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8일 토요일

0063 God Of Blades



이 게임이 app store 상위권에 처음 나타났을 때, 난 그리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단 그래픽이 너무 구시대적으로 느껴졌으며, 화면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사진을 타이틀 화면으로 걸지 않은 이유다) 딱 봐도 지겨운 횡스크롤 액션 게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날 이 게임이 0.99달러로 세일을 하면서 app store 최상위권까지 올라갔다. 그제서야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이럴 때 보면, 난 고집있는 듯 하면서도 의외로 팔랑귀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1달러를 투자해보기로 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새벽에 다운을 받았는데 아침에 해뜨는 걸 보게 되었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고민해보고 분석해보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게임의 조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이전의 게임 리뷰에서도 수도 없이 해왔던 말 일지도 모르지만) "배우긴 쉽고, 마스터하긴 어려운 게임". 이 게임은 이 말에 놀랍도록 충실하다. "칼 싸움"의 경험을 가위바위보 식의 선택지(가로베기, 올려베기, 내려베기, 막기)만으로 만들어 냈다. 엄청나게 찰진 타격감과 수준 높은 AI로, 타이밍 맞춰 4가지 동작 중 한 가지를 지속적으로 입력해주는 것만으로도 '칼싸움'의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단순함 속의 다양함이 바로 '다양한 칼의 수집과, 그에 따른 칼의 특수능력'이다. 다채로운 디자인의 칼은 이 게임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칼의 무게에 따라 동작의 빠르기와 줄 수 있는 파괴력이 달라지며, 일정시간마다 쓸 수 있는 특수능력은 게임이 지루하지 않도록 한다. 이에 수집욕이 더 해져 이 단순한 칼싸움을 계속하게 만든다.

게임 시스템 적인 것은 재밌는 게임의 핵심적인 것을 잘 수용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해외에서 정말 고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아트웍과 스토리텔링이다. 이 글 서두에 조악하고 구시대적인 그래픽으로 보여 흥미를 끌지 못했다는 부분이 보이지만, 사실 이 그래픽은 이야기나 세계관에 무척 잘 어울리는 그래픽이었다.

너무 어려운 고어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영어 스토리를 제대로 해석내지 않고 바로 스킵하는 때가 많았지만, 철학적인 메시지 담고 있는 스토리(공허와 존재 생명 시간 공간 기억 등등)와 그를 담아낸 아트웍이 정말 현대 미술을 보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좋은 게임이었다. 언젠가 시간이 다시 난다면 캠페인 모드의 스토리를 하나하나씩 다 해석해가며 다시 플레이해봐도 좋을 정도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이런 중독적인 액션 게임과 심오한 스토리텔링의 부조화 정도랄까? 나처럼 첫 인상만 보고 다운을 주저하게 되는 사람이 태반일 것 같고, 두 번째로 나처럼 액션 게임의 재미 자체에 치중한 나머지 깊은 스토리 텔링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태반일 것 같다. 가볍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이 매커니즘에 넣었더라면 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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