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0124 코펜하겐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 폭탄 개발을 둘러싼 과학자,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코펜하겐에서의 만남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다. 이 만남에 관해서는 전해지는 바가 거의 없어, 과학사에서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으로 남아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그들의 실제 만남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갔을지에 대한 추측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순수하게 '앎을 추구하는 과학자'인 이들에게, 세계대전이라는 상황은 도덕적, 정치적 판단을 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강요한다. 작은 한 마디, 작은 행동에 따라 수 많은 생명, 더 나아가 지구의 존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받았을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우리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투영된 상대방을 봐야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보어를 방문한 하이젠베르크 역시 자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정확하게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다. 사실 우리도 그럴 때가 많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 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졌는지.' 명확히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재밌는 것은 이야기가 3단계의 차원에서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1. 등장인물들이 연구하는 '양자'는 우리가 '관찰'이라는 행위를 하기 전까진 불확정적라는 것.
2. 하이젠베르크가 보어와 '대화'를 하기 전 까진 그 자신의 의도가 불확정적이었다는 것.
3. 이 이야기(연극대본)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보어'의 입장이 적힌 편지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야기가 발표된 이후로 '보어'의 입장이 적힌 편지가 유가족들에 의해 공개되었다는 것.

1번은 등장인물들이 연구하는 소재이며, 2번은 등장인물들 자체이고, 3번은 그 이야기 위의 현실세계이다. 세 단계에서 절묘하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김으로써, 이 이야기는 훨씬 더 완성도 높은 함의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보고나니, 공부를 더 많이 한 듯한 영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재미없지도 않다. 앞뒤 맥락을 이해할수록 생각해볼 것들이 많이 주어져서, 정말 풍성한 영화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