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6일 화요일

0092 레미제라블


오래 전에 영화 '헤어스프레이'를 본 기억이 있다. 상당히 호평받은 영화지만, 내게는 '뮤지컬 영화가 내 취향에는 확실히 안 맞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다. 대사가 음악으로 진행되는 것이 진지함과 스토리 몰입도를 갉아 먹는 느낌이랄까? 영화관을 찾을 때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은 그냥 뮤지컬일 때, 라이브 음악과 연기를 함께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미제라블'이 주변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았지만, 선 뜻 볼 마음이 안 생겼던 것도 이런 까닭이다. 꽤 긴 시간의 플레이 타임에, 이미 자리잡아버린 편견은 쉽게 마음의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간이 남아 계획에 없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레미제라블이 딱 상황에 맞는 시간에 좋은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안 볼 수도 없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레미제라블'을 보게 되었다.

일단 나는 꽤나 유명한 고전 명작임에도 원작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 했다. 안 읽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어린이용 장발장'을 읽은 기억만 있으니 말이다. 빵과 은촛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덕분에 스토리적으로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빵과 은촛대는 이야기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실제로 영화에서는 한 개인의 삶으로부터 시대적, 역사적 가치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고전 명작인 원작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원작을 모르고 본 나에게 원작이 왜 명작의 반열에 드는지 납득시킬만큼 좋은 스토리였다.

음악 진행에 있어서는 기존의 거부감은 어느 정도 남아 있었지만, 음악자체가 훌륭하여 오히려 단점을 잘 상쇄시킨 장점으로 기억하고 싶다. 특히 각기 다른 세 명의 등장인물들의 노래 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음악은 뮤지컬 진행이기에 전해줄 수 있는 감동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기존의 편견이나 거부감을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게 해주었으며,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가 만들어지는 이유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이 시대의 훌륭한 뮤지컬을 널리 감상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아닐까.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0091 Newton HIGHLIGHT 상대성 이론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2-3학년 즈음, 막 과학철학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부터다. 2007, 8년 쯤에 같은 시리즈의 '양자론'과 함께 구입해서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어메이징 그래비티를 즐겁게 읽은 후,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다시 궁금해진 나는, 이 책을 5-6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책의 내용 내, 외적으로 느낀 점이 많다.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에 이 책을 처음 읽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척이나 많이 변해 있으며, 그에 따라 받아 들이는 것도 다르다는 이다.. 이 책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그림과 쉬운 설명으로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고 있지만,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이 아무런 배경 지식없이 쉽게 이것만 띡, 가져다 놓고 이해할 정도로 녹록한 것은 아니다. 그 때도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던 기억은 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물리에 꽤나 많은 관심을 가졌던 나는 알게 모르게 넉넉한 배경 지식을 쌓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 읽는 상대성 이론은 또 새롭고 더 깊게 이해되었다.

G.E.B와도 연결이 되는 것이 참 재미있다. 시공간(4차원)을 3차원 세계에 사는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것을 2,3차원의 세계 묘사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진정한 진리'는 한 차원 위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닿을 수 없지 않을 것이다..라 설명했던 G.E.B에서 묘하게 연결된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생겨난 개념들이 연결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참 즐겁다.

책은 가급적이면 사서 읽으려 노력한다. 한 번 읽었던 책을 나중에 와서 다시 읽으면 또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 꽤나 소중하다. 특히 그 책이 좋은 책일 수록 다시 한 번 읽을 때의 그 새로움은 내게 더 큰 배움을 준다. 책과 관련하여 있었던 기억이나 느낌들까지 되새길 수도 있음 역시 중요한 요소다.

'소유'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공감각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로서 말이다.

