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다만, 이것이 자사의 게임 홍보와 이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확실히 Trion(Rift개발사)의 신작 게임이나 몇몇 게임들은 정말 흥미로웠다. 뒤의, Epic Game의 기조강연은 좀 더 기술적인 부분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주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3D 그래픽에서 사실성을 주는 데의 핵심인 Lighting에 관해 더 새로운 기술을 소개해주었다..만 3D는 개념만 짚어봤고 실제 경험은 없는 지라 이해하는 정도였다. 앞으로의 미래의 게임산업 대한 부분은 "멀티플랫폼"에 대한 강조를 시작으로 새로운 기술들(위치기반기술, 동작인식, 음성인식, Cloud 등)의 활용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오늘의 가장 뜻 깊었던 강연인 Mass Effect Trilogy을 들었다. Mass Effect의 Lead Designer분이 직접오셔서 1,2,3를 제작하면서 겪었던 일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다. 게임 디자인은 스토리, 레벨디자인, 극적 스토리 디자인, 게임 플레이 디자인으로 나눠진다. "그럴듯한 느낌을 주는 것". 게임디자인을 할 때, 전체적인 게임 내부 생태계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관심을 갖으라는 말도 했다. Risk/Reward라는 하나의 패턴 장치를 통해 게이머가 뭘 해야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쉽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이었다. lead designer로서 팀원들에게 지시하기 보다는 특정 부분에 권한을 주고 맡기며, 그에 대한 의사소통과 팀 간 회의를 끊임없이 함으로써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 강연은 sound에 관한 것이었다. 무척 재밌는 강연이었다. 게임에 사운드를 입힐 때 유의할 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효과음의 volume은 -3~0 db 을 유지해야 손실이 없다. 따라서 소리가 작게 들린다고 volume을 키울 것이 아니라 전체 사운드의 밸런스를 조절해야 한다. Real과 Midi(현실 소리와 전자 소리)의 구분이 꽤나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Stereo와 Mono의 차이, 주변부 소리는 Stereo로 사용하는 것이 더 공간감을 주고 그럴듯 하게 들린다.  Frequency는 1~6kHZ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타격음, 정보음, 속성음 순으로 높은 Frequency를 갖도록 한다. 높은 Frequency일 수록 또렷히 들리며, 화려한 느낌을 주고 낮은 Frequency는 Reality를 살려준다. Envelop는 하나의 효과음 내의 소리의 강약을 주어 dynamic함을 살려주는 방법이다. Line Making은 소리의 일관성에 관한 작업이다. Stage Control은 여백의 중요성과, 특히 중요한 소리를 약간 더 크게 설정하는 식의 디테일한 조절이다. 음악에 관한 강연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효과음에 대한 강연 밖에 듣지 못해 아쉽다.


7시간의 강연, 2시간을 제외하고는 영어로 된 강연이었다. 전체적인 하루의 평은, 일단 흥미로운 강연이라 7시간 동안 거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피곤함보단 궁금했던, 알고 싶었던, 혹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강연자들이 모두 '너무나 열정적이고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
다. 다음 작을 열심히 만들고 꼭 '팀'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제 읽은 '이중나선'과 연결되는 것처럼, 열정적인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전문가들과 세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괜히 강조하는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고, 내가 얼마나 모자르고 배울 것이 많은지를 뼈저리게 느낀 하루이기도 하다. 나태해질 때 마다 오늘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떠올리려 노력해야겠다.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0045 기생수



명작 만화로 알려진 '기생수'. 정말 어렸을 때, 앞 부분만 보다 말았던 기억이 가물가물 났었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한 번 보리라. 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교보문고에서 애장판 세트를 발견, 거기에 행사기간이라며 20%세일까지 하고 있으니, 지름신이 강림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집어들고 와 짬잠이 읽은 기생수는 읽는 동안 삶의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어렸을 때의 인상은 그저, '무서운 만화'였지만, 머리통이 조금 크고 나서 보니 여러가지 의미가 꽤나 많이 담긴, 그런 만화다. 지구에 대해, 인간에 대해, 생명에 대해,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여 인간을 장악하고, '인간을 잡아 먹는 식성'을 가진 생물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흥미롭다. 고교생인 주인공이 갈등을 겪으며 점점 성장하는 이야기. 예전에도 언급했던, '재미를 위한 패턴'이다.

