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8일 월요일

0093 신세계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지하철에 붙어 있는 포스터, 다른 영화 볼 때의 예고편, 개봉 예정작 영화 칼럼 등으로 영화의 첫 이미지를 그려 내곤 한다. 개봉 후에는 여기에 먼저 관람한 사람들의 평이 덧 붙여 진다. 신세계를 보기 전에 내가 형성했던 이미지는, 기업형 조직에 관한 이야기였다. 무조건 피 튀기도록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양복을 입고 회사 운영의 방침을 도입시킨 조폭의 이야기라는 컬럼을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사실 내 흥미를 별로 끌지 못 했다. 한국 영화의 흔하디 흔한 조폭영화의 패턴이 식상함을 많이 느낀 뒤로는 '조폭 영화'에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개봉 뒤, 이 영화의 입소문은 엄청 났다. 보는 사람마다 추천을 날리며, 얼마 전에 본 베를린보다도 훨씬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가 있긴 있구나'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관을 찾았다.

한국 조폭 영화의 흔한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조폭이긴 한데 의리가 있고, 정이 있어서 누군가를 도와주게 되는 내용이나,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는 조폭 세계에서 멋지게 싸운다던가 하는 등등. 그런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신세계'는 '무간도'를 받아 들였다. 

'무간도'의 소재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이것이 '무간도' 고유의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으로는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대명사는 '스타크래프트'가 기준인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 무간도의 소재임이 밝혀 지는 장면에선 조금 실망했다. 결국 '참신함'은 없는 것인가..하고 말이다. 주인공은 결국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고, 비슷한 결말을 맞이 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예상한 대로다. 그런데 스탭롤이 올라갈 즈음, 아쉬움, 실망 그런게 없다. '재미있다'는 감정만 남았다. 무간도를 안 봤더라면 얼마나 더 재밌었을까.. 하는 상상이 남았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캐릭터에게 너무 애착이 간다. 황정민씨는 좋은 배우이고 그에 걸많게 많은 작품을 소화하였지만, 개인적인 평가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정말 '정청'이라는 캐릭터를 너무나도 잘 살려서, 영화를 본 다음 날인 지금에도 '정청'이라는 캐릭터가 아른거린다. 뿐만 아니라, 이정재나 최민식이라는 걸출한 배우들도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좋은 이야기는 매력적인 캐릭터에서 시작한다'는 내 개인적인 지론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무간도의 2%부족함을 채워 준 것이다. '정서', '문화'의 차이 때문에 100%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을 완벽하게 한국정서에 맞게 바꿔 냈다. '무간도'의 현지 로컬라이징 + 업그레이드 버전 쯤으로 느끼게 되어 버렸으니 '무간도'와의 비교도는 더 이상 무의미해져 버렸다.

할 말이 더 있지만 그만 줄일까 한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리뷰의 길이'와 '인상 깊음'이 비례하는 나의 리뷰에 이 정도면 '신세계'가 참 볼 거리가 많겠구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시간 30분 정도의 긴 내용에도 지루할 틈 없이 보았다. 이 영화는 한국판 무간도를 표방하는 것인지 트릴로지로 만든단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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