2013년 2월 20일 수요일

0090 어메이징 그라비티


예전에 로지코믹스를 정말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역시 그 책과 같은 즐거움을 주리라 기대하고 구입하였다. 그리고 딱 로지코믹스에서 받았던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글이 엄청나게 많다. 이전에 읽은 '세상에서 ~물리학'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세상에서..'가 물리학 개론에 초점을 맞췄다면, 중력에 관한 물리학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어째서 지금의 이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 이론이 태어났는지 등을 시대의, 사상의 발전에 맞춰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꽤나 있는 편이어서 조각조각 지식은 웬만큼있었으나, 그것들이 어떻게 연관을 맺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만큼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놓은 책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앞으로도 없으리라 생각할 정도로, 정말 유익하게 읽을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한국 사람이라는 점, 민사고 교사, 그것도 생물교사라는 점이다. 세계에 내놔도 아깝지 않을 만한 퀄리티였기에, 본래 만화가나 물리학 전공이 아니였다는 점에 무척 놀랐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오늘 내일 할 일에 급급한 것이 현대인들의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럴 때 일 수록 우리의 존재, 우리의 위치, 우리의 공간, 우리의 시간에 대해 흥미를 갖는다면, 삶에 큰 윤활제가 될 것 같다. 글이 꽤나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흥미가 생긴다면 꼭 사서 읽어 보시길!

0089 베를린


파격적이었던 것은 주연 배우 5명 중 4명이 북한인이었다는 것이다. 이것 자체가 사실 21세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설정이다. 거물급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였고 그들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낸다. 영화 초반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설정은 약간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기상 유리, 아둘? 등등 이런 헛갈리게 만드는 이름들, 이스라엘과 아랍이 함께 섞인 이해관계 등등은 동일한 스토리 플로우를 풀어내면서도 더 보는 입장에서 편하게 보게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KPOP스타 심사위원들의 평이 생각난다.

"노래는 이보다 더 잘 부를 수 없을 것 같은데, 왜 감동이 안오죠?"

보는 내내,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과 적절한 배신요소가 가미된 스릴러적 구성은 흠을 잡기 힘들다. 보고서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으나 나중에 영화 '베를린'하면 아무것도 떠오를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랄까..앞에 주저리주저리 쓴 일도 사실 이런 이유가 크다. 좋게, 즐겁게 봤지만 그만큼 쓸 말도 별로 없다랄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로서 이 영화는 '헐리우드와 충무로의 수준이 별 반 다를게 없지 않느냐'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만큼 액션 스릴러 영화로서는 수작이다. 약간에 비평이 있었지만 확실히 좋은 영화다.

2013년 2월 15일 금요일

0088 Simple And Usable


보통은 집 바로 앞에 교보문고가 있기 때문에 책을 이것저것 뒤적이다 집어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책을 보다가 여러 권 살 필요성이 생겨서, '바로드림'서비스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가 교보문고 사이트를 들어갔다.

봐놨던 책들을 구입하려는데, 비슷한 책 추천이 뜨는 것이 아닌가. 그 추천 목록 중에 이 책이 있었고, 제목으로 단숨에 나의 흥미를 자극하였기에 이 책도 덩달아 주문하게 되었다. 책 자체는 표지와 목차만 보고 구입한 수준이었다.

스마트 시대에 걸 맞는 '추천' 시스템에 따라 안 살 뻔한 책을 함께 사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내게 맞는 책을 또 한 권 알게 되어서 좋고, 서점은 매출이 늘어서 좋은, 윈윈 상황인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사게 된 배경 조차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단순한 디자인 원칙'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전에 읽은 Design for Hacker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관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만들려는 것을 실제로 사용할 상황을 최대한 상상하고, 재현해내고, 그에 따라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일이 단순한, 성공한 디자인의 방법이다.


재밌는 것은, 놀랍게도, Game Design이나 Program Design 같은 맥락의 한 줄기 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Game Design은 게임을 하게 될 대상이 어떤 경험을 갖게 될지를 바탕으로 상상하는 것이며, 좋은 Program Design은 나중에 작성된 프로그램 코드를 보게 될 경우에 쉽게 그것을 파악하고 확장시키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루만에 읽어버린 책이지만 그만큼 즐겁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이 많고, 체계적인 지식보단 '개념', '아이디어' 관한 설명이 많은 책은 좋은, 단순한 디자인의 맥이 무엇인지에 관해, 가볍게 읽어 보기에 좋다.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0087 대만 여행


우리 집은 신정 설을 쇠기 때문에, 구정은 그냥 휴일이다. 이번 구정 설날을 맞이 하여 가족 여행을 대만으로 가게 되었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3박 4일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여행에서 배운 것들이 꽤나 많다. 일단 타이완의 역사를 보자면, 우리와 비슷하게 일제 통치를 받았으나, 일제에 대한 반감을 많이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일제 시대 때 지어진 건물들을 다 철거해버리고 일제 시대를 청산하려 하기 보단, 미래를 생각하며 그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길거리에도 중국어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것도 일본어다.

