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0104 리딩으로 리드하라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은 소위 말하는 '자기 계발서'다. '계발'은 사전에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라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뭔가 새로운 정보나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는 책 내용을 통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인 셈이다.

'자기 계발서'를 몇 권 읽어보고는, '저는 자기 계발서는 잘 안 읽어요'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는 한 줄로 요약된다.

"말로는 누가 못 하냐?"

사실 내가 느끼는 것도 그렇다. 한 번 자기 계발서를 써볼까?

매일 7시에 일어나서 1시간 씩 명상을 하고 작은 시간 5분 10분의 자투리시간을 활용하며, 눈을 마주치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화에 임하고, 상대방에 집중하면서 경청하고.. 등등등 하면 더 행복하고 더 성공적인 삶을 살겁니다.


그렇다. 솔직해지자. 우리는 다 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뭘 해야할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눈 앞의 욕망에 번번히 싸워서 질 따름인 것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긴 시간을 갖고 '습관화'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우리에겐 그럴만한 꾸준함이 없다.

습관화 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뇌의 메커니즘 상 그러하다. 뇌는 안정되어 있는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면 불편해진다. 우리가 공부를 싫어할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다. 습관을 고치기 힘든,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힘든 본질적인 이유다.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든 '지속적인 동기유발'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거다. 사실 내가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 얻고자 하는 것은 이 '동기 유발'이다. 길든 짧든 간에.

'리딩으로 리드하라'도 사실 상 '본질'은 비슷하다. 다만 포장된 것에서 흥미를 느꼈다. 다짜고짜 '인문고전을 읽으라'니. 저자는 '고전을 읽은 천재들'의 레퍼런스를 수도 없이 찾아 낸다. 정말 천재들이 인문 고전을 읽었기 때문에 천재가 된 건지에 대한 인과관계에 따른 엄밀한 검증은 없다.

인문 고전이 두뇌를 변화시킨다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 또한 없다. 뭔가에 느낌 정도로만 설명한다. '그게 뭔데?'라 할만 하다. 다만 개인적으로서는 뭔지에 대한 느낌은 알 것 같긴하다. 철학책에서 이해 안되는 구절을 읽고 읽고 또 읽다가 뭔가 깨달음이 왔을 때의 느낌. 철학 전공자로서, 다른 분야의 사람은 느끼지 못할 그 느낌일 거라 생각하니 더 생생하게 알고 있는데, 저자는 그 느낌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 밖에 책의 논리적 구조에 대한 문제점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문제점이 아니다. 오히려 잘 된 점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한 엄밀한 검증에 지면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대면서 '두뇌에 직접적인 변화를 준다.'와 같은 식의 멘트로 오늘부터 당장 변화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이라는 컴퓨터의 전설적인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책에 대한 동기 유발이다. 인문고전은 아니지만, 역사가 길지 않은 컴퓨터 공학에서 이 책은 현재 과학서 분류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설적인 고전이다. 한 때 빌게이츠가 '이 책을 다 읽고 이해한 사람은 내게 이력서를 보내세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읽기가 너무 어렵다보니,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보유하였지만 안 읽은 책 1위'이기도 하다. '당장 신 기술이 난무하는 마당에 오랜 시간을 들여  고전 컴퓨터 동작 알고리즘 공부나 하고 있을 틈이 있냐'며 미뤄 왔었다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제일 먼저 읽고 싶어진 책이 되었다.

별로 쓸 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쓰다보니 꽤나 길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자기 계발서'에서 얻는 것이 '책 자체의 내용'이 아닌 '동기'라고 생각하면, '자기 계발서'는 꽤나 읽을 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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