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0049 요즘
'매일 최소한 하나의 리뷰를 쓰자.'라는 스스로의 다짐이 종종 깨졌으면서도, 거의 한 달 넘게 유지되어 왔다. 최근 몇 일간의 게으름을 다 잡을 겸, 좋은 주제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내 삶의 '요즘'에 대해 리뷰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 달을 되짚어보면, 규칙적으로 보낸 2주와, 자유롭게 보낸 2주가 있다. 규칙적으로 보낸 2주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과제를 내주자, 라는 생각에 7가지 정도 매일 해야할 일을 정해서 그 과제를 매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iTunesU의 강의 하나 보기, 단어외우기, 그림 연습, Arduino전자회로 실험, 프로그래밍 아티클 하나 읽고 리뷰, 본 블로그에 리뷰남기기, 정해놓은 책(얼마 전에 리뷰를 남겼던 GEB) 한 챕터씩 읽기.
이 땐, 새벽에 늘 깨어 있었다. 밤 10시부터 1시까지 대학 동기들과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다보니 늦게 자는 습관이 들어 버렸고, 점점 늦게 자기 시작했다. 새벽에 단어를 외우고, 책을 읽다 아침 해 뜨는 것을 보며 잠들곤 했다.
매일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나태하고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나하나 체크해가는 성취감과, 해결하지 못했을 때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겹쳐서, 나태함을 막아주었다. 덕분에 끈질기게 선형대수 강의를 끝까지 볼 수 있었고, GEB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 습관을 100일까지 이어나가보자, 라고 마음먹었었지만, 결국 2주 만에 끝을 내 버렸다. 이게 스스로에게 꽤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누군가와 만날 약속 잡기도 꺼려지고(스스로 내준 과제를 다 못하게 될까봐) 조금이라도 게으르게 시간을 보낸 날이면 조급함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정적으로 이걸 그만두자, 마음먹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내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체크하는데에만 급급해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다. 적당히 빨리 한 것처럼 하고, 체크를 해버리는, 처음의 의도와 너무 다른 행동양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방법은 맞지 않으리라, 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버렸다.
핑계나 자기 합리화였던 것 같지만, 규칙적인 생활 뒤의 2주는 확실히 나태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그때 흥미를 쫒으리라.'고 다짐하며 자유롭게 이것저것 끌리는대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인터넷이나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등, 사이사이 버리는 시간이 많아 졌다. 무엇보다 '뭘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 이도저도 아니게 시간을 꽤나 많이 보내 버렸다. 한 가지 잘 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절제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22시에 자는 습관, 혼자 맥주 먹지 않는 습관(스스로 깨닫기 까지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맥주 한 캔씩 마심으로써 판단력이 흐려지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TV앞에서 보내왔다는 것을),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정도로 마시는 습관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지금은 22시에 자는 습관도 많이 늦춰져 버려서, 24시에 자게 되었다..만, 지금은 열 두시가 넘어 버렸네.)
그러다 게임개발자 컨퍼런스를 갔다왔고, 세상엔 너무도 똑똑한 사람이 많으며, 이렇게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 버릇하다가는 정말 내가 꿈꾸는 그런 사람이 되기 힘들거란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요즈음. 그 때의 마음은 어디 갔는지, 압박만 느끼고 게으름은 계속 찾아 온다.
마음을 다 잡고,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Box2D라는 공개 물리 엔진을 분석하며, Pixelmator로 그래픽 작업연습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 뭔가 컨텐츠를 소비한 것이 없기 때문에(사실 점심먹으면서 보려고 '넘버즈'라는 미드를 몇 편 보긴 했다...만 리뷰는 최소한 하나의 시즌은 다 보고 써야하지 않겠는가.) 리뷰는 자연스럽게 안 쓰게 되어 버린 거다.
리뷰를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어떤 것을 그냥 보고, '좋은 작품이네,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어. 감명 깊었다.'이러고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리뷰를 씀으로써 그 느낀 바를 더 잘 기억하고, 또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끔 내가 쓴 리뷰를 쭉 읽어보며 그때 얻었던 느낌을 되살려볼 수도 있다.
앞의 2주와 뒤의 2주의 절충안을 생각해본다면, 좋은 삶의 습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려는 찰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습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삶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뭔가 정해져 있음에 안정감을 느끼고, 완벽해보이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내 성격이 두 삶의 방식에 무한정 재귀 순환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하지 않도록 살자. 적어도 순간을 즐겁게 살자.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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