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0050 XCOM Enemy Unknown
'문명'제작진이 만든, 전설의 전략 게임 XCOM의 리메이크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플레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턴방식의 전략 게임이지만, 다이나믹함이 살아있는 플레이 전개를 잘 살려내어, 정말 재밌어보이는 게 아닌가. 약 1년 간 잠들어 있던 XBOX를 이용해 플레이하기로 마음 먹었고, 몇 일전 생일을 기념하여서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플레이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박'이다. 난 항상 게임이 왜 재밌어지는가에 대한 분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략히 내가 좋았던 점을 꼽아보고자 한다.
가장 멋진 재미는 역시 전투다. 현재는 하드웨어가 좋아지고, 게임 플레이어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 확실히 예전의, '턴방식'보다 훨씬 인기다. 옛날 게임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것 같은 '턴방식 전략'. 이 게임은 놀랍게도 '순수 턴방식'을 사용하는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순수 턴방식'이라 함은, 그냥 똑같이 교대로 한 번씩 하는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를 말한다. 이전의 턴방식 게임이 지루하다는 평을 없애기 위해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순서가 돌아오는 '액티브 게이지'시스템이나, 하나 못해 캐릭터별 '순발력'같은 능력치를 주어서 '순발력'능력치가 좋은 순서대로 돌아오는,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우리편 전체가 한 번, 적 전체가 한 번'이런 식이다.
그런데도 긴박감 넘치고 재밌다.
왜? 이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이 재밌는 이유는 '생명의 소중함'이 아닐까. 기존 턴방식 게임을 생각해보면, 한 턴이 시작되면 우르르 몰려가서 적을 공격해서 없애는 것이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지만, XCOM은 그렇지 않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라도, 캐릭터가 '사망'하면 그 캐릭터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부상'당해도 한 동안 미션을 수행하지 못하고 치료받아야 된다. 또, 캐릭터들은 1-2번 공격받으면 사망한다. 철저히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은폐 엄폐를 활용하고, 엄호 사격을 하며 조금씩 전진해야만 대원들이 무사한채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주었지만 '그동안 키워놓은 캐릭터 아까워서 어떻게 해..'라는 점은 철저히 없애 주었다. Save & Load를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다는 점. 처음엔 이걸 보고, '캐릭터 죽을일은 없겠구만.'이란 생각을 했다. 또, 이게 긴장감을 좀 떨어뜨릴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써 열심히 성장시켜놓은 대원이 사망했다. 미션은 30분 정도 진행했다. 세이브 로드가 미션 중에 불가능하다면, 30분 진행한 미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 아니면 여태 열심히 키워놓은 대원들 사망인채로 놔두거나.
이거 짜증나서 하겠는가. (닌텐도 기기로 나오는 SRPG '파이어 엠블렘'이라는 게임이 그러한 걸로 유명하다.) 분명 XCOM:EU 제작진에서도 이점에 대한 고민을 했을거고, 훌륭한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턴방식임에도, 다이나믹한 연출은 역시 게임에 재미를 더한다. '현대전'의 턴방식 전략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는, 은폐엄폐사격, 수류탄 사용, 로켓포 사용, 연막탄 사용 등등 실감나는 지형과 어우러져 다이나믹한 연출을 만들어 낸다.
이런 전략 게임은 '턴방식'이기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들은 '턴방식'을 선택해야만 했던 이유에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턴방식'이기에 가능한 재미를 만들어 냈다는 점을 배워야할 것 같다.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는 것 같고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는 더 언급해야할 것 같다. "심플하게 유지하는 게임성"이다. 전투 이외의 '운영'모드는 조금 복잡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꼭 있어야할 것만 있는 느낌이며, 후의 '컨텐츠'부족을 매꿔주는 적절한 장치로 보이며, '운영'과 '전투'메뉴의 플롯이 적절하게 이어져 있다. 두 가지 모드가 심플하게 연결되어 적절한 스토리 텔링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게임진행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캐릭터'시스템이 발군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는 성장할 때마다, 각 클래스의 특수 능력 '2가지 중 1개'만 선택하면 된다. 복잡하게 그려져 있는 스킬 성장트리나, 능력치 포인트 부여같은 건 없다. 이게 너무 좋은 것은, 더 이상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적절하게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선택은 플레이어를 피곤하게 만들지만, '선택'이 아닌 강제는 또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최소한의 선택'을 하도록 하는, 이 시스템이 정말 '최선'이 아니였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비디오 싱글플레이 게임을 이렇게 몰입해서 즐겨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 게임 정말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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