이 만화가 좋은 만화인 까닭은, '힘, 강함'의 성장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가치관까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까닭이리라. 자칫 그저 오락만화일 수도 있는 소재로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으며, 중간 중간에 작가 인터뷰에도 읽었듯이, 기생수의 작가는 '완성형'작가, 즉 이야기를 질질 끌지 않고 처음 기획한 대로 완결을 내는 작가였기에, 더 좋은 작품으로 와 닿았다. (개인적으론 데스노트 작가가 이같은 마음으로 데스노트의 세계를 깔끔하게 완결 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과 대조된다. 개인적으로 'L'이 죽고 난 이후의 데스노트는 작품의 세계관과 치밀함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 느끼기에..)

꽤 오래된 작품이라 지금 보면 어색한 장면도 있고, 그림체도 완벽하다 할 수 없다. 세계관 자체도 완전히 치밀하진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화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기생수는 즐겁게 즐길 수 있고 남는 것도 있는, 좋은 이야기이다.

0044 이중나선


DNA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대기를 그린 책. 이 책 역시 과학서로서 엄청난 영향력과 인정을 가지고 있다.(국내에서는 '이기적 유전자'나 '침묵의 봄' 처럼 엄청난 인기는 아닌듯하지만..) 다른 과학서와 비교해보자면, 이 책은 과학적 이론이나 새로운 발견 사실을 주목하기 보다는 그 사실을 발견해내는 여정을 거의 소설의 형식으로 그린 책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책 분량도 250페이지 정도로 얇다.

만약 DNA의 구조에 대해 과학적으로 어째서 그러한지에 관한 책이라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거다. 내겐 생물학적, 화학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아예 펴 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이 책이 '과학자로서의 진리탐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볍게 읽을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로지코믹스'의 과학자 버전이자 소설 버전. 이것이 딱 맞는 말 같다.(사실 이 책이 훨씬 먼저 나왔지만, 나는 로지코믹스를 먼저 읽었으니.) 저자이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제임스 왓슨의 DNA 탐구 과정은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명한 과학자'들의 대한 편견(내가 특히 가지고 있던 것은, 그들은 무미건조하게 공부만 할거라는 사실)을 깨주고 똑같이 사람이라는, 인간적인 면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발견'을 둘러싼 여러 과학자들의 얽힌 이해 관계. 성공하고 경쟁에 승리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노벨상 의 명예'. 서로 다른 경쟁자 속에서도 똑같이 '진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데 뭉치는 과학자 정신. 이 모든 것이 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호기심을 쫒아 거리낌없이 거취를 바꾸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해 나가는 저자이자 주인공의 삶의 방식을 어느 정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볍고 얇고, 재미있는(과학자들이 놀라운 발견을 어떻게 해내는지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만 있다면) 게다가 유익하기까지 한 책.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다.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0043 괴델, 에셔, 바흐 : 영원한 황금 노끈(GEB)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예전에 '해커와 화가'라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에세이에서 잠깐 언급이 나왔을 때 였다. 정확한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저자가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었다. 메모해놓고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다가 메모한 것을 잃어 버렸고 책의 제목이 가물가물해져서(괴델..이 들어갔던 거 같은데 뭐였더라..? 이랬다..) 그렇게 이 책을 잊고 살았다.

유명한 과학 잡지에서 현대 과학을 바꾼 명저 10선을 뽑기 위한 25권의 후보 목록을 어떤 블로그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목록 중에 있는 이 제목을 보고는 '아 그때 그 책이었지!'라고 단박에  떠올랐고, 바로 서점에서 책을 찾아 보았다. 79년에 나온 책이고, 번역서는 97년에 나왔다. 책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역서로 읽었는데, 500페이지 가랑의 책 2권이다. 직접 읽은 책은 보통 표지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데, 깜빡하고 도서관에 바로 반납해버려 본의 아니게 영문판의 표지를 스크랩했다) 영어로 읽다간 반년은 걸릴거 같다는 생각에 일단 역서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너무 서두가 길었다만, 이 책은 그 동안의 리뷰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컨텐츠'고 내 식견을 정말 더 넓게 확장시켜주었으며, 내 인생 최고의 책으로 손꼽히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수학자인 괴델, 화가인 에셔, 음악가인 바흐. 저자는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 낸다.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이것은 저자의 인용의 '3대 축'일 뿐이며, 책의 내용에는 뇌 과학, 분자생물학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언어론, 문학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저자의 견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상상이 잘 안되겠지만 그렇다. 이 사람, 천재다. 그냥 이 말 밖에 안 나올 정도로 대단하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급 지식'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저자의 우월함'을 자랑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때문에 책을 읽는 후반부에서는 비슷한 논지에 대한 예를 너무 많이 들어주어 모두 따라가기에 너무 지쳐 훑어보는 식으로 조금씩 스킵하기도 했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풀이하자면 이렇다:
"어떤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보다 고차원적인 상태에서 가능하다."

