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0108 오블리비언
나는 주로 두 가지 이유로 영화관을 찾는다. 예고편이나 소재가 무척 흥미로운 경우나 잘 아는 지인들의 추천을 통해서다. 지인들의 추천에 따라 결정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흥미나 취향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사람이 좋아한다면 나도 좋아할 수 있을거란 생각 때문이다.
후자를 통해 영화관을 찾게 될 경우, 나는 최대한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간다. 영화를 즐기는 입장에서 기대나 편견없이 가야 더 즐거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추천을 통해, 하지만 사전 정보없이 보러 갔다.
그럭저럭 재밌게 봤다. 하지만 최고다 싶을 정도는 아니였다. 뭔가 여러 영화를 짜집기한 느낌이랄까. 영화가 끝나자,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돈 아깝다고 하는 말이 들렸다. 사실 돈 아까울 정도는 아닌데, 그 남자는 내가 본 영화들-이 영화가 짜집기 했다고 느끼게 끔 만든-을 다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화끈한 SF액션을 기대하고 보게 됬는데 액션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 걸까? 개인적으로 그는 '후자'였을 것 같다.
오블리비언은 꽤나 생소한 단어인데, '망각'이라는 뜻이다. SF, 미래적인 분위기의 액션 영화의 겉 모습을 풍기고 있는 이 영화는 사실 SF 소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영화의 '메시지' 때문에 갖게 된 것일 뿐이다. 영화 제목도 '망각'아닌가.
"[기억]과 [존재]에 대한 질문."
내가 볼 땐 이것이 영화 전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애초에 화끈한 SF 액션 영화가 아닌거다. 만일 매트릭스, 메멘토 등등 기억과 인간 복제,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즐겁고 신선한 자극이 되었을 것 같지만, 이미 이전 영화들에서 다 했던 이야기들이라는게 문제다. 그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멋진 미래적, SF 요소'로 둔 것 같은데, 사실 '멋진 미래적 SF요소'는 그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는 액션 영화에나 어울리지 않겠는가. 내 옆자리의 남자는 분명 이 괴리에서 돈이 아깝다고 느낀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좋은 영화다. 이미 너무 많은 영화가 제작되어, 더 이상 신선할 수 없는 한계에 접어든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오블리비언은 분명 좋은 소재에 괜찮은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
'선조의 유산과 뜻을 기리기 위해 죽는 것이 가장 훌륭한 죽음이다.'
영화 속에서 주요한 메시지로 등장하는 대사인데, 혹시 오블리비언이 매트릭스를 기리기 위해 탄생한 건 아닐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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