분명 일제 시대 때 우리나라에만 혹독하게 한 것은 아닐 것인데도, 대만은 이렇게 받아 들이는 것을 보면서 국민성의 차이를 느꼈다랄까?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같은 현상들이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랄까?

두 번째로 남기고 싶었던 것은 '우리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이다. 사실 이 여행은 부모님과 함께 패키지 투어로 갔는데, 여태 다녔던 여행 중에 스케쥴이 가장 빡빡했다. 일곱시 반 쯤 출발해서 밤 11시에 돌아오는 여행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어디서 뭘 먹고 다니는 지, 밤거리 풍경은 어떤지, 그런 것들을 많이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럭저럭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달라졌다. 뭘 먹어보고 뭘 느끼고 그런 것보다, 순간 순간의 새로운 자극자체를 더 중요시 하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여행이 어떠한 형태가 되든, 새로운 자극을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가족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 역시 이제는 무시할게 못 된다.(예전 같았으면 혼자 다니는 여행을 더 선호했으리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인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것 또한 정말 좋은 느낌이다.
가급적 자주 여행을 떠나야 겠다.

0086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물리학


얼마 전, 이 시리즈의 통계학 편을 읽었었는데, 그 때 함께 사 두었던 물리학 편을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이것 말고도 이 시리즈가 엄청나게 많은데, 작화가만 동일하고 글은 그 분야에 맞는 분이 쓰는 구조다. 때문에 저번 통계학 시리즈와는 내용 구조가 많이 달랐다. 이번 물리편은, 통계학보다 챕터가 더 잘게 나눠져 있었고, 디테일한 설명보다는 큰 개념을 잡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다.

사실 물리엔진을 다루게 되면서 물리에 대한 지식을 구글링을 통해 많이 공부했었다. 검색을 통해 공부하다보니 뭔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이 책을 통해 전체적인 개념을 잡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적당히 만족하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물리학의 여러 요소들, 고전역학이나 전자기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등, 이 어떻게 서로 연관을 갖는지, 혹은 갖게 되는 지에 관해 큰 그림에서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이 책에서 사실 크게 새롭게 배운 것은 없다. 다만, 처음 구글링으로 위키를 찾아가며 물리를 공부하기 전에 이 책을 한 권 읽고 했더라면 더 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물리에 관심이 있다면(사실 이 지구 상에 살아간다면 한 번 쯤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0085 은과 금



은과 금은 '도박 묵시록 카이지' 작가 분의 구작이다. 90년 대에 나온 작품이고, 나름 이 작가 분의 팬인 나로서는 꽤나 익숙한 방식의 내용전개다. '심리전, 승부' 등등, 도박 혹은 도박 적인 것들이 이어진다.

다양한 방식의 심리전과 내용 전개를 보여주면서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위험을 무릎쓸 줄 알아야 한다?
승부란 이런 것이다?

잔인하게도, 카이지의 작가는 주인공이 항상 이기는 결말을 내 놓지는 않는다.
작가는 항상 부가 차고 찰 대로 넘쳐서 인간 이하의 짓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극악' 캐릭터가 등장하곤 하는데, 그 캐릭터들은 '인간 이하의 행위'를 통해
인간이 '사회성' 뒤에 숨어서 얼마나 나약해졌는지를 보고, 그를 즐긴다.

얼마 전의 만화, '바쿠만'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카이지의 작가는 그림체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절대 '주류'만화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에도
그의 만화의 팬들이 꽤나 있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도 카이지가 연재 중이지만, 카이지 이전의 만화들은 모두
카이지를 위한 연습 단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인물의 그림체도 거의 비슷할 뿐더러,
카이지는 그가 '무뢰전 가이', '은과 금' 등에서 나온 모든 것들을
복합적으로 집어 넣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카이지 만화가가 원피스나 나루토 같은 만화를 그리려 했다면
나는 그의 작품을 알지도 못했을 지 모른다.