"고차원적인 상태"라는 말을 풀이하자면, 그 대상이 속해 있는 체계를 포함하면서, 그 체계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체계"라는 말을 풀이하자면, 어떤 것들이 일정한 규칙에 의해 모여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y=x 라는 방정식의 그래프를 떠올려보면, 누구나 xy평면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직선은 2차원 평면 위에 존재한다. 이것보다 고차원 상태라 함은, z축을 추가한 3차원의 시점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것은 우리가 공간 상의 3차원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우리가 2차원의 존재라고 생각해보자. 직선의 형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좀 더 상세한 예를 들어보자면, '컴퓨터 모니터에 그려진 자동차'를 떠올려보자. 모니터의 구조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모니터는 픽셀들로 이미지들을 표현한다. 해상도라고 부르는 (1024x768같은) 것이 바로 '픽셀'이라 불리우는 점들의 수이다. 가로로 1024개, 세로로 768개의 점들이 모여 화면을 표현한다는 거다.

컴퓨터의 내부까지 들어가 보면 컴퓨터는 모니터에 각각의 '픽셀'을 무슨색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전자 신호를 넘겨주고, 모니터는 이 전자신호를 받아와 미리 정해 놓은 '신호에 맞는 빛깔'을 표현한다.

모니터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픽셀을 어떤 색으로 표현할지는 알지만, 그 색깔들의 조합이 '자동차'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그보다 고차원적인 존재인 우리는 모니터가 각각의 픽셀들을 표현함을 앎과 동시에 픽셀들이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음을 안다.

부족한 이해력으로 이 명저를 쉽게 풀어 설명하자니 좀 복잡해지는 것 같다. 사실 저자는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체계', '재귀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있는 설명을 한다. 저자가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한 핵심이다. 여기에서도 간략히 언급하자면 이렇다.

모순적인 문장은 대부분 재귀적인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흔한 예는 이것이다.

"이 문장은 거짓입니다."

라는 문장이 있을 때, 저 문장은 참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하다. 애매해 진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하긴 힘들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비슷한 맥락에서 '수학 체계'가 위와 같은 모순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특정 명제들에 '참이나 거짓을 결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저자 다양한 맥락이서 이러한 모순이 생기는 이유를 짚어 본다. 그렇지만 항상 여러 체계들이 다양한 고리를 맺으며 서로를 재귀적으로 참조하여 모순점이 생기게 한다.  필연적으로 완전한 체계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현재로써 우리는 진리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체계'보다 고차원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어'를 비롯한 다양한 체계를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의사소통하는 이상 그러하다는 것이다. '참선'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 다는 것이 이러한 체계 넘어서의 '체계'에 도다르는 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신비한 '도가철학'과 같은 것까지 함께 끌어 안는다.

이 책과 함께 씨름한 것이 4주 가까이 된다. 몇 일 게을러 진 것이 있기도 하고, 저자의 내용을 따라가려면 깊은 숙고를 해야하거나 몇 번씩 다시 읽어보기도 해야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책 자체의 내용도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내 자신이 '완결성'에 얼마나 집착하는 지 깨달을 수도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후반부에 점점 어려워지며 비슷한 맥락의 예를 들어줄 때에는 이 책을 제대로 100%이해하려면 현재에서 1-2달은 더 씨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었다. 숙고해본 결과 맥락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현명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이미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를 통해 얻은 새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산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뭔가를 성취하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 필요하다. '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계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GEB라는 산이 얼마나 험난한지도 모르고 무작정 덤벼 들었다. 산을 샅샅히 돌아다니며 아름다움을 100% 만끽하진 못했지만 정상까진 도달한 것 같다. 언젠가, 여유가 있고, 영어도 좀 더 능숙해지고 새로움을 얻고 싶게 될 그 때, 영문판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

용기와 이 리뷰에서 흥미가 생겼다면, 꼭 도전해보시길. 험난한 만큼 큰 배움을 얻게 될 것이니.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0042 프로메테우스


영화 내내 궁금했던 것은 '프로메테우스'가 무슨 뜻이냐는 거다. 내 상식적인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꼴이 되겠지만, 검색해서 찾아본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 제우스가 감추어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라고 한다. 뭐, 알고 봤더니 딱 이야기에 맞는 그런 제목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이 영화가 영화 '에일리언'의 프롤로그라고 들었다. '에일리언'을 어렸을 때 본 것 같긴 하지만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그저 외계인이 나온다는 것,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 정도만 알 뿐.

각설하고 이 영화에서 내 흥미를 끈 것은 다름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가치관'이다. 2년 넘게 우주선을 타고 간 지구와 비슷한 행성에서 정말 수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그 탐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상황에 대처한다.

로봇으로 나오는 데이빗의 행동은 정말 흥미로우며, 주인공들이 던지는 '대체 우리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끊임없이 집착하는 모습도 정말 재미있었다. 탐사에 자금을 댄 거대 기업의 회장은 '삶'에 집착하며, 우주선의 함장은 '참된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앞으로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고 얼핏 본 것 같다. 사실 영화 속의 메시지가 너무 모호한 것들이 많아서, 후속편에서 좀 더 새로운 설명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0041 Team Fortress2


오래,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느끼는 점이 많아 리뷰를 써볼까 한다. 팀포트리스2는 정말 성공한 멀티플레이 FPS다. 국내에는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 하나로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에 좀 밀려 인지도가 떨어진 듯 하지만, 나온지 하프라이프2와 함께 나온(2004년 발매) 이 게임이 아직도 현역인 것이 이 게임의 재미를 반증한다. 실제로 매번 해봐야지 해봐야지 하다가 나도 이번에 처음 해 보았다.

팀포트리스2는 철저하게 '놀이'를 만들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대단하게 와 닿았다. 사실 팀포트리스1의 경우엔 트라이브스와같은, '역할이 나눠져있는 FPS'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사실 당시엔 이것 하나만으로도 혁신이었을테지만..), 이번에 2를 해보고는 선입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팀포트리스에는 정말 다양한 클래스가 있다. 이들이 전략적으로 어떻게 협동하고 상호작용하느냐가 팀 승패를 좌우한다. - 여기까진 많이 새롭진 않을지도 모른다. - 각 캐릭터는 오로지 3가지 무기(캐릭터마다 몇 가지 특수기능이 있긴 하지만)만을 사용한다.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원류 답게 조작은 10년 넘게 해온 조작 그대로 이다.

쉽게 말하자면, 조작이 너무나도 단순하다. 직관적이다. 다른 FPS를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5분 만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질리지 않는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은 무한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카툰랜더링 그래픽을 사용했다는 점이, 이 게임의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쉬운 조작'과 '카툰랜더링'의 조합은 이 게임을 '놀이' 자체의 느낌을 준다. FPS를 하면서 별 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니! 딱 어린 시절 BB탄 총 놀이하던 느낌이다.

'배우긴 쉽고, 마스터하긴 어려운 게임이 좋은 게임이다.'라는 말은 게임 업계에서 유명하다. 거기에, '놀이'의 느낌을 주는 것. 게임으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는 것. 게임 때문에 삶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팀포트리스2도 하드코어 유저는 엄청나게 하겠지만, 적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가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0040 광해:왕이 된 남자


추석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광해를 보러 갔다. 예매순위 1위에 호평이 쏟아졌지만, 왠지 내 취향은 아닌지라 그다지 끌리진 않았으나, 나름 흥미를 갖고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크게 느낀 점은, '전형적인 감동 메커니즘(혹은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짚고자 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안 좋은 피드백을 보여야할 사람이(보이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인간미'를 통해 '정으로 감싸 안는' 모습

상하관계, 연인관계, 가족관계 등, 다양한 관계에서 이런 메커니즘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얼마 전에 본 '늑대아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이같은 패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신조어로 '츤데레'라는 말이 있다.(일본 오타쿠 용어에서 비롯되었다고한다.) 좀 더 멋지게 포장해보자면, '차도남'이라는 말과 동형관계(물론 '차도남'은 여기서 설명하고자하는 성향을 뜻하기 보단 '그러한 성향을 가진 남자'라는 의미이긴 하다.)를 이룬다고 보면 적합할 것 같다.

"늘 그렇게 행동해왔던 사람이(주로 부정적인 태도로) 알고 봤더니 그랬던 이유가 따로 있으며, 실은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배려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해왔다. 혹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평소와는 다르게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행동한다."

'광해'는 이 무기를 여러 방면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정황'을 만드는데에 성공했다. '가짜 왕'이라는 설정을 통해 '왕에게 당연히 기대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정합성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그렇기에 주변 인물들은 예상치 않은 인간적인 '왕의 바뀐 태도'에 감동하게 되고, 관객은 이를 동일 시 하며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꽤나 즐겁게 보았다. 패턴을 활용할 기반 컨텍스트를 잘 닦아 놓으면 이야기가 술술 풀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턴'이 들어가는 분야라면 어디에나 그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