스스로 잘하는 것을 알고, 그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 길이 아닐까 싶다.

2013년 2월 7일 목요일

0084 내가 살인범이다.


제목과 소재에서 확 끌려서 꼭 봐야지 했던 영화.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안 되어서, 최근 나온 VOD로 보게 되었다. 보기 전에 사람들이, 내용은 그럭저럭, 반전은 봐줄만 하다. 정도 였는 데 내 감상 또한 그러했다.

전체적인 느낌을 보자면.. 연가시가 떠올랐다.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지만, 더 좋은 작품일 수 있었는데 군더더기가 좀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기 때문이다.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산 속에 들어가서 석궁을 쏘는 캐릭터라든가, 뱀을 푼다든가 하는 것들은 작품의 분위기를 해졌다. 훌륭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억지스러운 액션성보다는 좀 더 무거운 분위기로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내 생각엔 감독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의 이러한 점이 단점이라고 할 만한지에 관해서는, 얼마 전 일화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리뷰에서도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 한 산수 문제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facebook에 올라온 한 문제였다.

6 - 5 * 0 + 2 / 2 = ?
89%의 오답률.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이런 식의 문제였다.
이게 89%의 오답률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엔 무슨 넌센스가 들어 있는 줄 알았다.

곱하기, 나누기가 더하기 빼기 보다 먼저 계산되어야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 배우는 것 아닌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님에도, 그 글의 댓글 목록에는 순서대로 계산 한 오답들이 주로 달려있었다.

주변인에게 물었고, 그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왜 그럴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컴퓨터 관련, 수학을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당연한 일일 뿐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단순한 규칙이라도 자기와 관련없는 것은 금방 잊어버리려 한다는 걸, 잠시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취향, 내가 아는, 좋은 영화의 기준. 이것이 내겐 당연할 지라도 다른 사람, 더 나아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이런 대규모급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영화에 대해서 나보다 모르리라 생각할 수 없다는 것. 어떤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능력일지도 모른다는 것. 이번 영화와, facebook 일화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끝으로, 요즘 리뷰를 쓰면서 내 리뷰의 성격을 알 것 같다. 그 컨텐츠를 통해 얻는 깨달음. 그 내용 자체나 그 의미보다, '컨텐츠가 나와 관련지어지며 얻게 되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0083 리팩토링



나는 좋은 코드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깊다. 예전에 우연히 공부하게된 '디자인 패턴'에서 좋은 코드의 간결함, 미적인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의 '읽기 좋은 코드가..'의 다음으로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런 관심이 반영되었다.

이 책은 꽤나 유명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국어판이 절판이 되었던 찰나, 이번에 새로 번역해서 새로 발매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덥썩 구입해버렸다.

이 책을 읽는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디자인 패턴을 공부했던 것이 벌써 몇 년 전이고, 꼼꼼히 공부하고자 했던 욕심이 무엇보다 가장 컸던 것 같다. '읽기 좋은 코드..'가 리팩토링 입문서라면, 이 책은 리팩토링 심화과정 정도랄까. 엄청나게 방대한 패턴이 소개되어있었고, 확실히 디자인 패턴에 관련된 부분도 많이 나왔다. 특히 중간에 나온,

'디자인 패턴은 목표 지향점이고,
 리팩토링은 다른 상태에서 그 지향점까지 도달하는 방법이다.'라는 말이 와 닿는다.


다 읽고 난 지금은, 전체적으로 좋은 코드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지 가물가물하게 나마 감이 생겼다. 하지만 실제로 접목시켜보려면 많이 다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리팩토링을 얼마나 할지, 중단해야할 때는 언제인지.'이런 것은 정말 찾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리팩토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경지'라야만 가능할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이 책을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단행본으로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보였다는 점이다. 모든 단계를 꼼꼼하게 적어 놓는, 학술적인 '정의'를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이 '리팩토링의 카탈로그'가 되고자 했던 마음 때문일까? 어쨋든 그러한 노력의 흔적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치게 만들었다.

가령, '한 줄 지우고 테스트해보자.' , '이걸 이렇게 옮기고, 이건 아직 남겨 놓도록 하자.' '다시 테스트해보자.'

물론 테스트의 중요성, 작업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 것도 꽤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과도한 정보 때문에 무엇이 중요한 지 추리기 어령웠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너무 세세한 설명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책의 내용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리팩토링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좋은 코드를 만들고 싶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2013년 2월 4일 월요일

0082 Design for Hackers



서점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정말 '인연'이다 싶은 책을 만날 때가 가끔 있다. 좋은 책으로 명성이 자자하거나,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거나, 심지어 광고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끌리는 책, 지금의 내가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그런 책 말이다.

이 책과는 컴퓨터 신간 코너에서 그렇게 만났다. '막무가내'식 디자인의 한계를 느끼고 있단 시기었기 때문에, 구도나 색채 이론 같은 이 책의 디자인 레슨은 지금 내게 당장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정주행하여 몇 일만에 이 책을 다 읽었다. 번역에 오탈자가 조금 보이지만, 내용자체는 정말 '해커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제목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부제로 딸려 있는, "reverse-engineering beauty"라는 말도 정말 좋다. 예쁜 것들이 왜 예쁜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주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얻었다.

비율에 따른 크기조절과 여백의 사용, 구도잡기, 색 팔레트의 사용 등, 앞으로 뭔가를 디자인하는데에 있어서 많은 것을 얻은 책이다.

이 책 저자의 말대로, 21세기는 어떻게 보면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PPT를 만들고 블로그를 쓰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단 해커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현대인을 위한 디자인 개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소셜네트워크의 게시글 하나라도 좀더 돋보이고 좋게 소통할 수 있길 원한다면, 한 번쯤 꼭 읽어보길 권한다.

2013년 2월 1일 금요일

0081 Gesundheit!




이 생소한 제목의 뜻 부터 살펴보자.
GESUNDHEIT!(거선-타힡트) : 독어의 '건강'에서 유래, 미국에서 구어로 '(재채기한 사람에게) 몸 조심하세요. 건강 챙기세요'정도의 의미로 쓰는 말.

'재채기를 자주 하며 콧물을 흘려 왕따 당하게 된 초록돼지. 정체 불명의 악당들에게 친구들이 잡혀가지만, 주인공 초록돼지는 자신의 콧물의 힘(괴물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다...)으로 친구들을 비롯하여 자신을 잘 챙겨주던 핑크돼지를 구하러 가는 내용.'

그야말로 전형적인 동화적 스토리.
하지만 컨셉이 참 재밌다. 콧물을 흘리는 돼지와, 그걸 먹는(어찌보면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괴물들. 그 콧물을 이용해 괴물들을 '함정'까지 유인하여 해치우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기본 방식이다.

이렇게 까지 기본 스토리와 게임 방식을 설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동화같은 그래픽, 귀여운 애니매이션이 좋아서 끝까지 클리어하게 되었지만, 어디서 낯 익은 느낌을 자꾸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잠입 액션'이라 불리울 수 있는 게임을 한 종류라도 해봤다면, 사실 특별할 것 없는 게임 플레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여운 돼지들과 콧물'이라는 동화같은 소재의 사용은 전혀 색다른 게임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게임에서 가장 좋게 느꼈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완전히 새롭지 않아도 충분히 참신하고 좋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밑 바탕에는 충실한 기본기가 깔려 있음은 내가 리뷰에서 극찬해온 게임들과 다르지 않다. 작은 새로운 것들을 하나 씩 알려주면서, 바로 사용해서 그것을 익히게 하는 스테이지 진행은 그야말로 정석 중의 정석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터치감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랄까. 분명히 터치 스크린에 최적화된 조작은 아니다. 의도하지 않은대로 작동해서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잦았다.

최근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이 게임을 비롯하여 다양한 게임들과 같이, 지정된 장소를 터치함으로써 작동하는 방식은 매끄럽거나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조작에 불편을 조금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터치 스크린 방식이기에 가능한 것이면서도, 좀 더 좋은 방안이 없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할 때다.

조작에 있어서는, 아주아주 살짝 아쉬운 정도고, 정말 훌륭한 게임이며, 무료로 풀렸으니 어서 가서 플레이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